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2G이용자들 좀 나가라”

산업1 / 전성운 / 2011-09-26 12:39:00
4G사업하려 2G고객 몰아내는 KT

SK텔레콤(SKT)과 LG유플러스(LG U+)가 롱텀에볼루션(LTE)을 내새워 4G서비스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세계적인 대세가 LTE로 흘러가는 와중에 홀로 뒤쳐진 KT도 LTE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KT는 현재 임시변통으로 와이브로(WiBro)를 4G로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결국은 LTE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그러나 KT는 LTE에 쓰려는 주파수 대역을 기존 2G(PCS)고객들이 점유하고 있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 주파수 경매에도 참여해 주파수를 확보하고자 하였으나 입찰금이 1조원에 가까워지자 포기했다. KT는 2G사용자들이 점유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을 LTE로 활용하기 위해 2G 서비스 종료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아직 이용자가 많고 KT의 준비가 미흡하다”며 번번히 거절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KT입장에선 2G사용자들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그러나 2G사용자들도 “번호유지”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방통위 “2G 종료 아직 안돼”


이달 말로 2G 서비스를 폐지하겠다던 KT의 계획은 다시 연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KT가 제출한 2G(PCS) 서비스 종료 계획 신청을 접수 했다.


그러나 최종 폐지 승인은 이용자 통보 및 가입전환 등에 필요한 법적 유예기간인 60일이 경과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KT의 2G 서비스 폐지는 11월 이후 결론이 날것으로 보인다.


KT는 다가오는 9월 30일부터 2G 서비스를 종료 하겠다고 지난 7월 방통위에 신청 했다. 이에 방통위는 “전문가 자문단 의견을 수렴한 결과 KT의 계획이 최소한의 의무를 충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외 사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9월 30일 종료 방안은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2G 종료를 위해 최소 2개월의 이용자 가입전환 및 정보제공 등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황철증 통신정책국장은 “2개월간 진행 이후 폐지승인 요청이 들어올 경우 실질적으로 방통위가 11월내에 의결하기는 어렵다”며 “12월 중에는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접수는 이뤄졌지만 실질적 2G 종료 승인은 60일이 지난 11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방통위는 일단 KT가 기본적인 조건은 충족시킨만큼 2G 종료 가능성도 커졌지만 그동안 KT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소비자 혼란이 발생한 만큼,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2G전환과 관련한 민원은 방통위에 562건, KT에 6천여건이 접수된 바 있다. 또한 방통위는 남아있는 가입자의 특성 등도 고려해 2G 서비스 폐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방통위 이창희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방통위는 KT의 2G서비스 종료 계획이 타당하다고 인정했고, 사용자에 대한 충분한 홍보를 거쳐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KT가 연내 2G 서비스를 종료하려면 현재 30만명 가입자 수를 더 줄이는 것은 물론, 더 이상 가입자 전환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발생되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4G 해야되는데” KT의 낭패


KT의 2G 서비스 폐지가 11월 이후에나 가능하게 됨에 따라 당초 10월에 LTE 서비스를 시작려던 KT의 계획도 어려워졌다. 업계는 빨라야 연내, 아니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KT는 이번 방통위 결정에 대해 “2G 사업폐지 계획이 공식 확정된 것으로 2G 종료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확정된 이용자보호계획을 성실히 수행해 3G 전환활동에 주력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속내는 편치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KT는 2G(PCS) 서비스로 사용 중인 1.8GHz 주파수 대역에서 이달 말부터 4G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펼쳐진 “주파수경매”전쟁에서도 경매액이 1조원에 가까워지자 포기한 바 있다.


현재 KT의 2G 가입자는 총 34만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KT가입자 1600여만명의 1.8% 선으로 최근 해외에서 2G 서비스를 종료한 사례를 보면 일본 소프트뱅크가 2200여만 가입자 중 2G 가입자 54만여명으로 2.45%가 남은 상태에서 2G서비스를 종료했고 호주 텔스트라도 전체 가입자 951만여명 중 2G 가입자 15만여명이 남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KT는 “34만명의 2G사용자들을 위해 매년 700억원이 망 유지비로 소비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4G LTE 서비스를 위해 현재 2G 가입자들이 쓰고 있는 망의 철거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 “본질적 문제는 강제적 번호통합”
KT가 4G LTE를 위해 2G 서비스 강제 종료에 속도를 내자 기존 01X(1·6·7·8·9)번호를 유지하려는 가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간 KT 2G 종료를 반대해왔던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34만명의 사용자들이 2G 종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번호가 010으로 바뀐다는 것이다”며 “3G에서도 기존번호를 사용 가능하게 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를 결국 강제종료로 끌고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운동본부 사이트에는 “10년 전 연락을 하고 지냈던 거래처 담당자에게서 아직까지 011 번호로 연락이 옵니다. 17년째 써온 정든 이 번호를 절대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와 같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20년 가까이 2G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한 사용자는 “전화는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닌 인맥관리와 생계의 중요한 수단이다”며 “국민 개인의 정보를 강제로 교체하려는 정부와 통신사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현재 각 통신사에 2G서비스 종료와 강제적 010 번호통합에 대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이를 토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또한 운동본부는 “KT는 2G 서비스 종료가 마치 확정 된 것처럼 고객들에게 허위로 전화와 문자를 발송하고 3G로 전환을 종용하고 있다”며 지난 15일 방통위에 진정서를 접수,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에 들어갈 방침이다.


운동본부가 각 통신사에 발송해 받은 내용증명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2G 사용자가 번호를 유지한채 3G를 사용할 수 없는것은 방통위의 정책때문이다”며 방통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018 번호의 2G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하루에 70∼80통, 많게는 200통까지 통화를 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번호를 바꾸기가 부담돼 2G폰을 010 번호의 3G폰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011 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한 가입자도 “구형 2G폰이 사라진다기에 향후 20년 이상 사용할 물량 30대 이상을 풀 세트로 준비해 놨다”며 “어느덧 분신이자 가족이 된 번호를 위해 휴대전화 부품용의 부품폰까지 충분히 준비해 놨다”고 전환가입을 강하게 거부했다.


현재 KT에 잔류하고 있는 2G 가입자는 대략 34만명. 그러나 이 중 절반을 차지하는 15만명이 010 번호로 강제전환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KT의 2G망 철거는 앞으로도 갈길이 멀어 보인다.


9월 현재 각각 약 800만명과 400만명 가량의 2G 가입자가 있는 SKT와 LG U+는 “아직까지 2G 서비스 종료에 대해 결정한 바 없다”며 “2G 가입자는 충성도 높은 이용자가 많아 지금은 고객의 자연스런 선택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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