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연체한 임차인, 단전ㆍ단수해도 되나?

산업1 / 유상석 / 2013-01-11 13:31:55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24)

Q. 대학가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자식과 비슷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세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세입자들과의 관계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제 원룸에서 살던 젊은이들이 좋은 직장에 합격하거나, 좋은 배우자와 결혼하게 돼 저에게 인사 올 때마다 흐뭇함과 보람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런데 인연 중에선 악연도 꼭 섞여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제 원룸에 세들어 사는 한 젊은이는 상습적으로 관리비를 체납합니다. 전세를 살고 있기 때문에 월세 체납 걱정은 할 필요 없고, 또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싶어서 묵인했으나, 체납이 계속되자 한 두 차례 “관리비를 제때 내달라”고 통지한 바 있습니다. 이 청년은 “생활비가 부족하니, 조금만 이해해달라”고 말하더군요. 그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밤거리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습니다. 술집에서 친구들과 나오던 그는 호기로운 목소리로 “2차는 내가 쏜다! 걱정마라!”고 외치더군요. 친구들에게 술 살 돈은 있으면서, 관리비 낼 돈은 없다니요…

너무 괘씸해서 앞으로 그 청년의 방에 들어가는 전기와 수도를 모두 끊어버릴까 고민 중입니다. 단전ㆍ단수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법에 저촉될 건 없겠지요? 돈을 내지 않았으니,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조용자(55)ㆍ임대업)

A.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임차인(세입자)이 관리비를 체납했다는 이유로 단전ㆍ단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이는 계약서에 해당 내용의 조항을 기재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판례(대판 2006.4.27, 2005도8074) 역시 같은 취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전조치를 취한 피고인의 행위는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적법한 절차를 취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고, 피고인의 이익과 피해자의 이익 사이에 균형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단전조치가 정당행위로서 무죄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참고로 해당 판례는 상가건물에 대한 내용으로, 임차인이 관리비를 연체한다는 이유로 임대인이 단전ㆍ단수 조치를 취하자, 임차인이 임대인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사안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표현은 ‘무죄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인데, 즉, 아무리 임차인이 월세나 관리비 등을 연체하더라도, 이에 대항하기 위해 전기나 수도를 끊을 경우, 업무방해죄라는 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상가건물이 아닌 주거용 건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형사 판례가 나온 바 없지만, 단전ㆍ단수 조치가 위법이라는 사실 만은 변함없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임대인의 단전ㆍ단수 조치를 정당행위로 인정한 판례도 있습니다(대판 2007.9.20, 2006도9157). 이 판례에 따르면, 정당행위가 성립하려면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월세의 연체로 보증금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돼야 하며 △단전ㆍ단수조치 전에 임차인에 미리 예고할 것의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임대차 계약서상 단전ㆍ단수의 근거조항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임대인으로서는 아무리 관리비 연체 문제가 시급하다해도 단전ㆍ단수를 통한 해결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좀 시일이 걸리더라도 법적 절차를 통해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