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믿고 냈는데…연금보험, 수익률 '깡통'

산업1 / 전성운 / 2011-12-19 15:11:37
“생명보험사들 일부는 상당히 위험”

연금보험 가입자 2000만명의 노후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보험사들이 지급하겠다고 공언한 연금액 중 이익배당금(증액, 가산연금)이 실제로는 거의 발생되지 않아 연금연액이 반토막도 아닌 1/4~1/5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일례로 65세에 매년 760만원씩 지급해 준다던 한 적립형 연금보험의 연금 수령액은 현재 1/6인 130만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은 저금리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생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시장의 관리감독과 공시체계, 자금운용, 투자자교육 등의 차원에서 개선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들은 현재까지의 노후연금액을 점검한 후 노후준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90년대 중반 이후 노후생활준비를 위해 연금보험 가입한 사람이 2000만명이 넘는데, 당시 보험사들이 이익배당금을 포함해 예시한 노후 연금액은 현재시점에서 거의 발생되지 않았거나 터무니없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맹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 연금보험 가입자는 1015만명(개인연금 783만명, 일반연금 232만명) 으로 총 보유계약 240조원에 달하며 보험사들은 연간 6조5천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거두고 있다.


금소연의 주장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개인연금은 연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 일반 연금보험은 10년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이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가입의 메리트를 내세워 판매했다.


◇ “확 줄어든 연금액에 분통”


문제는, 보험사들이 기본연금연액에 이익배당금을 추가하거나 시중실세금리로 분리시켜 준다며 가입 당시 고 이율로 노후연금 예시액을 부풀려 ‘마치 고액연금이 지급될 것 같이’ 판매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시중금리의 급격한 인하로 이익배당금을 예시한 확정이율형 상품은 예시금액의 20% 수준에 불과하고, 금리연동형 연금보험도 15%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에 사는 김모씨는 택시운전을 하면서 노후준비를 위해 1995년 월 보험료 10만원을 10년 납입하면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S생명의 노후 적립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사는 당시 김씨에게 55세에 월 231만원, 60세 450만원, 65세 760만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예시했으나 김씨가 2010년에 연금수령예시를 다시 받아본 결과 보험사는 55세 125만원, 60세 128만원, 65세 13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가입시 예정했던 것과 너무 차이가 크다”며 항의 했지만 보험사는 “변동금리에 따라 산출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 했다. 설계 당시와 2010년을 비교해보면 55세는 231만원이었으나 125만원으로 54%, 60세는 예시는 450만원이나 28%에 불과한 128만원, 65세는 760만원이었으나 실 수령액은 130만원으로 17%에 불과하다.


1999년에 D생명의 참사랑연금보험(7.5% 확정이율형 상품)에 가입한 다른 김씨도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그는 21년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첫 해 연금 예시금액 736만원의 60세 연금을 수령하려 보험사를 방문하였으나, 보험사는 “예시한 연금액의 22%인 162만원만 지급된다”는 답변을 했다. 김씨는 “보험사 때문에 20여년간 준비해온 노후가 물거품이 되었다”며 분개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연금액을 늘릴수는 없었다.


금소연은 “당시 보험사들은 이익배당금기준액 또는 시중금리, 수익율 등을 기준으로 고액의 연금액을 예시하여 판매했으나, 계속되는 저금리 상황으로 판매 당시의 예상연금지급액과 터무니없는 차이가 난다”며 “조속히 보험사나 금융사에 정확한 예상연금액을 확인하여 노후준비전략을 수정해서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들 “정부차원 대책 필요”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이나 업계차원에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수 100세시대 연구소 소장은 “세금공제 혜택을 보고 가입했는데 장기적으로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낮은 것은 문제다”라며 “정부 당국이나 업계차원에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연금시장은 보험·은행·증권 등으로 분리돼 있어 투자자 교육이나 공시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 퇴직연금은 노동부에서, 개인연금은 금융위원회에서 각각 담당한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통계도 잘 취합되지 않는다.


그는 “전체적인 상황을 봐야 하는데 개인연금은 아직도 통계조차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원금보장에만 치중하면서 수익률이 낮다 보니 정보 공개를 더 꺼리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적연금이 앞으로 사회안전망으로 제 기능을 하려면 개인연금의 수익률 공시를 좀 더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도 “저금리와 금융시장 불안탓에 보험사와 은행들이 안전위주로 운영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퇴직연금 상품처럼 성장하려면 퇴직연금 구조가 확정기여형(DC)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후생활을 대비하기 위한 상품인 연금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수수료를 낮게 차등 적용해야 한다”며 “운용사가 수수료나 받으며 원금을 보관해주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장기평가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소비자 차원의 대응 필요


경희대 경영학부 성주호 교수는 “안전한 노후 금융투자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며 “현재 종신 개인연금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들 일부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는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30~40년 후에도 끄떡없는 금융기관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소비자는 현재 가입한 연금보험의 향후 지급 예상금액을 반드시 확인한 후 노후준비를 다시 설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소연 조연행 부회장은 “금리가 높던 시절에 연금 상품을 팔았는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자 배당금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생겼고 소비자로서는 노후 준비가 막막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 큰 문제는 자신이 가입한 연금의 운용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대부분 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금소연 이기욱 팀장도 “가입 당시에는 당시 급여 수준으로는 높은 보험료를 노후를 위하여 낸 것이나 당시부터 현재까지 물가상승율은 당시 금액을 다 받아도 어려운 상황인데 그나마 터무니 없이 적게 나와 노후준비는 물거품이 되어버린 상황”이라며 “소비자는 현재 가입한 연금보험을 재확인하여 어느 정도 나오는지를 보험사에 확인한 후 노후설계를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금융권은 이같은 상황이 발생했으면 소비자에게 연락해 노후 준비를 다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달 수수료는 받아 챙기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은 미래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장밋빛 희망을 주면서 경제가 좋은 상황에서의 배당금만 크게 예시해서 상품을 팔아왔다. 이제는 소비자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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