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보험료, 보험사기 때문”

산업1 / 전성운 / 2012-04-27 18:24:10
보험사기 때문에 보험료 ‘1인당 7만원’ 더 내

보험사기가 점점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달 12일 인천지검은 여자친구를 2억 원의 생명보험에 가입케 한 후, 고의로 사망케 해 보험금을 타낸 피의자를 2년만에 구속 기소했다. 또한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재혼한 뒤 임산부인 아내를 계획적으로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보험설계사나 병원과 공모한 뒤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작년 11월에는 한 마을 전체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역대 최대 규모 사건도 발생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받아 챙긴 보험사기범들의 증거 사진과 서류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한해 보험사기로 인해 누수되는 금액이 무려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로 인해 추가로 부담하는 보험료가 연간 1가구당 20만원, 국민 1인당 7만원”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연간 보험사기 규모가 3조410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기준 2조2000억원에 비해 1조2000억원(52.9%) 증가한 수치다. 작년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4237억원이며 적발인원은 7만233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금액기준 13.1%, 인원기준 4.5% 늘어난 수치다.


사기유형은 허위·과다 입원 등 허위사고가 2988억원(70.5%)으로 가장 많았고, 가해자·피해자간 자동차 공모사고 등 고의사고 841억원(19.9%) 등의 순이었다. 서류상 입원하거나 경미한 질병이나 재해를 이용하여 허위(과다) 입원하는 유형의 경우가 2009년 98억원에서 2010년 226억원으로 130.7% 폭증한 반면 자동차를 이용한 가해자·피해자 공모사고, 제3의 차량을 대상으로 한 고의 충돌사고는 245억원으로 전년(300억원) 대비 감소했다.


보험종류별로는 자동차보험 2,408억원(56.9%), 장기손해보험 1,029억원(24.3%), 보장성생명보험 629억원(14.9%)의 순으로 나타났고 연령별로는 40대가 28.2%(2만374명), 30대 25.8%(1만8,634명), 50대 22.3%(1만6,092명) 등의 순이었다. 10대의 경우 아직 비중은 낮지만,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대의 보험사기는 2009년 508명에서 2010년 586명으로 15.4% 증가했으며, 작년에는 952명으로 전년대비 62.5% 늘었다.



◇ “보험사기 조사권 확대 필요”
보험사기로 인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강력범죄까지 이어지는 등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보험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고심해 왔으나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구나 보험설계사나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연루된 보험사기가 증가추세에 있어 더욱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은 “문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심평원 등 유관기관과의 원활한 업무공조를 통하여 형사처벌 외에 업무정지 등 행정조치가 병행될 수 있도록 기획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그나마 나온 대책이 “보험사기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재고하겠다”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에 대한 논의를 보험사기자로부터 선량한 보험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원은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사기 조사체계의 재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선 “보험회사의 조사 활성화를 위해 보험회사의 사기조사 법적 근거 및 조사권한을 규정하고 보험회사 간 계약과 지급 정보 공유 체계와 보험사기 협의 입증을 위한 사진과 비디오 감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보험사기 적발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보험금 수령을 신청한 사람의 보험이력을 조회하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공유를 원하는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별도의 동의를 얻는 방식에서 개인보험정보 공유를 원치 않는 소비자는 이를 보험회사에 서면으로 알리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혐의 입증을 위한 사진촬영의 경우 초상권과 사생활비밀 및 자유를 침범한 불법행위로 간주돼 증거수집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녹음 및 녹화 등 감시를 허용해 보험회사의 조사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금융위원회의 보험사기 적발을 위한 행정조사권을 강화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송 연구원은 “현재 보험업법상 금융위 진술서 제출 요구권과 장부 및 서류 제출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행정조사 실효성을 기하기 위해선 조사사항에 대한 증언청취와 제출된 서류의 영치, 진술의 청취 및 조사를 위한 관계 장소의 출입, 출석요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보험사기 조사와 적발은 소비자 권익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합리적인 조사절차, 조사자의 개인정보유출금지와 비밀 엄수의무 등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시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보험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오히려 보급이 지연되는 등 소비자의 피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보험회사와 소비자가 약관에 따라 맺게 되는 계약관계인데 보험회사가 법적근거를 가지고 조사권을 가지게 되면 어느 한쪽이 우위권을 가진 불평등 계약관계가 될 것”이라며 “보험사기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어 보다 합리적인 주의와 대처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보험사기단 조직 연계도.

◇ “의식 개선 외에 뚜렷한 해결책 없어”
그러나 한편에서는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안정적’ 혹은 ‘보장’을 내세우기보다 ‘고액’의, 혹은 ‘고수익’을 내세우고 있는 현재의 마케팅 현실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판매 조직 관리자는 “아직까지도 보험사들은 ‘한 번에 얼마를 받을 수 있다’ 혹은 ‘다른 보험이 있어도 중복수령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일확천금’ 마케팅을 사용하는게 현실”이라며 “가입자들도 사고 시 오히려 ‘복권 당첨’이라는 기분으로 보험금을 수령한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조사원은 “실제 현장에 나가보면 사소한 사고에도 ‘한탕’을 노리고, 혹은 병원과 공모하여 장기 입원 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고 있다”며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사람들이 그런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보험업의 역사가 이제 꽤 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보험사와 고객 사이의 신뢰는 느슨하다 못해 오히려 ‘불신’의 관계에 가깝다”면서 “보험이라는 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나 업계의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보험사기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두 알고 있지만 이를 어디서부터 바꿔나가야 할지 엄두를 못내고 있는 상태”라며 “당국과 업계는 보험소비자들이 보험을 ‘복권’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인식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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