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한 역사 속에서 인류는 맹수들의 위협과 자연이 주는 혹독한 시련을 이겨냈으며 생존을 위해 여러 측면에서 거대한 진보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인류전체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에서도 집과 옷, 음식이 없어 현재도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없지 않은데 이런 상대적 빈곤상황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와 관련 빈곤의 종말을 쓴 제프리 삭스는 뉴욕타임스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선정할 정도로 뜨거운 가슴을 지닌 경제학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의 고금리처방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며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로렌스 서머스, 폴 크루그먼과 함께 3대 경제학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 책은 기존 경제학자들과 같이 경제현상을 원론적으로 분석만 하는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 희망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제프리 삭스는 1980년대부터 대외채무와 인플레이션의 고통에 신음하는 후진국과 舊사회주의국가들의 시장경제 전환과 관련, 거시정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볼리비아 자문관시절 4만%를 넘는 인플레이션을 10%대로 안정시킨 공적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인구의 1/6분인 절대빈곤층은 인간으로 당연한 존엄성과 최소한 생존에 필요한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1일 소득 1달러미만의 가난은 시간이 갈수록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돼 수십년이 지나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대안을 찾기 위해 전통적인 경제학의 연구범위를 벗어나 정칟문화에서 기후까지 다양한 분석을 동원한다. 특히 빈곤국은 기아·질병과 낮은 교육으로 만성적 경제성장이 정체돼 자립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다. 기아와 질병으로 어린 학생들은 장기간 결석하고 뒤쳐진 아이들은 고급기술을 익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므로.
이런 악순환은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발전을 저해하며 사회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일자리를 창출은 물론 국가적인 자본축적까지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인류와 지구차원에서 효과적이고 간단하지만 실천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은 처방을 내놓는다.
부유한 국가들이 향후 10년 동안 원조를 1,350억달러에서 1,950억달러 수준으로 올리면 세계은행이 1일 1달러미만으로 규정한 극빈층은 오는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어든다. 집중적이고 복합적인 처방을 기대한 독자에게 원조강화는 묘책이 아니지만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저자는 희망의 물결을 일으켜 빈곤세계를 구하자며 결론을 맺는데 빈곤의 덫은 스스로 일어서도록 여러 사람 혹은 잘 사는 국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제프리 D.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21세기북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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