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 매트릭스 놓고 '엇갈린 행보'

산업1 / 장우진 / 2011-12-19 14:07:32
신한지주, PWM점포 개설 '본격 박차'…하나금융, 매트릭스 체제 금감원 지적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최근 은행권에는 매트릭스(Matrix) 도입을 놓고 찬반논쟁이 거세다. 매트릭스 조직체제란 지주사 내 자회사 중심 체제에서 고객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즉 은행·증권·보험 등 자회사 별로 ‘독자 경영’하고 있는 현 조직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균형잡힌 서비스를 제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는 현재 자회사 시스템으로는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없다는 한계에서 비롯됐다.
4대 금융지주사 중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08년에 이미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으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도입의사가 없음을 밝힌바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매트릭스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의 매트릭스 행보가 교묘히 엇갈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국내 금융권 매트릭스 체제의 선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으며 체면을 잃었다. 반면 신한지주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내에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 서울센터’를 개설하며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매트릭스 체제의 첫발을 내딛었다. 은행 뿐만 아니라 지주 자회사 전 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보이고 있는 신한지주의 본격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선진금융을 위해 반드시 도입되야 한다는 의견과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상반된 지적이다.


◇신한금융, 메트릭스 체제 본격 시동


신한금융은 지난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9층에 ‘신한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이하 PWM) 서울센터’ 1호점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PWM센터는 프라이빗뱅킹(PW)과 자산관리(WM) 업무를 통합·관리하는 점포로 매트릭스 조직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PWM센터는 앞으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PB 직원이 협업해 초고액자산가(VVIP)에게 가업승계, 상속·증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그룹의 종합 자산관리솔루션 제공센터인 IPS 2곳으로부터 주식·채권 등의 상품을 공급받아 취급한다. 영업 폭은 기존 3~5억원에서 1억원 수준으로 낮춘다.
기존의 21개 PB센터는 구역별로 통합하거나 PWM센터로 전환된다.
위성호 신한은행 WM그룹장은 “예금기준 6000만원~1억원 선인 고객을 담당하는 신한은행 프리미엄코너(전국 800곳)를 브링업(bring-up)해 PWM센터로 유인하는 리테일연계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종전의 PB센터는 구역별로 통합하거나 PBW센터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연내에 압구정·동부이천동·반포 등 3곳에, 내년 1월중 고액자산가 밀집지역 4곳에 추가로 열고 본격 매트릭스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다.
1호점의 경우 전체 상주 직원은 총 21명이다. PB팀장급만 10명에 이른다. 센터장은 은행(신보금 전 PB서울파이낸스골드센터 지점장)과 증권사(시윤영 전 마포지점장)에서 각각 발탁한 2명이 맡는다.
위 WM그룹장은 “PWM센터는 시중은행에 소규모 증권점포가 입점해있는 ‘BIB’를 확대한 ‘BWB’ 방식”이라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PWM 사업모델에 대한 자산규모 범주를 확정해 각 계열사 고객에 대한 크로스 영업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매트릭스 선배?…금감원 지적 받아


하나금융은 지난 2008년 국내 은행권 최초로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다. 김승유 회장의 뚝심이 발휘된 부분이다.
김 회장은 매트릭스 체제 도입과 관련해 당시 “고객중심의, 고객의 기쁨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하나금융의 매트릭스 조직은 나름 성공적 평가를 받았으며, 이에 김 회장은 지난 3월 3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하나금융은 매트릭스 체제를 놓고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 8일 하나음행 본점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내부통제 시스템 가동의 문제점을 지적한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하나금융 자체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하나은행의 국민관광상품권 횡령사고 외에도 금융실명제법 위반, 포괄담보대출 등 금융사고를 놓고 매트릭스 체제에 따른 허점으로 분석했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이는 매트릭스 체제의 허점으로 보고 있다”며 “하나금융에 제도보완을 주문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이번 금감원의 지적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넘기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외환은행 인수가 눈 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외환은행 역시 매트릭스 조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프리이빗 뱅킹이 강세인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무역·외화대출 등에서 강세를 보이는 외환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매트릭스 체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매트릭스 도입, 찬반 놓고 업계 의견 엇갈려


그러나 매트릭스 도입을 놓고 지주사마다 입장이 판이하게 구분되는 가운데 업계에서의 찬반 논쟁도 한창이다.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은 “매트릭스 도입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노욕(老慾)”이라며 “은행 산업을 망가트릴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지주사들은 ‘선진 금융시스템 도입’이라는 명분 아래 매트릭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조직 장악력을 높일 뿐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회사와 매트릭스체계, 무엇이 문제인가’ 공청회에서 “매트릭스 체제는 권한과 책임의 경계를 정확히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지주회사 CEO는 실적 부풀리기를 통해 주주와 경영진들만을 위한 보너스 잔치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자본시장연구원의 신보성 연구의원은 지난 10월 보고서를 통해 매트릭스 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 연구의원은 “지주사들이 매트릭스 조직을 채택하는 것은 기존 자회사 중심체제 하에서의 시너지 창출이 한계에 달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 자회사 중심운영으로는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매트릭스 조직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매트릭스 조직 채택은 향후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됨은 물론, 새로운 도약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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