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상증자 '독인가 약인가'

산업1 / 최양수 / 2011-11-21 13:46:02

[토요경제=최양수 기자]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된 유로존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축을 했지만 국내 증시의 외부 충격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증자 규모는 커졌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증자 현황을 분석하면 상반기에는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하반기에는 종합금융투자업 준비를 위한 증권사들이 대거 나섰다. 그리고 연말로 예정된 LG전자의 증자 등 대규모 유상증자도 있었다. 기업에서 증자를 하게 되면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증자 리스크가 발발한다. 하지만 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 인재 확보, 미래 사업 투자, 사업 경쟁력 회복 등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들의 증자가 증가됨에 따라 내년 경제 성장이 진행될지 살펴본다.


◇국내기업 증자 ‘독보다 약’…내년 성장 동력 확대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로 금융시장이 뒤숭숭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증자 규모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통상 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켜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최근 금융기관의 부실이 커지면서 잇따라 늘고 있는 선진국 기업들의 증자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향후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 조달인 만큼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증자를 진행한 LG전자와 락앤락 등은 기업들은 내년 성장 동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유상증자 규모는 8조9035억원(33건)으로 기록됐다. 이는 지난해 2조7190억원(34건)보다 227.5% 증가한 수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올해 납입 예정분 유상증자 계획을 집계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3년 9조4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12월에는 1조7126억원(4건)의 유상증자가 계획돼 있다. 이는 LG전자가 시설투자를 위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고, 현대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IB) 준비를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증자규모 증가 ‘대규모 유상증자’ 원인

올해 국내 기업들의 증자 규모가 증가된 것을 분석하면 상반기에는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하반기에는 종합금융투자업 준비를 위한 증권사들이 대거 증자에 나섰다. 그리고 연말로 예정된 LG전자의 증자 등 대규모 유상증자가 많았다.
우선 대형 IB를 준비하면서 대우증권이 보통주 1억3550만주를 발행해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런 자본력을 활용해 글로벌 IB로의 도약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해외금융시장 진출 강화, 신규사업 투자확대 및 IT인프라 확충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삼성증권은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우리투자증권은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대형IB에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현대증권도 기명식 우선주 7000만주로, 주당 8500원에 발행하면서 59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 등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행됐다”며 “자기자본이 3조를 초과해 대형 IB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도 1조6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LG전자의 유상증자 경우 휴대폰 부문의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해 실시됐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스마트폰과 TV사업 부진 등으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력 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더불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나 인재 확보도 공격적으로 진행해 다가올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계획을 밝혔다.


◇선진국 증자와 달리 한국의 증자 ‘긍정적 평가’

2000년대 초반에는 현대그룹과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면서 자금을 조달했다. 2001년 현대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대표적이다. 2003년에는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증자를 실시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기업들의 현금 보유가 증가하면서 증가 규모가 저조했다.
LG디스플레이와 롯데쇼핑 등이 외형 확장을 위해 주식시장에서 각각 2004~2005년, 2006년 3조원대의 자금을 조달했고, 2007년~2008년에는 STX와 대한통운 등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와 투자, 재무상태 개선 등을 위해 기업공개(IPO) 혹은 증자를 실시했다. 롯데쇼핑과 아모레퍼시픽 등은 증자 후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부각된 데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2009년에서 2010년 이후에는 비그룹사들의 증자가 늘었다. S&T중공업과 성진지오텍, 일진디스플레이, 엔씨소프트, 락앤락 등이 증자를 실시했고, 이들 투자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의 증자와 달리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증자는 주가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흥국의 증자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자본시장의 발달과 조기 자금회수가 어려운 사업 포트폴리오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들의 증자는 경기가 좋을 때보다 경기가 돌아서는 국면에서 실시할 때 성과가 더 좋았다”며 “그룹 계열사 지원이나 사업, 재무 구조 변경을 위해 실시하는 것보다 투자나 M&A를 통해 사업 규모를 확장할 때 성과가 더 양호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준비 중인 증권사들과 휴대폰 부문 투자를 위해 증자를 실시할 예정인 LG전자,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하나금융,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OCI,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는 락앤락 등이 대표적이다.
박 연구원은 “내년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선진국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와 정부의 경기 부양이 소비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이머징 소비 테마가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LG전자와 락앤락 등이 증자의 비용 대비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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