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포털 “지면 편집권은 내꺼”

산업1 / 전성운 / 2012-02-06 14:01:36
'기사배열 자율규약' 제정

국내 5대 포털이 스스로를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지칭하며 ‘기사배열에 관한 자율규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작년 8월부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위원 및 각 사별 인터넷뉴스서비스 종사자 등이 포함된 자문단을 구성, 정기적인 토론과 협의를 통해 이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발표된 자율 규약은 보도의 자유로운 유통, 다양성, 공정성 등을 포함한 10개 조항 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언론사로부터 콘텐츠를 단순 제공받는 입장에 불과한 포털사이트들이 유통권 장악이라는 ‘갑’의 위치를 이용해 ‘편집권’까지 행사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국내 5대 포털(NHN, Daum, SK커뮤니케이션즈, KTH, 야후 코리아)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기사배열에 관한 자율규약을 제정하였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자들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의 이름으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와 공동으로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공정성 및 신뢰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5개사와 업계·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함께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기사배열에 관한 자율규약을 제정하였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발표에 따르면, 인기협은 작년 8월 KISO 정책위원 및 각 사별 인터넷뉴스서비스 종사자 등이 포함된 자문단을 구성하여, 정기적인 토론과 협의를 거쳐 이번 공동 자율 규약을 제정했다. 자율 규약은 보도의 자유로운 유통, 다양성, 공정성, 이해상충 배제, 위험의 최소화, 피해구제, 선택권, 저작가치의 보전, 이용자 참여성, 전문성의 10개 조항과 각 조항별 세부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인기협 최성진 사무국장은 “언론보도의 자유롭고 공정한 유통의 공간을 제공하고 이용자의 알권리와 선택의 다양성을 증진하기 스스로의 행동 규약을 실천해 나감으로써 운영의 투명성과 자율성을 더욱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편집권’ 행사 의도?


그러나 자율 규약의 일부 조항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은 ‘제7조 선택권’에 대한 내용이다. 포털들은 “이용자들의 정당한 기사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타사의 기사를 새로운 것처럼 포장한 기사의 배열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즉, 포털들이 ‘이용자의 선택권’을 내새워 ‘편집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현재 이미 포털들은 자체적인 ‘편집권’을 행사하고 있고, 이번에 제정한 자율규약은 그동안 각 업체별로 개별적으로 운영됐던 규정을 통일한 것에 가깝다. 그러나 제7조의 경우 그동안 포털들의 ‘편집원칙’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작년 6월의 ‘민중의 소리 네이버 제휴 중단’사건의 예를 들어 보면 더욱 명백하다. 당시 네이버는 ‘동일기사 반복전송‘을 이유로 민중의소리를 포함한 3개 언론사와의 뉴스검색 제휴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 사건을 다룬 미디어투데이 보도를 살펴보면, 네이버는 작년 5월 27일 “동일 내용 뉴스기사 반복 전송을 중단해 달라”며 “6월15일까지 재발방지 및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휴를 중단 하겠다”고 민중의소리측에 요구했다.


네이버는 “제휴 당시 ‘동의서’상의 ‘동일한 내용의 뉴스 기사 반복 전송이 3회 이상일 경우 통지 후 제휴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최후통첩’을 했고, 이후 시정되지 않자 작년 6월 29일 제휴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중의소리는 “네이버에서 동일 기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일부 동일기사 전송사례가 있었지만 최근 1보, 2보 개념의 기사들까지도 네이버가 동일기사 전송사례로 꼽았다”고 주장했다.


더 심각한 항목은 제7조 3항인 ‘단순복제기사 제한’이다. 이는 “타사의 기사를 그대로 복사하여 새로운 기사처럼 포장한 기사의 배열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대부분의 언론사가 연합뉴스, 뉴시스와 같은 통신사로부터 뉴스공급을 받는 상황에선 제아무리 조선일보라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는 “연합뉴스와 같은 통신사들의 저작권을 포털이 나서서 지켜주는 기묘한 모양새”라며 “이게 정말로 ‘현실화’되면 포털 사이트에선 연합뉴스와 뉴시스만 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준이 없다”


“포털 사이트들이 국내의 인터넷 뉴스 유통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 논란의 본질이다. 검색 제휴와 포탈이 언론사로부터 직접 공급받는 뉴스는 각 언론사 사이트가 아닌 포털 사이트 내에 게시된다. 즉 포털들은 ‘뉴스 게시 공간’만 제공하는 셈이다.


언론사들은 자발로 콘텐츠를 공급해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 언론사 사이트보다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보고 있으며, ‘포털’에 뉴스가 공급되는지 여부는 언론사의 인지도 및 수입에 직결되어 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포털들은 언론사보다 ‘갑’의 위치에 있고 포털 사이트들은 언론사와 검색 및 뉴스공급 제휴에 있어서 상당히 가혹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미디어다음의 예를 들면, 2월 1일 기준 150개 언론사로부터 22971건의 뉴스를 제공받았다. 그렇다면 단순계산으로도 한 언론사에서 매일 250건의 뉴스를 제공해야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만여건의 뉴스 중 국내 대표적인 뉴스 공급자인 연합뉴스가 3383개를, 뉴시스는 2071개를 다음에 공급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면 공급 뉴스 건수는 급감해 같은 날 조선일보는 280건, 중앙일보는 169건을 공급했다. “국내 기성 언론 중 1위라는 조선일보조차도 인터넷에서는 연합뉴스의 10분의 1도 안된다”는 사실이 승자 없는 ‘치킨레이스’의 발생 원인이다.


때문에 이번 ‘편집권’ 논란을 두고 일각에서는 “원칙만 있고 기준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ITViewpoint의 서명덕 기자는 이번 일을 두고 "지난 2010년 여름의 구글대 글로벌 미디어들간의 논쟁이었던 ‘핫뉴스 독트린’의 국내판이 될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핫뉴스 독트린은 뉴스가 막 생산되어 뜨거운 이슈 상태일 때에는 콘텐츠 독점권을 보장해 달라는 움직임으로 배껴쓰는 것을 허용치 않겠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기자는 “어떤 기준에 의해 ‘베낌’이 정의 되는지, 누가 어떻게 콘텐츠의 독창성을 판단할 것인지, 이미 전재료를 지급한 기사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뉴스 트래픽은 뉴스 사안이 아닌 자주 접촉하는 매체 중심으로 쏠린다”며 “해외 많은 미디어 블로그들은 뉴스를 골라내 서로 링크하며 가치를 재창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포털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기사를 언론사별로 공유해 이를 원문 링크로 밀어주기 네트워킹 하는 협의구조를 갖춘 뒤, 포털을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서서히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한다”며 “베끼기 기사에 대해 언론사별 권리를 강화와 핫뉴스에 대한 보다 정교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