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사칭에 속고, 兄 사칭에 또 속고…

산업 / 유상석 / 2012-12-28 11:25:20
NH농협銀, 대출사기범에 25억 피해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이 최근 잇따라 대출사기 피해를 당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가짜 변호사, 회계사에 속아 20억원 규모를 대출해주는가 하면, 지적장애 형을 사칭한 동생이 5억원 대출을 신청하자 이에 응하는 등, 최근 들어서만 총 25억여원에 가까운 금액을 사기당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기관으로서 대출심사를 엄격해야 할 농협은행이 허술한 심사 진행 탓에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짜 자격증에 속아 20억…


지난 27일 금융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경기도 구리시 한 영업점에서 A씨가 ‘슈퍼프로론’으로 2억7500만원을 대출받은 것을 확인, 대출서류를 점검하던 중 A씨가 제출한 변호사 자격증이 위조된 것임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슈퍼프로론은 변호사ㆍ회계사ㆍ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 대출 상품으로 증빙서류만으로 최고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일반 직장인보다 5배 이상 높은 대출한도를 제공한다.


구리시 지부 외에도 다른 지역의 농협은행들 역시 지난 8월부터 A씨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10명(건)에게 16억8천400만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 농협은행들이 사기당한 금액은 무려 19억5천900만원에 달했다.


주민등록증 부정 사용에 속아 5억…


이에 앞서 지난 26일엔 지적장애 1급인 친형과 얼굴이 빼닮은 점을 악용해 친형 행세를 하며 수억 원대 사기 대출 행각을 벌인 비정한 동생이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지적장애 1급으로 재산 관리가 곤란한 친형의 신분증을 이용, 자신이 친형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농협에서 불법대출을 받는 등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송 모(51)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형과 네 살 터울인 송 씨는 주민등록증에 인쇄된 형의 사진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얼굴 생김새가 유사했다.


이에 송 씨는 이 점을 이용, 지난 2009년 4월 형의 신분증과 인감도장 등을 가지고 인근 농협을 찾아 친형이 가지고 있는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법 등으로 농협에서 2억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유흥비 등으로 돈을 탕진한 송 씨는 최근 또다시 형의 토지를 담보로 지인인 최 씨에게 3억2000만 원을 빌렸다.


하지만 최 씨가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대출 당시 근저당권 설정한 토지를 경매에 넘기면서 송 씨의 사기 행각은 들통나고 말았다.


집안 재산인 토지가 별안간 경매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접한 송 씨의 아버지는 즉각 법원에 이의신청을 했고, 곧바로 송 씨의 범죄행각을 알아냈다. 이에 아버지는 송 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고소했고, 검찰 수사를 통해 송 씨의 사기행각 전말이 밝혀지게 됐다.


농협銀 “재발방지에 온 힘 쏟을 것”


이번 대출사기와 관련 일각에서는 농협은행이 고객의 대출심사가 지나치게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아울러 11건의 대출사기가 접수되는 동안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 본사는 전산상시감사시스템을 통해 대출 등의 거래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변호사 사칭 대출사기의 경우, 실시간 확인을 통해 즉시 취소 처리한 것이고, 이와 동시에 유사한 사건 10여건을 적발해 자체감사 후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적장애 친형 사칭 사기의 경우는 지역조합(옛 단위농협)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앞으로 지역조합에 대한 모니터링과 지도를 강화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사ㆍ회계사 등의 신분이 맞는지에 대해 좀 더 철저하고 확실한 검증이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등에 고용된 변호사ㆍ회계사들의 경우, 실제 그 법인에서의 근무 여부를 검증하려 해도 쉽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법인 측에서 ‘여기 근무하는 사람이 맞다’고 동조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의 신변을 확보한 만큼 대출금 상환을 위한 절차는 물론 이와 별도로 형사소송도 따로 진행할 것”이라며 “앞으로 실질적인 자격여부 확인을 위해 금융당국과 은행 간 체계를 구축할 것이며 협회도 금융기관의 확인 요청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최대한 빠르고 정확한 조치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신속히, 빠짐 없이 보고한 것인데, ‘사고 많은 금융기관’이란 인식이 생겨 억울한 점도 있다”고도 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금융사고에 취약한 농협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하고, 필요시 특별검사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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