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사 간 인수ㆍ합병(M&A)을 둘러싼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불붙은 지주사 간 경쟁이 수익 창출 루트의 다각화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해 국내 금융시장의 포화로 글로벌 진출을 꾀해야만 하는 지주사들에게 덩치를 키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지주사의 대표적인 수익 창구는 은행. 이에 따라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지주사의 눈, ‘보험사’로 집중
금융지주사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보험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당기순익 중 비은행(카드ㆍ생명ㆍ캐피탈 등)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나머지 지주사의 비은행 부문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각 지주사 회장들은 보험사 인수 의사를 밝혀 왔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올해 초부터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금융의 가장 취약한 부문이 보험인만큼 보험사 매물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갖는다”고 했으며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산업은 M&A의 산업이다. 보험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지주사들이 은행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 라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비은행 부문을 성장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는 ING생명 아태법인, 동양생명, 그린손해보험, 에르고 다음 다이렉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지주사가 눈여겨보는 매물은 ING생명. ING생명은 이달 중 각 회사로부터 투자의향서를 제출 받아 아태법인에 대한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KB금융은 ING생명 한국법인 입찰에 나설 방침이라고 적극적으로 공언해왔다. 하나금융의 경우 김정태 회장이 새롭게 취임한 지 채 보름이 되지 않아 아직까지 보험사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사들이 보험사를 인수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변수는 결국 ‘가격’이다. 많은 금융회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ING생명 한국법인의 경우 3조5000억 원 내외에서 인수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양생명의 경우 주당 최저 2만2000원에서 최고 2만8000원선에서 인수가가 정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지주사 ‘덩치 키우기’, 우리금융 합병이 해법?
올해 안으로 추진되기는 힘든 것으로 보였던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의 실타래가 다른 방법으로 풀리고 있다. 인수가 아닌 합병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지주사가 나설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가 56.97% 지분을 갖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사모펀드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올해 역시 마땅한 인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는 데다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인 일정 등으로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러나 매각 주간사를 재선정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자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앞서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계약기간이 만료된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JP모건 등 3곳을 우리금융 매각 주간사로 재선정했다. 3일에는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한 회계자문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 사모펀드가 우리금융 매각 작업에 참여했던 것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로의 매각 논의 대신 합병 카드가 떠오른 게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관심은 그나마 여력이 있는 KB금융지주에 쏠린다.
이에 대해 KB금융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M&A 추진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우리금융과 합병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추진한 사안이 없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시장에선 추후 상황 변화에 따라서 우리금융과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하고 있다. 주식교환비율을 정하고 인수자의 기존 주식을 합병회사 주식으로 교환하는 합병 방식은 인수자 입장에서 자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지분 95%를 사들여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정부가 소유한 기업에 한해 50%로 완화하는 방안을 담은 시행령 개정을 시도했지만 국회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시장에서 인수보다 합병이 설득력 있게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KB금융이 나선다고 해도 우리금융과의 합병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할 경우 자산 규모가 800조 원에 달하는 만큼 메가뱅크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밖에 없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감안한 특혜 시비도 걸림돌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KB금융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지만 현실성이 얼마나 있을 지는 두고 봐야한다”며 “합병하더라도 우리금융의 저항과 반대를 어떻게 이겨낼 지, 공정거래법에 따른 독과점 논란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 지 등도 관건”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사모펀드가 들어가려고 했지만 환경이 좋지 않아서 못했고, 올해는 움직일 만한 여지가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지주사 중 하나가 움직일 수 있다. 우리금융은 큰 딜이기 때문에 공자위에서 어떤 방침을 밝힐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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