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 월급 봉투 '억' 소리난다

산업 / 황지혜 / 2006-10-30 00:00:00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월급만 21억원 삼성전자 임원, 월급 상위 5위까지 석권

월급 명세서를 받아보면 이래저래 떼인 게 많아 억울한 마음이 먼저 든다. 그래도 한달 중 직장인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바로 월급날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을 도맡은 최고 경영자(CEO)도 마찬가지일 터.

그러나 CEO의 월급 수준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천문학적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월급을 기다리는 CEO 마음이 일반인 처럼 소박하지는 않을 것 같다.

21억1,000만원, 11억8,000억, 10억원... '내 월급이 이 정도였으면'하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까마득한 숫자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이건희 회장의 실제 월급 액수이다.

지난 19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표준보수월액 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업 총수와 CEO가 받는 월급 액수가 이처럼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한국은행 운전기사의 연봉이 9,000만원이 넘는다는 소식이 수많은 서민들이 놀라게 했던 것은 빙산의 일각인 셈이다. 이는 '신이 내린 직장'이라던 공공기관의 기관장의 연봉과 비교하기도 차마 무색할 정도이고, 이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한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던 산업은행 총재 연봉 7억1,000만원도 이들의 한 달치 급여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일반 직장인과는 '하늘과 땅 차이'를 실감케 한다. 우리나라 일반 직장인이 27세에 직장에 들어가 55세까지 29년 동안 근무할 경우에 측정된 직장인 평균 생애소득이 8억9,000만원이 채 되지 않음을 감안하면, 일반인이 평생 벌어도 만지지 못할 액수를 CEO는 매달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누리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나도 언제 저렇게 돈을 벌 수 있을까.. 힘내자...'라는 사기충전형부터 '많이 벌기는 해도 나보다는 아니네' 라며 애당초 현실회피형, '연봉이 아닌 월급이라고요? 듣기만 해도 떨리네요' 충격형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 그룹 총수 월급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 1위 기업의 총수답게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에서만 월급으로 10억원을 받는 것을 필두로, 삼성전자가 월급 상위 5위권을 석권하는 진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윤종용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월급은 21억1,000만원으로 이 회장보다 무려 2배나 많다. 삼성전자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사장과 이윤우 부회장도 11억8,000만원을 받아 나란히 2위를 기록했으며,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도 9억원을 받아 뒤를 이었다.

삼성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 역시 총수 못지 않게 8억5,000만원을 월급으로 받는다. 이에 삼성그룹 측은 "일부 CEO들의 월급은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시세차익 등 지난해 총 소득을 기초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월급과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특히 윤 부회장의 경우 21억1,0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보도됐지만 이는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얻은 175억원의 차익이 포함돼 있다"면서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나타난 금액은 월급 외에 스톡옵션 행사 차익과 연말 특별성과급인 PS 등이 포함돼 있어 순수한 의미에서의 월급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료 산출을 위해 집계한 표준 보수를 기준으로 식비나 차량유지비 같은 비과세 소득은 포함하지 않아 실제 월급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룹 총수들의 경우 등기 이사로 등재돼 있는 계열사로부터 받는 5,000만 원 이상의 월급만을 책정한 액수이기 때문에 5,000만원 미만인 소득을 합하면 총수들의 실제 월급은 더 많아 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에버랜드, 삼성SDI, 삼성전기, 호텔신라 등 8개 계열사 등기이사를 사임하기 전까지 그가 받은 월급은 추정할 수 없을 정도다.

현대의 경우,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에서 2억 9,000만원, 기아차에서 1억6,000만원을 받고 또 등기이사로 등재된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에서 각각 1억8,000만원, 1억4,000만원을 받아 드러난 한달 수입만 총 7억7,000만원이다. 이어 김동진 부회장, 설영흥 중국사업담당 부회장, 김재기 사장급 법무실장 등이 매달 1억원대의 소득을 올린다.

이외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월급은 약 5억원,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약 2억원이다. 그리고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롯데쇼핑에서만 5000만원을 받으며,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6,000만원을 받는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월급은 1억8,000만원으로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보다 1,000만원 많다. 또 삼성가의 3세인 이재현 CJ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의 월급은 각각 1억2,000만원, 8,000만원에 달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일부 국회의원들이 개별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증권거래법상 최고경영자(CEO)나 이사, 그리고 감사 등 등기 임원들의 보수 총액과 평균 연봉만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의원들은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려고 종전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는 일이 드러나면 조직 내 위화감과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임원 보수가 너무 빠르게 늘면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노조의 임금 인상 압력도 거세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반면 경제 단체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 진행에 진통이 예상된다. 경제 단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면서 "여론에 떠밀려서 임원들에게 많은 돈을 주지 못한다면 경영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 대기업 인사관리과 관계자 역시 "연봉은 그에 걸맞은 성과와 책임을 경영자에게 물을 수 있게 해준다"면서 "(높은 연봉이) 우수한 전문가를 모실 수 있는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CEO의 연봉 수준과 관련, 박완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개인별 실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이 정도 급여수준은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경영자의 성과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데에 과다 책정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에 따라 급여에 상응하는 활동을 하든지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급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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