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내 저축은행 추가 퇴출”

산업 / 전성운 / 2012-05-04 18:52:25
금융당국-저축은행 ‘폭풍전야’

조만간 또 한번 저축은행에 ‘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란 이야기가 시중에 팽배하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상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각종 시정조치를 취했고, 당시 이를 유예받은 저축은행들이 다시 평가받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에 돈을 맡겨둔 고객들은 불안에 휩싸여 있고 저축은행들 역시 금감원이 언제 ‘영업정지’라는 칼을 빼들지 몰라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저축은행 추가 퇴출 명단 발표가 다가오면서 금융감독 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부 저축은행의 실명이 나돌기 시작하는가 하면 3일에는 금감원이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경영평가위원회를 열어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을 결정하고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대상이 되는 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부실 금융사 경영개선 처분, 즉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4개 저축은행들이다.


▲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모 저축은행 대치본점에서 수많은 고객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퇴출,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것”
퇴출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계열사로 편입돼 있는 저축은행까지 포함될 경우 문을 닫을 저축은행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게 업계의 예상이다. 특히 이번에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형 저축은행들이 심사대상에 올라있어 퇴출이 결정될 경우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에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원이 넘는 예금을 가진 고객수는 10만3000여명, 초과예금 규모는 8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 지난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은 4개 저축은행에는 5000만원 초과 예금액이 여전히 3000억원 넘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다 후순위채 발행액도 5000억원(계열사 포함)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발표에 따라 8000억원에 달하는 돈이 묶일 수 있는 셈이다.


폭풍전야인 상황에서 금감원이 4개 저축은행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와 예금자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S, H, 또 다른 H, M저축은행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관련 자료를 넘겼다. 검찰은 이들 저축은행의 불법대출이나 업무상 배임,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다음주에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수사의뢰 된 4개 저축은행들 중 일부가 퇴출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1개 저축은행은 이미 지난해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나머지 은행들은 살생부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감원은 3차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가는 4개 저축은행에 지난 4월 검사 결과를 통보를 완료했고, 해당 저축은행들은 15일의 이의신청기간을 거쳐 경영개선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불확실한 상황속, 이러지도 저러지도
“답답해 죽겠어요. 만기가 2개월도 안 남았는데 그냥 빼자니 아깝고 두자니 불안하고. 계속 고민만 하고 있어요.”


지난 3일 한 대형 저축은행 영업점에서 만난 한 여성고객은 창구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의 영업정지 저축은행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급히 달려오긴 했지만, 10개월 동안 넣은 7.0% 금리의 예금을 해지하기가 아쉬웠던 것이다.


해지할 경우 그가 받을 수 있는 금리는 1%대 후반. 답답한 마음에 창구 직원에게 정말 영업정지 되는지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제가 거래하고 있는 저축은행이 확실히 영업정지 저축은행 명단에 오른다면 확 빼겠지만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오전 10시. 이른 시간이었지만 서울의 다른 대형 저축은행 창구는 순서를 기다리는 10여명의 대기자들로 붐볐다. 금감원의 퇴출 저축은행 명단 발표를 앞두고 고객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법인 재무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는 한 남성은 뒤돌아보지 않고 돈을 뺐다. 금리를 손해 봤지만 망설이는 기색은 없었다. 그는 “5000만원이상 예금자는 아니지만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 만기 전에 해지를 했다”며 “5.7%의 금리에서 중도해지로 인해 1.5% 밖에 받지 못했지만 이게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저축은행과 2년간 거래한 다른 고객도 “영업정지 될 경우 5000만원이상의 예금액은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기에 서둘러 빼러 왔다”며 “영업정지가 되면 바로 예금액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해서 아예 모두 다른 은행으로 돌릴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은퇴한 뒤 노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고객은 금감원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축은행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창구에 들렀다. 그는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저축은행들이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금융당국에서 부실 저축은행을 지켜보고 있는만큼 각 은행들이 건물 매각 등으로 나름대로 준비를 했을 것으로 본다”며 “그래도 불안한, 특히 5000만원이상 예금한 사람은 빼는 게 상책”이라고 언급했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우려한 고객들로 이 저축은행은 매일 1억원 넘는 수신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금리를 0.2%포인트 올렸지만 추세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해당 지점 지점장은 “4월 중순부터 예금금리를 4.5%에서 4.7%로 올렸지만 매일 수억원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영업정지 시 가장 마지막에 보상을 받는 후순위채권자들. 이 지점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항의전화를 받고 있다. 그는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권이 있어서 그런지 오늘 오전에만 2통의 항의전화를 받았다”며 “주가 하락과 여론 악화로 후순위채권자들은 아예 영업정지를 기정사실화 하고 극도로 날카로워져 전화를 해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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