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이제는 떠나보낼 때

산업1 / 전성운 / 2011-11-28 14:14:44
사실상 HTML5에 패배…플러그인 기술의 종말

[토요경제 = 전성운 기자] 웹페이지 제작에 있어 한때 전 세계적 붐을 이끌었던 어도비(Adobe)의 ‘플래시(Flash)'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어도비는 “더이상 모바일 플래시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플래시는 쉽게 다양한 애니메이션 효과와 멀티미디어 기능의 활용이 가능해 웹페이지 제작부터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재생, 플래시 게임과 같은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쓰여왔고,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느리고 버그투성이에 보안 헛점까지 있어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세력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모바일 시장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애플이 플래시를 받아들이지 않자 앱 개발자들도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결과는 어도비의 포기선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바일‘에서 그치지 않고 데스크탑에서도 플래시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어도비 “모바일 플래시 개발 중단”


포토샵, PDF문서 등으로 이름 높은 어도비의 또 다른 히트작 ‘플래시’가 모바일을 시작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어도비는 “플래시의 모바일 버전 개발을 중단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어도비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플래시 대신 AIR를 이용한 앱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집중하고 PC에서는 게임과 고화질 영상을 포함한 전문적인 웹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치명적인 버그와 보안 업데이트는 계속 제공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확인된 바에 의하면 구글의 안드로이드OS 최신버전인 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에서는 플래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구글은 이에 대해 “어도비가 ICS에 맞는 새 플래시를 제공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고 어도비도 “올해 말까지 지원하는 플래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도비는 “안드로이드 4.0이 플래시가 제공되는 마지막 버전이며 이 후에는 더 이상 플래시가 제공되지 않는다”며 ICS용 플래시가 마지막임을 명료화 했다. 플래시의 모바일 버전 개발중단을 놓고 업계는 “어도비가 애플에 백기를 든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어도비는 최근 밝힌 ‘재구성’ 계획을 통해 “어도비는 HTML5가 모바일 플랫폼에 최선의 솔루션”이라며 “HTML5에 더 많은 투자를 통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RIM 등 핵심 업체들과 함께 HTML5 커뮤니티에 공헌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마이크 챔버스 어도비 제품 매니저는 그의 블로그에서 “어도비의 모바일 플래시는 HTML5와 경쟁할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모바일 플래시는 모바일 브라우저에 플래시보다 더 넓게 지원되고 있는 HTML5와의 심한 경쟁 때문에 데스크탑 플래시와 같은 보편성을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애플이 자사의 iOS 기기들에 플래시 대신에 HTML5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어도비는 플래시 개발자들이 iOS 기기(아이폰·아이패드 등)용 앱을 개발하기 위해 같은 컨텐츠를 HTML5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지켜봐야만 했다. 또한 모바일기기의 파편화도 모바일 플래시 개발 중단에 한 몫 했다.


어도비는 플래시를 모바일 기기들, 특히 안드로이드 기기에 올바르게 작동시키기 위해 다수의 OS 제조사들, 단말기 제조사들, 심지어는 다수의 칩 제조사들과도 협력해야만 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노력을 저울로 잴 수도 이를 견뎌낼 수 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 “플래시 퇴출” 목소리 높아


플래시가 모바일뿐만 아니라 데스크탑에서도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소규모 웹 사이트 그룹과 모바일 앱 개발자들이 “플래시를 점령하라(Occupy Flash)”를 구호로 내걸고 플래시 퇴출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웹 사이트(occupyflash.org)를 개설하고 “전 세계의 사용자들이 자신의 데스크탑 웹브라우저에서 플래시 플러그인을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어도비의 인기 브라우저 플러그인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이 단체는 미국 서부 지역에 근거를 둔 개발자들이 모인 단체로 occupyflash.org 도메인은 어도비가 모바일용 플래시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틀 뒤에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플래시의 시대는 끝났다. 플래시는 버그투성이에 (다른 프로그램들과) 충돌도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며 지속적인 보안 업데이트도 필요하다”며 “플래시는 폐쇄적인 기술과 기술에 대한 기업의 일방적인 통제의 상징”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어도비는 모바일용 플래시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데스크톱 브라우저용 플러그인 개발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전문가들은 “모바일용 플래시의 폐기로 데스크톱용 플래시 플레이어 역시 같은 수순을 밟겠지만, 당장 몇 년 동안은 HTML5가 플래시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 단체는 “어도비의 모바일용 플래시 개발 중단은 인터넷을 둘로 나누기 위한 로드맵일뿐”이라며 “어도비는 모바일 전쟁에서 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데스크탑의 플래시라도 지키려는 노력은 결국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래시를 점령하라”는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기로 결정했고 구성원 중에 어도비 경쟁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웹은 열린 공간이며, 우리는 공개 표준을 지향하고, 사용자에게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을 지향한다”며 “HTML5는 이미 미래 웹 브라우저를 향한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기술의 진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래의 웹이 플러그인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 플래시와 같은 플러그인 기반 기술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전망으로 알려지면서 퇴출을 앞당기고 있다. MS는 이미 지난번에 윈도우즈8 개발자 버전을 공개하면서 “플러그인 기술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것이다”라고 밝힌바 있다. 물론 하위호환성을 위해 구동은 되겠지만 플러그인 기술을 만들어낸 MS조차 더 이상 지원은 없다고 밝혀 데스크탑용 플래시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 한국에서 플래시 퇴출될까


그러나 한국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한 ‘웹 갈라파고스’ 국가로 그 폐쇄성을 빗대 ‘코리아 인트라넷’이라 불릴 정도다. 그동안 국내 웹 개발환경은 수년간 ‘플래시’에 맞춰서 개발되어 왔고 HTML5와 같은 표준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한 중견 웹 개발자는 “학원에서 웹 개발을 배운 소위 ‘양산형 개발자’들이 시장에 너무 많기 때문에 당장 웹환경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고백했다. 그는 “표준기술을 따르고 싶어도 단번에 페이지들을 새로 만들기는 어렵고 표준기술을 익힌 개발자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한국에서 HTML5는 먼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일치한다. 한 전문가는 “겉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플래시가 한때 광풍처럼 인기를 끌었고 현재도 정부부처와 주요 사이트들, 온라인 광고들이 플래시를 기반해 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웹 환경의 양대 장애요소인 플래시와 보안모듈이라는 10년된 ‘플러그인 기술’이 완전히 퇴출되지 않는한 국내 웹 환경의 개선은 쉽지 않을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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