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파문 확산…위기의 정책금융공사

산업 / 양혁진 / 2013-02-15 15:00:12
정책금융공사 인사비리 파문

▲ 공사 조사연구실에서 근무 중이던 김 모 팀장이 지난달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파행경영과 비리의 주역인 공사 고위 간부 최봉식 부사장의 파면을 요구한다’는 장문의 투서.

[토요경제=양혁진 기자] 내부고발로 불거진 한국 정책금융공사의 인사 비리 파문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봉식 부사장이 자신의 사조직인양 공사를 운영하며 파행경영과 인사비리를 저질렀다는 투서에서 시작된 논란은 감사원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결국 진영욱 공사 사장은 지난 6일 전격적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해 투서에서 당사자로 지목된 최봉식 부사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모든 직무와 권한을 정지시켰다.


공사측은 “아직 감사 결과가 나온 게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조직내부의 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투서 형식의 고발문
사건의 발단은 공사 조사연구실에서 근무 중이던 김 모 팀장이 지난달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파행경영과 비리의 주역인 공사 고위 간부 최봉식 부사장의 파면을 요구한다’는 장문의 글을 게재하고 나서부터다.


김 팀장은 이 글에서 “공사가 고위간부로 재직중인 최봉식 부사장 개인의 사조직이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최부사장의 파행경영과 비리가 대표정책금융기관을 지향하는 공사의 정체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이런 파행경영이 3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많은 직원들이 혹시 인사실권자인 최부사장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벌벌 떨면서 ‘양들의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인사를 줄 세우기 수단으로 이용하려한다”며 자신이 경험한 2010년 팀장 인사평가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인사팀의 비산업은행 출신 부서장들에게 ‘다른 사람을 먼저 승진시켜야 한다’는 등의 황당무계한 논리로 이미 제출한 평가 점수를 낮춰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는 산은 출신이 아닌 관계로 업무프로세스가 익숙지 않은 비산은 출신 부서장들을 농락한 것이나 다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팀장은 성추행 사실도 해명하라며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현금상납설과 회식자리 성추행설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계약직 여직원에게 직접 전화해 사적인 저녁식사자리에 동참시킨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금의) 지출명목 허위작성은 일상화된 일”이라며 “일부 부서장들은 업무추진비는 물론 각종 회의비, 야식비까지 개인의 쌈짓돈처럼 쓴다”고 주장했다.


공사측은 문제의 내부 폭로글이 알려지면서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대응해왔지만 감사원이


최봉식 부사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 직무 정지.. 이사직은 유지
최 부사장은 공사의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 기획과 인사, 자금, 국제금융, 해외사업 등의 주요 핵심 업무를 담당해 왔으나 지난 6일 인사로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에 놓였다.


최 부사장의 직위해제와 직무정지로 금융사업본부장인 이동춘 이사가 부사장직을 맡게 됐고, 나성대 리스크관리본부장이 경영기획본부 업무를 겸임한다.


다만, 최 부사장은 등기이사로서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한다.


진 사장은 임원 인사 직전에 최 부사장에게 조직 안정을 위해 용퇴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최 부사장은 개인과 조직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면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사장은 지난 주말 전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사태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최고 경영진으로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진 사장이 급작스럽게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은 투서로 조직내 갈등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고, 공사의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를 방관할 수 없어 조기에 사태를 매듭지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진 사장이 전격적으로 임원 인사를 결정한 것은 투서 내용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내용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현재 4-5명의 인력을 투입해 관련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게 감사를 진행중이며, 투서를 블로그에 올린 김 팀장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는 “최부사장은 경영기획본부장으로 경영기획과 인사관련 업무를 담당했는데 투서 내용이 그 부분과 겹쳐서 직무 정지 된 것”이라며 “관련 감사를 받으면 일단 업무에서는 빠지는 게 관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따라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며 결과가 나온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최 부사장은 산업은행 종합기획부장, 국제금융부장,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 등을 거쳤으며,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분리 때 공사 설립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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