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생명, 동양그룹의 계열분리 반대로 ‘우선협상권’ 지위 박탈
금융계·노조 “먹튀·이익만 취하는 ‘사모펀드’ 믿을 수 없다” 반발
[토요경제=홍성민 기자]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할 배타적 우선협상대상자가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그룹은 2일부터 이틀에 걸쳐 회의를 진행한 결과, 기존 동양생명 컨소시엄에 부여했던 우선협상 지위를 박탈하고 MBK파트너스를 배타적 우선협상 대상자로 최종 낙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동양그룹이 동양생명에 대한 주주가치 훼손을 문제로 동양생명의 계열 분리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식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우선협상권 지위를 박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양생명, 동양그룹 계열반대와 소통부재로 ‘우선협상권’ 박탈
당초 ING그룹은 지난 6월 27일 다른 후보들보다 높은 가격인 2조1500억여원의 인수가를 제시한 동양생명 컨소시엄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한 바 있다. ING그룹이 이번 매각 협상을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입찰/입찰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높은 가격을 써내는 후보가 유리한 방식)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동양생명 컨소시엄은 생명의 계열 분리를 전제로 ING생명의 전체 인수자금 중 1조100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1조원은 은행부채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도 동양생명이 은행권과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늦어도 7월말까지는 ING생명과 인수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동양생명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동양그룹이 생명의 계열 분리에 반대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분리를 전제로 지불하기로 한 1조1000억원 가운데 3000~4000억원 가량의 자금투자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고펀드는 ING그룹에 동양생명 주식 인수 비율을 전체의 30% 미만으로 낮추는 안을 다시 제안했다.
하지만 ING그룹이 지난 한 달여간 이어진 매각 협상에서 동양그룹의 동양생명 계열 분리 반대에 따른 인수 구조와 자금조달 방식이 크게 달라지자 동양·보고 컨소시엄에 대한 신뢰를 잃고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동양생명이 인수를 추진하면서 사전에 동양그룹과 소통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동양그룹이 동양생명 계열분리를 단행할 만한 상황이 아닌 가운데 이를 전제로 인수가를 제시한 것이 무리였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에 매각하려다 막바지에 이사회의 반대로 같은 해 12월 협상이 무산된 경험 역시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그룹으로서는 지난해 KB금융에 호되게 당한 일이 이번 입찰에 큰 교훈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동양그룹에서 이상 기류가 보이자 바로 협상권을 다른 쪽에게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 100%인수 조건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금융계·노조 ‘사모펀드 MBK’ 부정적 여론 들끓어
결국 차순위 협상대상자였던 MBK파트너스가 인수 가격 1조8000억원 중 8000억원은 은행권 차입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1조원은 지분 투자(100% 인수)하는 조건으로 지난 3일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앞서 지난 6월 입찰에서 MBK파트너스는 한국법인의 지분 9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1조6000억여원을 제시했었지만, ING생명이 MBK파트너스를 우선대상자로 선정하며 기존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을 폐기하자 MBK파트너스는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1조8000억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보험업계는 MBK파트너스가 우리투자증권·하나은행·KB금융 등으로부터 충분히 인수금융을 끌어올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ING그룹은 (한국법인을) 적정한 가격에, 빠른 시일 내로 매각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라며 “동양생명이 돈을 못 모으는 것 같으니 가격을 좀 낮춰서라도 빨리 확실히 파는 쪽으로 뜻을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융계의 부정적인 시각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및 ING생명지부가 반발에 나서면서 최종 인수자 선정을 두고 적잖은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무엇보다도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다. 지난 2011년 론스타 사태 등 사모펀드 ‘먹튀(먹고 튀다)’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으며,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민영화의 3대 원칙 중 하나인 ‘건전한 금융산업 발전’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사모펀드 인수가 불발로 그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통한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지배는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여론도 좋지 못한 편”이라며 “일반 기업과 달리 금융사들은 건전성이 매우 중요한 만큼 차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인 사모펀드로 인수되는 것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하게 되면 이를 장기간 경영하기보다는 기한 만기가 되면 타 보험사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또 한 번 M&A가 진행돼야 하는데 구지 이 과정을 반복할 이유도 없으며, 고객들에게도 혼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 상품은 장기적이고, 보험사들도 국고채 투자비중이 높은 만큼 단기간 내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라며 “PSP의 투자자 참여가 유력한 가운데 단기간 내 차익을 남기는 사모펀드의 성격상 먹튀 논란 및 고객관리에 따른 민원 등 리스크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로 인한 논란이 딱히 제기된 사례가 없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ING생명 노조도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의 본능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사무금융노조(박조수 위원장)와 ING생명지부(이명호 지부장)는 “MBK는 HK저축은행과 C&M케이블을 인수할 당시에도 직군 분리나 하청을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MBK의 무분별한 분사와 핍박에 맞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55일간 파업을 한 후에야 비로소 노동조합을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경영형태를 볼 때 MBK는 보험회사의 기반이 되는 노동자를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자본의 이익 극대화만을 쫓기 위한 탄압과 구조조정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며 “보험사는 생명보험업을 영위할 자격이 있는 사업자가 운영해야 한다. 사모펀드의 이익을 위해 단물을 빼먹고 노동자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자본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ING그룹은 지난 2008년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100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ING생명 한국법인의 지분을 올해까지 50% 초과, 2016년까지 100%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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