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최근 은행들이 급변하는 디지털금융변화에 발맞춰 영업방식·조직체계 등의 혁신방안을 꾀하고 있다.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수가 줄어들고,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자 그에 대한 돌파구로 은행별 같은 전략, 다른 이름들을 명명해 만든 다양한 ‘디지털금융서비스’에 대한 차별화를 알리기 위한 묘수 찾기에 나서고 있다.
◇ 은행들 점포수 줄이고 새로운 대안 찾기 돌입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때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을 뒷받침해 주던 폭넓은 영업망은 비대면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점포수를 축소하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최근 5년간 점포수를 880곳 줄였다.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은행 17곳의 점포는 총 6786개로 지난 2013년말(7652)대비 11.6% 줄였다.
같은 기간 CD·ATM(무인 자동화기기)도 5만5513개에서 5만3831개로 21%(1만1682개)감소했다. 특히 KEB하나, KB국민, 한국씨티, SC제일, 우리, 신한 등 6개 시중은행이 줄인 점포수는 5년간 808개로 전체 점포 축소의 90%를 넘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지점 폐쇄 절차에 대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모범규준에는 은행이 영업점을 폐쇄하기 전에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만약 고객 불편 사항이 드러나면 이를 줄이는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고, 고객이 폐쇄된 지점을 대신해 이용할 다른 금융회사 지점을 찾아주는 방침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들은 효율화와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고객들의 간편 서비스를 위해 자동화기기를 업그레이드해 ‘무인화 점포’를 늘리고 있는가 하면, 통합형 인력운용방식인 ‘유니버셜 뱅커’육성에 나서고 있다.
‘유니버셜 뱅커’란 1명의 직원이 단순 거래 처리부터 상품판매, 고객서비스 관리까지 복수의 직무를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수행하는 ‘직무통합형’ 인력운용 방식을 말한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은행들이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잡기위한 전략의 하나로 수신·여신·VM 등의 상담용역을 강화하는 등 업무를 통합하는 것이다. 또 기존 영업점 창구에서 일반 개인 고객들을 상대하던 리테일 업무가 모두 터치스크린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을 통해 ‘유니버셜 뱅커’ 이름이 처음 생겼다. 씨티은행은 이를 도입한 계기로 소매 영업점포 80%를 폐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남은 점포들은 자산관리(WM) 영업으로 특화했다. 현재 100여명 인원이 투입됐다. 기존 창구 직원들은 모두 사라지고 고객들의 스마트존 이용을 돕는 직종의 직원만 일부 배치됐다.
KB국민은행도 최근 ‘유니버셜 뱅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모집부문에 유니버셜뱅커(UB)를 270명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SH수협은행도 최근 열린 ‘2019 지속성장 워크숍’에서 유니버셜 뱅커 체제 도입을 비롯 조직개선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은행들은 유니버셜 뱅커를 이용하면 직원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할 수 있어 사용자 측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유니버셜 뱅커는 일종의 디지털금융전환에 따른 은행들의 트렌드 전략”이라며 “일반특수직군(IT)을 통합해 고객들에게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게 하고 전문가 등을 영입해 직원들의 역량강화 교육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모바일 앱도 ‘하나로’ 간편하게 통합서비스 구축
은행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핀테크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앱 ‘구조조정’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러 개의 앱을 하나로 합치거나, 꼭 필요한 앱을 제외한 일부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간소화’하는 추세다.
우선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신한플러스를 출시했다. 이는 통합 리워드 플랫폼인 ‘신한 팬(FAN) 클럽’ 과 금융권 통합 모바일 플랫폼인 ‘신나는 한판’을 결합했다. 소비자들은 은행, 카드, 금투, 생명보험사의 87개 주요 서비스와 통장·카드 동시 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 그룹의 통합 리워드 포인트도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네이버페이, 홈플러스, 항공사 마일리지 등 다양한 제휴를 통한 포인트 전환 서비스와 포인트 전용 상품몰 운영 등을 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 상품을 신용도 하락 없이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중금리 신용대출 플랫폼 ‘스마트대출마당’도 이용도 가능하다.
KB국민은행 역시 최근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KB스타뱅킹’ 앱을 추가 개편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앱 초기 화면 로딩 시간을 기존보다 절반가량 단축했고 데이트 항목도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 위주로 간소화했다.
이와 함께 KB스타알림 서비스도 리뉴얼했다. 별도의 절차 없이 한 번에 자동 로그인할 수 있으며 계좌번호를 몰라도 서비스 가입이 가능하다. 가계부, 개인사진 업로드, 큰 글씨보기 등 개인별 기호에 맞는 생활 서비스도 제공된다. 올해 말까지 UI·UX도 고객맞춤형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자사 ‘1Q뱅크’ 앱 하나만 운영하고 있다. 1Q뱅크 하나로 모든 스마트폰 기능이 가능하게 만들자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하나멤버스’가 있다. 하나멤버스는 생활 금융 플랫폼을 추구하는 앱으로 고객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스마트뱅킹 관련 애플리케이션 통합 작업에 서두르고 있다. 올해 12월 중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통합 앱의 이름은 ‘NH스마트뱅킹’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통합 앱 아이콘에 ‘ONE UP’이라는 명칭을 추가했다.
