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1장’으로 새롭게 돌아온 전인권

문화라이프 / 김형규 / 2014-08-21 14:36:57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살았더라고요. 그런 1막을 경험해서…”

▲ 전인권이 다음달 4일 새 앨범 ‘2막 1장’을 발표하고 두 번째 행진을 시작한다.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돌아보니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았더라고요. 일탈이 아니라 ‘오탈’을 했어요. 과감히 얘기할 수 있는 건 이제 바다를 건넜고, 1막을 접었습니다. 원래 2막이 재밌잖아요.”


‘전인권 밴드’로 새롭게 출발하며 내달 4일 ‘2막 1장’을 발표하는 록그룹 ‘들국화’의 보컬 전인권(60)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IFC몰 엠펍에서 연 쇼케이스와 기자회견에서 앨범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79년 데뷔, 1985년 ‘행진’으로 스타덤


1979년 밴드 ‘따로 또 같이’ 1집 ‘맴도는 얼굴’로 데뷔한 전인권은 1985년 들국화 1집 ‘행진’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1986년에는 들국화 2집 ‘너랑 나랑’을 통해 전성기를 과시했으나 1987년 전인권이 대마초 파동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활동을 접었고, 1989년 고별 콘서트를 끝으로 공식 해체했다.


1995년 3집 ‘우리’를 발매했으나 전인권만 참여, 팬들은 이 앨범을 들국화의 온전한 앨범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997년 캐나다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원년 멤버 故허성욱(1962~1997)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1998년 재결성 공연을 열었지만, 새 앨범 발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성원(60·베이스·보컬), 故주찬권(1955~2013·드럼·보컬)과 함께 27년 만에 원년멤버로 지난해 들국화의 ‘들국화’를 내놓았으나 앨범 발매 직전인 지난해 10월 주찬권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들국화 활동도 잠정 중단됐다.


명반을 꼽을 때 ‘행진’은 항상 거명되는 등 들국화는 현재 높게 평가받는 팀이다. 전인권은 그러나 당시 들국화는 당시 비주류였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만의 안간힘을 다해서 음악을 만들었죠. 그런 부분을 대중이 때 묻지 않고 훌륭하다고 생각을 해주고 저희를 받아들여 주셨죠.”

‘전인권밴드’, 정원영·신석철 등 참여


전인권밴드은 전인권의 음악친구인 피아니스트 정원영과 밴드 ‘그루브올스타즈’의 드러머이자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인 신석철을 비롯해 민재현·송형진·이환·안지훈·양문희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신석철은 자신의 주특기인 드럼인 아닌 ‘2막 1장’ 수록곡 11곡 모두에 기타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내년에 이름을 바꿀 수도 있어요. 작가 박민규씨가 ‘마더’와 ‘더블펌’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는데 고민 중입니다. ‘더블펌’은 호텔의 더블베드, 그 더블과 견고하다는 뜻의 ‘펌(firm)’을 합친 건데… 모두 한 밴드만 해서는 생활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팀원들이 모두 약속했어요. 이 팀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른 팀도 도와주겠다고요. 이 팀은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고 싶어요. 에릭 클랩턴이 기타를 쳐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정원영은 “지난해 선배님과 앨범 작업을 같이 하면서 음악을 이렇게도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어요”라며 “선배님과 작업 과정이 도움 됐고, 음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됐죠”라고 말했다.


9월4일 발매되는 앨범에는 전인권이 만들어 놓은 8곡과 정원영이 만들고 전인권이 가사를 붙인 3곡 등 총 11곡의 신곡이 수록된다. 이날 온라인에 먼저 공개된 3곡 중 ‘내가 왜 서울을’과 ‘사람답게’는 전인권이 작사·작곡한 곳이며, ‘눈물’은 정원영이 곡을 만들고 전인권이 작사했다.


10년 만에 ‘전인권’ 내건 앨범 발매


지난해 들국화로 새 음반을 발매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신보는 2004년 솔로 앨범 ‘전인권과 안 싸우는 사람들’ 이후 10년 만이다.


“대중에게 발전된 모습을 보려 드리고 싶었다”는 전인권은 ‘사람답게’에 “진짜 힘들던 시기에도 설렘이 오더라”면서 “사람마다 그때 느끼는, 사람답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군더더기가 없는 소박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내가 왜 서울을’에 대해서는 “록음악을 하는 사람은 왠지 퇴폐적이고 서울 같은 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여길 수 있는데 우리도 어쩌면 정확히 서울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눈물’에 대해서는 “정원영이 보내온 멜로디를 듣는 순간 동양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났다”면서 “정원영의 큰 아픔이 느껴져 굉장히 감동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앨범은 전체적으로 소외, 허무, 갈망, 자유, 위로의 흔적이 묻어난다. “제가 난시라 공이 옆에 오면 네 개가 오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눈이 안 좋아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면서 관찰을 많이 했죠. 관찰을 하다 보면, 제 상황들이 재판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난처하게 많이 살아와서…. 내 나름대로 철학이 생겨서, 그런 가사를 쓸 수 있었어요.”


“최성원과 같은 무대에서 합주하고 싶다”


대중의 관심은 활동을 중단한 들국화의 재결성 여부다. “최성원과 가장 잘 맞는 점은 안간힘을 쓰는 것이죠. 당시 우리는 비주류였어요. 그 당시 ‘가요톱텐’, ‘명랑운동회’에도 안 나갔죠. 가수 이용과 조용필의 노래가 히트했을 당시였는데… (주류 쪽에서는) 우리 음악을 이해하지 않았죠. 밤업소에서 노래하면서 생활을 했는데 그래도 최성원과 만남은 매우 좋았어요. 힘들 때마다 생각이 나고 서로 돕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나 음악적인 방향과 성질이 달라서 “싸울 때가 많다”고 웃었다. “이제는 싸우기 싫어요. 들국화를 하든 이 팀으로 연주하든… 성원이가 어쿠스틱 기타를 정말 잘 치거든요. 같이 무대에서 합주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 전인권밴드 쇼케이스에서 장기하가 사회를 보고 있다.
평소 그를 따르는 후배들도 자리를 빛냈다. 사회를 맡은 인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는 신곡을 듣고 “저 같은 일개 팬이자 티끌 같은 후배도 설렌다”고 존경을 표했다.
핫펠트로 솔로 활동에 나선 예은은 지난해 들국화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함께 오르며 친분을 쌓았다. 그녀는 “음악적 조언과 응원을 해주셨는데 선배님의 신곡을 공개하는 자리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전인권이 대마초로 수감 당시 석방탄원서를 내 그와 친분을 맺게 된 소설 ‘카스테라’의 작가 박민규는 “어린 시절부터 팬이었는데 지금 목소리가 최고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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