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사, ‘먹튀’ 논란 재점화

산업 / 양혁진 / 2012-12-24 13:36:37
SCㆍ씨티, 경제 위기에도 본사 배당금만 늘려

유럽 재정위기 악화와 가계부채 급증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은행, 보험 등 전 금융권에서 외국계 금융사들의 국내시장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잇따라 철수하는 것을 두고 결국 현지화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수익성만 추구하고 고배당을 거듭하면서도 정작 한국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축척된 것이 원인이 아니겠냐는 시선이다.


◇ 외국계 은행, 사회 공헌 인색
외국계 은행이 한국의 현지화에 실패한 것은 일단 한국에선 은행업이 공익을 우선하지만, 미국·유럽계 은행은 민간기업으로 수익성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은행들이 사회공헌에는 인색한 반면 배당은 높은 형태를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계은행들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중은 외환은행 1.2%, 씨티은행 2.3%에 그쳤다. 이는 국민·신한·하나·기업 등 국내 은행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9개 외국계 은행 지점의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은 올해 6월 말 현재 2129억원이었다. 이는 2007년 1조6611억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의 중소기업대출은 2008년 1조320억원에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425억원으로 급감한 뒤 2010년 1765억원, 2011년 2274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대출을 의무적으로 늘리기는 힘들지만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계속 줄어들면 외국계 은행은 현지에서 누구를 위해 영업하는 은행이냐는 비난을 들을 소지가 많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해 은행권의 수수료 인하 대열에도 외국계 은행들은 동참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본사에 보내는 배당금은 계속 늘렸다. 씨티은행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한국 씨티금융지주에 798억원을 중간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씨티은행의 3분기 순익은 3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92억원)보다 73.3%나 급감했다. 중간배당액이 3분기 순익의 배가 넘는다.


씨티은행은 2010년에도 1002억원을 배당했다. 이 가운데 799억원을 미 본사로 송금했다. 지난해에도 1299억원을 중간 배당해 875억원을 본사로 보냈다.


SC은행도 2009년 이후 3년간 금융지주사에 7500억원을 배당했다. 순이익 대비 배당률도 2009년 57.8%에서 2010년 62.0%, 2011년 83.3%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엔 대내외적으로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위험이 더욱 커지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고배당을 거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수익성 저하로 시장 철수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계 금융사의 수익성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올린 수익을 고려하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올해 3·4분기 당기순이익은 40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133억원에 비해 63.9% 급감했다. 3·4분기까지 누적으로도 1663억원으로 전년 동기인 3625억원에 비해 54.1% 줄었다. 씨티은행도 3·4분기 3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1392억원보다 73.4% 수익이 줄었다.


일본과 태국에 이어 국내 소매영업점 철수를 검토 중인 홍콩상하이(HSBC)은행은 서울지점에서 지난해 2000억원 이상 당기순익을 기록했지만 올 3·4분기에는 15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4억원(6.9%) 줄어든 규모다.


영국 생명보험그룹인 아비바그룹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지난 2010년 72조4448억원이던 영업실적이 작년에는 69조8044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9월 스리랑카에서 철수한 데 이어 미국시장에서도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24개 생명보험회사 중 20위권에 머물면서 시장 철수를 위한 실사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역시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2007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50억원 이상 순손실을 본 가운데 지난해에는 72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외국계 운용사 중 적자폭이 가장 컸다. 상반기에만 18억3000만원의 적자를 내면서 5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도이치자산운용이 38억8000만원, 에셋플러스는 29억7000만원, 프랭클린템플린도 22억4000만원이나 손해를 봤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2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3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4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5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