당초 농협은행은 통합 앱의 이름을 새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스마트뱅킹’ 이름을 사용하는 곳이 농협은행뿐이라는 점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기존 이름을 유지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의 스마트뱅킹 앱 통합은 보다 간편하고 빠른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NH스마트뱅킹 ▲NH금융상품마켓 ▲NH퇴직연금 ▲NH스마트인증 ▲NH스마트알림 등 5개 앱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은행도 내년 3월을 목표로 모바일뱅킹 ‘위비뱅크’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용자 환경(UI)·사용자 경험(UX)과 서비스 메뉴를 개편하고 상품을 재구성해 유연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 ‘셀프뱅킹 VTM’·'스마트 ATM'설치 확대
은행권이 자동화기기(CD·ATM)보다 기능이 향상된 ‘셀프뱅킹'(Self-banking)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또 고기능 만능 무인자동화기기 설치도 확대하고 있다. 입·출금은 물론 카드발급까지 화상상담을 기반으로 다양한 업무를 볼 수 있다.
먼저 디지털키오스크로 VTM을 확대하는 곳은 지난 2015년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이 운영하고 있다.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도 연내 추진을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은 하반기 셀프뱅킹 시스템과 바이오 인증, 화상상담 시스템을 개발해 이르면 연말이에 내년 초 시범운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STM(스마트 텔러 머신)’을 지난 6월부터 강남역, 가산디지털종합금융센터 등 일부 영업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왔다. KB국민은행은 전국 영업점 중 고객 디지털 금융 수요가 많은 곳을 선정해 총 30여대를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지방은행에서는 부산은행이 지난 1월 부산 해운대 씨클라우드호텔 1층에 디지털뱅크 해운대비치점의 문을 열었다. 디지털뱅크는 스마트ATM과 태블릿 PC를 이용해 대출, 예금 등 각종 금융서비스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디지컬키오스크(무인화점포)는 화상상담 기능을 통해 통장신규, 카드발급, 인터넷뱅킹 신규 등 간편업무와 예적금, 투자상품 신규 등의 상담업무를 처리한다.
은행들은 디지털 키오스크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고기능 무인자동기기라는 점에서는 같다. 기술차이도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디지털 키오스크는 인지도가 낮아 아직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유는 활용되는 바이오 인증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손바닥 정맥 인증과 지문 인증 활용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VTM을 도입하는 것은 영업점 효율성을 높이고,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은행권이 운영하는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지난 6월 말 기준 )는 87개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 자료에 다르면, 우리은행이 4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은행(24개), BNK부산은행(7개), KB국민은행(4개), DGB대구은행(4개), Sh수협은행(1개) 등 순으로 나타났다.
스마트ATM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화상카메라, 지정맥 등록기, 신분증 스캐너, 카드발급기, 통장발급기 등이 탑재된 기기로 은행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업무의 85%를 처리할 수 있다.
장점은 평일 야간은 물론 주말에도 입출금과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업무가 가능하다. 또 통장개설과 예·적금 신규가입, 인터넷·스마트 뱅킹 신청, 카드발급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온라인·모바일 거래로 내방 고객이 줄어들면서 기존 영엄점의 업무당 비용은 올라가고 있다”며 “고기능 자동화기기는 은행 창구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아직은 낯설은 VTM..실질적 혜택 우려도
이처럼 은행들이 핀테크 등 디지털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우려는 나오고 있다. 정작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화상 VTM이 설치된 지역에서 이용한 한 고객은 기본업무만 처리하면 되는데 굳이 화상업무를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은 어색하다는 것이 현재 고객들의 반응이다.
서울시 남구 소재 ‘A' 지역에서 이용한 A씨는 “기존 ATM이 아직 익숙하다”며 “아직 창구대면 거래로 카드발급을 하는 것이 편하고 나중에 불특정 다수로 확대가 된다면 이용가능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지점을 줄이면서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위해 고객붙잡기에 나서는 등 ‘이미지’제고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이름만 달리 한 은행 각각의 디지털금융서비스들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어떤 차별화를 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어 “고령화 등 소외금융계층을 위한 연령 및 지역 맞춤형 서비스 제공도 고민해야한다”며 “대면 채널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에게 비대면 채널로 이동하길 강요하기보다는 고객의 수요에 맞춰 제공하는 빅데이터 상품 관련 포트폴리오 전략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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