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불황 속 '식량난' 관건

산업1 / 최양수 / 2011-11-11 11:10:30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수요불안 '가격하락'…‘근본원인 해결 안돼 '일시적 하락일 뿐'

[토요경제=최양수 기자]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세계 식량시장에는 오히려 안도감이 돌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
선진국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가축사료나 바이오연료의 원료곡물의 수요가 줄자 가격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기상이변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어 가격 하락세의 지속은 일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태국 홍수·러시아 가뭄등 기상이변과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해 수요량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자 유럽 재정위기로 주춤했던 투기세력들도 다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곡물시장 불안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편 곡물시장 안정으로 인해 국내 시장은 단기적으로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곡물의 대부분은 사료용 곡물인데 국제곡물가격 하락으로 가격안정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곡물가격 안정 신호탄?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10월 식량가격지수는 216포인트로 지난 11개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225)보다는 4% 내렸다.
곡물만 놓고 봤을 때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5% 하락한 232포인트를 기록했다. 선진국에 대한 경제성장 둔화가 쇠고기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져 사료곡물 수요가 감소한 데다 바이오연료 산업의 성장에 대해서도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유로화에 비해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국제 상품시장에서 투기자본이 위축된 것도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농산물 등 상품시장에 흘러드는 자본의 상당수는 안전자산인 달러를 빌려 원유, 농산물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한편 FAO가 올해 곡물생산량을 23억2500만t으로 전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곡물가격 안정세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유지류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6% 하락했고, 설탕도 가격지수가 한 달 전보다 5% 떨어졌다. 육류의 경우 가격지수는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육류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포인트 오른 177을 기록했다.


◇일시적 가격하락…근본원인 해결 불가능해


하지만 현 상황은 일시적인 것일뿐 식량가격지수는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식량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장 해결 불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달 FAO 식량가격지수를 지난 10년전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이상 올랐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곡물, 유지류, 육류, 낙농품, 설탕 등 55개 농산물 가격의 2002~2004년 평균치를 100으로 놓고 품목별 가격을 합산한다. 전년 같은 기간(205)과 비교해도 10월의 식량지수는 5% 이상 높다.
이 같은 식량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인구증가에 있다.
최근 태국에서 홍수가 나면서 곡물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러시아는 반대로 가뭄이 들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밀 수출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인구 증가세도 가파르다. 유엔은 지난달 31일 필리핀에서 태어난 아기를 70억 번째 인구로 선정하고 이날을 ‘세계 인구 70억의 날’로 지정하는 등 세계인구는 70억을 돌파했다.
이 외에도 유럽 재정위기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자 잠시 주춤했던 투기세력들의 움직임도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곡물시장 불안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신증권 채현기 연구원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터졌을 당시에 투기자본에 영향을 미치면서 식량가격지수가 많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재정위기가 완화되면서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달러가 강세로 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식량가격의 안정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현 곡물가격의 흐름은 신흥국의 수요가 늘고 있고 이상기후로 인해 곡물가격이 계속 오르는 모습”이라며 “인플레이션도 하향 안정화되는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민연태 식량정책과장도 “인구는 증가하고 소득이 낮았던 중국, 인도, 아프리카에서 식량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식량가격 상승세는 피할 수 없다”며 “다수확, 재해에 강한 품종들을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장기 추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시장, 단기적 호재…장기적으로는 불안


다만 현재 식량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 단기적이나마 국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 과장은 “우리가 수입하는 곡물의 대부분은 사료용 곡물인데 자급률이 낮다”며 “사료용 곡물가격 안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로서는 국제곡물가격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데다 가격이 다시 뛰면 그만큼 생산 인센티브가 생기는 것”이라며 “다 죽어가는 우리 밀 생산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태국 홍수·미국 가뭄으로 쌀 보급량이 줄어드는 점이 국내 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쌀 1월물은 전날보다 1% 오른 100파운드(약 45㎏)당 17.215달러에 마감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9월 21일 18.17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이다.
이에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제 쌀 가격이 급등한다고 해도 국내 자급률(쌀 104%)이 높아, 국내 식탁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 전례를 볼 때 국제 쌀값이 뛰면 국제 곡물가격도 덩달아 뛴다는 문제로 국내 시장은 또 다시 물가 상승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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