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가맹점 수수료 논란 다시 점화

산업1 / 이호영 / 2007-01-19 00:00:00
카드사, 정부·민노당·영세사업자 등 수수료 인하 압박 곤혹

직불카드처럼 통장 잔고 범위 내에서 결제하는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와 할부 기능을 없애 신용불량자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장려돼왔다.

특히 이용자는 은행공동망 가동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고 가맹점이 적은 직불카드에 비하면 편리한 점이 많다. 기존 신용카드망을 이용해 전국 300만여 곳 가맹점에서 24시간 사용할 수 있으며, 할인이나 포인트 등 신용카드 부가 서비스도 제공되기 때문이다.

체크카드는 2000년도 LG카드가 도입한 이후 사용자가 2003년 20.8%에서 2004년 34.1%로 증가일로에 있다.

이용실적은 최근까지 큰 증가세다. 은행계 카드사 연합체인 BC카드에 따르면 비씨 체크카드는 연 이용실적 5조 4000억원 돌파해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발급매수로 보면 지난해 9월말까지 총 2553만장이 발급돼 총 8500만장의 국내 카드시장의 30%에 해당한다. 경제활동 인구로 보면 1인당 1장을 넘어섰고, 3분기 중 사용액도 일평균 98만건으로 1년새 62.4%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영세가맹점들은 "체크카드 시장이 커질수록 손해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비용구조가 엄연히 다른데도 동일한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카드사의 횡포'라는 얘기다.

체크카드는 카드사가 가맹점에 결제하지 않고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서 결제와 동시에 대금이 인출돼 금융비용이 덜 든다. 외상거래 되는 신용카드와 달리 연체 위험도 전혀 없다. 신용카드보다 금융비나 대손비가 낮은데도 동일한 수수료는 신용카드와 비교해 대폭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민노당 등 영세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달리하라는 여론이 일었고,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주장까지 이어졌다.

민노당측에서는 12월 28일 논평을 통해 "카드사들은 원가가 미미한 체크카드 이용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와 동일한 가맹점 수수료율로 연간 809억원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체크카드의 수수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6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소상공인 역차별'이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가맹점 간 수수료율 차이를 지적하면서 대형가맹점(1.5~2%)에 비해 영세가맹점(3.6~4%)이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현재 체크카드 수수료 동일)에 대해 재경부 등 관련부처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 같은 ‘가맹점 간 수수료율 차이’ 등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점은 체크카드 수수료 체계에도 고스란히 이전됐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간혹 공인회계법인에 원가 산출을 의뢰하지만, 대부분 카드사들 간 협의나 가맹점과의 협상에 좌우돼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며 원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신협회가 제시하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원가요인은 'VAN비용', '서비스원가', '금융비용', '대손비용' 등 크게 4가지다.

수수료 인하 논란에 있어서 투명히 원가 산정을 공개하고 합리적인 수수료를 책정하는 게 관건이지만 감독당국은 가맹점 간 수수료율 결정은 카드사의 자율적 결정 사안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도 '영업 비밀'로서 원가 공개는 시장 경제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수수료와 관련되는 문제는 '가격변수'에 손을 대는 문제이기 때문에 '수수료 체계를 달리하라'든가 '낮춰라' 등의 행정지도를 통해 개입하는 것은 '공정위'에서도 경쟁제한행위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신협회 황명희 홍보부장에 따르면 "민노당 등에서 주장하는 수수료 상한제나 원가 산정 기준 등을 법제화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여론이 높은 만큼 감독당국이나 정부에서 투명하게 기준을 제시하고 기업들에게 받아들이라고 한다면 수용할 수는 있다"며 카드업계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 '형평성'을 주장하는 민노당의 요구에 여신협회는 '경쟁 논리'로 맞서고 있다. 카드업계는 업종별 기본 수수료는 각 가맹점의 매출건전성, 수익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동일업종 내 가맹점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신용카드 수수료는 업종별로 미용실 4.05%, 세탁소·옷가게·목욕탕·주방용품·신발잡화·완구점 3.6%, 인터넷 쇼핑몰 3.4%, 제과점 3.1%, 병원·약국 2.6%, 슈퍼마켓 2.1%, 대형할인점 2.0~2.7%, 종합병원·주유소·골프장 1.5~2.0% 로 수수료가 차별화돼 있다.

여신협회가 제시하고 있는 신용카드의 업종별 기본 수수료에 대해서 '가맹점 간 차별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민노당은 영세가맹점의 체크카드 수수료 3.6%를 1.5%의 직불카드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신협회 황 부장은 "카드 수수료율 1.5%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특히 소액 결제가 많아 고정비와 관리비가 많이 드는 체크카드의 경우 전업계 카드사로서는 계좌 결제 0.5% 수수료율까지 고려하면 사업 접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카드매출 중 체크카드 매출은 7.5%, 2조7000억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체크카드의 경우 전산처리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다고 주장한다.

체크카드를 포함해 신용카드는 영세가맹점의 경우 고정비 비중이 높은 5만원 이하인 소액결제가 많고 관리비용이 높아 원가가 상승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영세가맹점측이 주장하듯이 체크카드를 신용카드 수수료와 이원화해 낮출 경우 오히려 전산개발, 인력, 입금 관련 업무 등 관리비용 등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카드산업에서 일반적인 데이터처리, 고지서발부, 우편처리, 기록관리, 회계 및 정산, 데이터입력, 결제처리, 일반관리 등 이런 세부 항목 등에서 원가 비용은 더 증대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 카드사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수익으로서 차지하는 부분은 30%내외다.

황 부장은 이어 "사실 카드산업이 적자에서 2년 가까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정상적인 카드영업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매출액을 올린다고 보고 이자 수익 등에서 폭리를 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카드 산업은 IT분야다 보니 고비용 산업으로서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 이자 수익 부분도 매출에서 큰 부분인데, 현재 평균 2.4%의 수수료율도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체크카드는 카드시장에서 5%정도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수수료율을 이원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향후 체크카드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는 상당하다.
이에 대해 황 부장은 “시장이 크기 때문에 최근 KB카드가 밝힌 가맹점당 0.1~0.2%면 치명적인 수익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 ‘카드사 죽이고’ 개별 가맹점에게는 (민노당 등이 주장하듯이) 1만원 미만의 공제도 안 되는 '실익 없는' 게 이 수수료 인하 문제"라고 말했다.

또 카드사들 내부에서도 전업계와 은행계 간 비용 구조 차이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계좌 결제 비용 등 추가 비용도 더 들고, 체크카드 수익은 수수료가 전부인 상황에서 낮추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여신협회 황 부장은 "향후 정부의 조치를 받아들이겠지만 사실 전업계 카드사들은 은행계 카드사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체크카드의 경우 할부나 현금서비스 등이 없어 수익성이 낮은데, 수수료에 수익을 전적으로 의지하는데다가 전업계 카드사들은 계좌결제 비용으로 0.5% 수수료까지 지불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까지 달리해 수수료율을 낮추면 비용은 더 증가하는 셈"이라고 카드사의 고충을 전했다.

금감위 비은행감독과 박주영 사무관은 체크카드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전반의 인하 문제로 확산되는 여론에 대해 "다소 불합리한 면이 보여도 카드사들의 수수료 산정에 대해서는 경쟁제한행위 등으로 섣불리 개입할 수 없는 문제이며, 일단 무엇보다 원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올 상반기쯤 원가 분석을 위한 용역기관을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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