가든파이브, ‘애물단지’ 전락하나

산업1 / 유상석 / 2012-05-25 17:11:21
청계천 상인 위해 지었지만… 장사 안 돼 ‘외면’

지난해 말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를 둘러본 박원순 서울시장은 “귀곡산장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엄청난 규모의 건물에 인적조차 없이 텅 비어있는 황량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개관 전 손담비가 외쳤던 광고 문구 “가든파이브, 대박나겠죠!”가 무색해지는 모습이었다.


서울 동남권의 대표적인 대형 쇼핑몰 가든파이브가 정식 개관한지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유령상가라는 불명예스런 딱지를 떼어내지 못한 채 서울시의 대표적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행사인 서울시 산하 공기업 SH공사는 가든파이브로 인해 지출되는 금융비용만 하루에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가든파이브가 정식 개관한 지 2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원래 입주했어야 할 청계천 상인들의 외면, 불편한 대중교통 접근성 등의 이유로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아시아 최대 유통단지 꿈꿨지만…


가든파이브 건립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공구상ㆍ건재상ㆍ가방 및 신발도매상들을 이전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시작됐다. 청계천 상인들이 공사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 상황에서 대책을 요구하며 저항에 나서자 이들에게 이주단지를 만들어 조성원가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당초 계획한 부지면적은 25만㎡ 규모였으나 “서울시의 물류체계를 효율화해서 물류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에서 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56만㎡(건물 연면적 85만㎡)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면적으로는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11만9000㎡)보다 무려 7배나 큰 규모이다.


‘아시아 최대의 유통단지’를 표방한 가든파이브는 이명박 시장 시절인 2003년 7월1일 착공해서 오세훈 시장 때인 2008년 12월 준공했다. 완공되기까지 1조3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됐다.


청계천 상인들을 위해 건설된 가든파이브지만, 정작 건물이 완공되자 청계천 이주 대상자 6097명 가운데 5069명이 입주를 포기했고, 초기에 가든파이브로 옮긴 청계천 상인은 1028명(16.8%)(박상은 한나라당 의원 2009년 국감자료)에 불과했다.


그나마 입점했던 청계천 상인들도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팔거나 임대를 주고 다시 청계천으로 돌아갔다. 분양이 안 되고 입점도 부진해 어마어마한 상가건물 규모에 비해 비어있는 곳이 많아 지금까지 ‘귀곡산장’같다는 치욕스런 말을 듣게 된 것이다.


◇ 가든파이브 상가 구성은?


‘가든파이브(Garden5)’는 ‘고객의 오감(五感)을 만족시켜 주는 복합생활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가든파이브 전체 부지(총 56만694㎡)는 크게 전문상가, 물류단지, 활성화단지 등 3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이 가운데 전문상가는 가든파이브 라이프(Life)ㆍ웍스(Works)ㆍ툴(Tool) 동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상가건물 개관은 분양과 입주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에 1년 반이 지난 2010년 6월 10일에서야 했다.


활성화단지인 ‘가든파이브 드림(Dream)’과 물류단지인 ‘가든파이브 익스프레스(Express)’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활성화단지는 툴 동(棟), 웍스 동과 송파대로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오피스텔, 주상복합, 오피스빌딩, 호텔, 전시관 등이 들어서면 국내 최대의 오피스텔 단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가든파이브 라이프ㆍ웍스ㆍ툴 동과 장지천을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는 물류단지 가든파이브 익스프레스(Express)는 부지면적이 15만평(45만㎡)에 달한다. 2015년에 준공할 예정인 가든파이브 익스프레스에는 화물터미널, 택배 집배송센터, 차고지, 창고 등 대형 물류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운영중인 전문상가들로는 라이프ㆍ웍스ㆍ툴 동이 있다. 먼저 라이프 동(棟)은 지하철 8호선 장지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5층 지상 11층, 연면적 42만6635㎡에 4000여개의 점포로 구성된 한국 최대의 복합문화쇼핑공간이다. CGV, NC백화점, 킴스클럽, 가든파이브아트홀, 신발, 가방, 패션 등 전문매장이 들어 있는 패션관 영관 리빙관 테크노관 등 4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웍스 동은 지하5층 지상 10층 연면적 11만9537㎡에 금속ㆍ금형ㆍ밀링ㆍ선반ㆍ주물ㆍ볼트 전기ㆍ전열ㆍ조명ㆍ인쇄 등 가공업종의 공장시설과 판매시설이 함께 입주해있는 아파트형 공장 및 전문상가이다. 툴 동은 지하5층 지상 10층에 연면적 27만3851㎡로, 공구ㆍ철물ㆍ배관ㆍ미싱ㆍ소방 등 기초산업 업종으로 구성된 산업용재 상가 겸 가구백화점이다.


라이프 웍스 툴 등 3개 상가 건물의 총 분양매장 수는 8360개에 이른다. SH공사가 15회에 걸쳐 일반분양을 했지만, 이 중 약 1300개 상가는 아직 미분양 상태이다. 공사 측은 4월말 현재 7097개가 계약을 마쳐 분양계약률이 85%라고 하지만, 임대를 제외하면 40%대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 가든파이브의 현황과 문제점


가든파이브 상가 3개 동의 내부 여기저기에 빈자리가 쉽게 눈에 띈다. 라이프 동 4층 신발 전자부품 전문매장, 6층 피혁 전문매장, 7층 비닐제품 전자부품 전문매장은 대부분 비어있는 상태로, 문을 연 가게를 손꼽을 정도이다. 빈 가게와 복도에도 불은 켜져 있지만 을씨년스런 분위기는 여전하다. 지하 1층 패션잡화 매장도 장사하는 곳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CGV와 이마트, 웨딩홀 등 대형 임차인 덕분에 고객이 부쩍 늘어나긴 했지만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11만9000㎡)보다 7배나 큰 초대형 상가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코엑스에는 하루 13만~15만 명(주말 25만명)이 찾지만, 가든파이브의 유동인구는 하루 3만5000명(주말 4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상권이 활성화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래 주인이 됐어야 할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청계천 상인들을 위해 만든 상가인데 그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상권이 형성될 리가 없다.


청계천 상인들은 “서울시가 상인들과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표시한다. 분양가가 당초 약속과 달리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당초 서울시 실무자는 실 평수 7평 기준으로 점포당 7000~8000만 원선이라고 했으나 실제 분양가는 1억7000만 원대로 책정됐으니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8층에 위치한 김정섭 베스트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공인중개사)는 “한 상가에 2가지 가격이 공존하는 ‘1물2가’ 체계 때문에 일반 분양이 잘 안 되는 것”이라며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인 1물1가에 반하는 2개의 분양가로 인해 전체 상가 분양과 입점이 완공 후 3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부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별분양가에 상가를 분양받은 청계천 상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입점하지 않고 임대를 주거나 차액을 챙겨 팔고 나갔다고 한다. 일반분양가와 특별분양가의 중간 가격으로 팔았으니 일반 분양자들은 SH공사가 내놓은 일반분양가로 살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홍보도 효율적으로 되지 않았고, 대중교통 접근로가 지하철 외곽선인 8호선 장지역 하나에 불과한 것도 상권이 형성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유통단지’라고 내세울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것만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와 SH공사 등은 가든파이브 활성화를 추진할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어 일괄매각, 위탁운영, SH공사 운영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으며, 방안이 결정되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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