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자본잠식 상태인 쌍용건설의 운명이 이르면 오는 28일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까지 600억여원의 자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부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청업체 등에 지급할 자재비 등 전자 어음과 채권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 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채권단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캠코는 22일 부실채권 정리기금의 운용 기간이 끝나면서 쌍용건설에서 사실상 손을 뗀다.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38.75%)은 23개 출연 기관에 출자 비율에 따라 넘긴다. 금융ㆍ건설업계에서는 대기업이 부실 계열사를 털어버리는 ‘꼬리 자르기’를 공기업이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 “앞으로 일주일이 관건”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이달 28일 만기도래하는 어음과 채권 등 600억원을 결제하지 못하면 부도처리된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최근 공사 선수금을 회수하지 못해 현금유동성이 300여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를 맞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채권단은 대주주인 캠코에 보유 중인 7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출자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9년간 대주주 역할을 한 캠코가 고통분담 차원에서 먼저 감자나 자금 지원 등을 하면 채권단도 1500여억원을 출자전환해 쌍용건설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 채권단 vs 캠코, 정상화 방안 놓고 ‘티격태격’
쌍용건설 회생을 전제로 한 해법으로는 채권단의 1500억원 규모 출자전환이 거론된다. 출자전환은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쌍용건설은 자본이 전부 잠식된 상태라, 금융권에서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통해 감자(減資) 및 출자전환을 거쳐 기업 정상화 절차를 밟는 게 수순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동성 위기만 극복하면 이후 유상증자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형태의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해외사업본부 임원은 “쌍용건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역량을 더 인정받는 회사”라며 “600억 때문에 회사가 넘어지게 놔두는 것보다 인수자를 찾아 채권단과 회사가 모두 살 길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정상화 방안을 실행하려면 캠코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0월 총 2000억원을 긴급지원 할 때 채권단이 낸 1300억원이 쟁점이다. 당시 캠코는 7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을 인수하면서, 매각을 전제로 한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 채권단 몫 1300억원을 갚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매각 작업은 진척이 없고 22일 캠코는 쌍용건설 지분을 정리했다.
채권단 A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은 캠코의 말만 믿고 자금을 지원했는데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채권단에서는 캠코에 사기당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에서는 캠코가 최소한 당시 인수한 700억원 규모 ABCP를 출자전환하든지 추가로 ABCP를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캠코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아닌 캠코 회계를 통해 직접 ABCP를 매입했고, 해외사업 정상화를 위한 보증서 발급도 지원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캠코 관계자는 “앞으로 새 관리자가 정해지면 쌍용건설 관련 업무를 성실히 인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캠코는 22일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기간이 끝나면 쌍용건설 지분 38.75%를 예금보험공사와 채권은행에 23개 채권단에 넘길 예정이다. 이 안은 공자위 매각소위와 본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양도 후에는 예보가 쌍용건설 지분 총 12.28%를 보유한 1대주주가 된다. 예보 자회사인 케이알앤씨(옛 한국자산관리공사)가 7.66%로 최대 주주가 된다. 예보가 4.62%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캠코와 채권단이 정상화 방안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지만 쌍용건설은 하루가 다급하다. 오는 28일까지 600억원을 조달하지 못하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부도가 나거나 불가피하게 법정관리 신청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해외 건설 현장이다. 부도가 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해외에서 진행 중인 3조원 규모 공사가 모두 중단된다. 입찰이 본격화한 19조원가량의 공사 기회도 날아간다. 또 발주처에서 공사를 무사히 마치는 것을 전제로 받은 선수금 수천억원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ㆍ외 은행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은 만큼, 발주처가 금융기관에 책임을 물을 경우 각종 법적 분쟁이 꼬리를 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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