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 대규모 유상증자 ‘후폭풍’

산업1 / 장우진 / 2011-09-26 11:29:51
주가하락 파장…‘글로벌 IB 위한 필연적 선택?’

[토요경제=장우진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대우증권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주가는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대형 IB의 요구조건인 3조원을 웃도는 규모인 데다 IB사업의 불확실성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대우증권은 최근 1조4000억원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는 기존 자기자본대비 52.2%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당 모집가액은 전일 종가(1만3750원)에서 25.5% 할인된 1만250원이다.
대우증권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시키고, 글로벌 IB로 도약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도 이같은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에 일각에서는 산은지주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염두해 둔 포석이 아니냐는 반응도 일고 있다.


◇증권사 ‘유상증자, 주가하락은 필연적’


대우증권이 지난 7일 주주배정증자 방식으로 보통주 1억3550만주를 발행해 1조4001억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예상발행가액은 1주당 1만250원으로 보통주의 최근일 종가를 기준으로 할인율 15%를 적용한다. 최종 확정일은 10월26일이다.
대우증권은 조달한 자금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기 위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보통주는 3억2670만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인 8일 대우증권은 전날보다 14.91%(2050원) 하락한 1만1600원에 마감했다. 19일에는 한때 1만원 이하로 떨어지며 1만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형 IB의 요구조건을 상회하는 증자 규모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의 낮은 자본 효율성과 초기 대형 IB 시장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압도적 리딩 컴퍼니가 없는 증권업 환경도 삼성과 우리, 한국, 현대증권의 증자 규모 확대 우려로 이어지며 증권주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러스투자증권의 원재웅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1만5000원으로 하향했다. 기존 목표가 3만1500원 대비 50%이상 낮춘 것이다.
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이라며 “최근 대우증권이 글로벌 IB와 어깨를 견주는 대형 투자은행으로 가기 위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4조원 확충은 골드만삭스의 1/19배로 글로벌 IB 수준의 IP투자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가능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하지만 목표주가는 1만6000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유상증자로 2011 회계연도 예상 주당순자산가치(BPS)는 기존 1만4000원에서 1만2650원으로 9.6% 하향 조정했다. 자본 희석으로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기존 9.2%에서 7.4%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IB 위한 것?’…소액주주 뿔났다


대우증권은 지난 6월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2조7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번 유상증자로 1조4000억원이 증가돼 증권업계 최초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는 지난 7월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규정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추진하는 ‘한국형 골드만삭스’ 도입을 위해 10월 국회에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런 자본력을 활용해 글로벌 IB로의 도약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해외금융시장 진출 강화, 신규사업 투자확대 및 IT인프라 확충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유상증자와 관련해 소액주주들은 거센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은 대규모 유상증자에 반발해 모임을 갖고 집단행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액주주는 “이번 증자가 법적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경영상 옳은 선택이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라며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을 방문해 공식적으로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개인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강탈해가는 만행이라며 이번 유상증자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글로벌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은 정당한 해명이 될 수 없다”며 “기존 주주들 다 죽이는 증자하고 나서 글로벌 증권사가 된다면 그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사결정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상증자는 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행위이긴 하나 이번 방법은 납득할 수 없다”며 “기존 주주들의 자금사정을 감안하고 청약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주가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방법으로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 인수위한 포석? ‘아직은 모른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의 인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증권이 유상증가를 통해 마련된 자금을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배경이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5000억원 가량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에는 주가가 한때 9800원으로 떨어지기도 하며 1만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1주일 전인 7일에는 1만3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즉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은지주는 주가하락으로 매각가격이 낮아진 우리투자 인수가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메가뱅크’를 추진했던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과 뜻이 같았던 김 위원장이 ‘대형 IB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에 긍정적 의견을 내비쳐 온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싣어주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우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 증권 전문가는 “아직 (대우증권의) 증자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신주가격이 내달 말 정해지는 만큼 정해진 것은 없다”며 “그러나 주주들의 거센반발 예상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자기자본의 50%가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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