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현금 마련'에 목매는 사연

산업1 / 양혁진 / 2012-12-24 13:15:34
계열사 매각 박차…유동성 마련에 부심

글로벌 경제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자산매각이 가속도를 밟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상황 자체가 장기적 안목에서 경영활동을 해 나갈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는 것으로, 단순한 덩치 줄이기가 아닌 공들여 키운 계열사도 매물로 내놓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당장 시급한 게 현금확보 및 재무건전성 문제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조직 슬림화를 통한 사업효율화는 특정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웅진, STX, 동양.. 뼈를 깎는 군살 빼기
법정관리에 놓인 웅진그룹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채권자협의회는 17일 웅진케미칼까지 매각 대상을 확대키로 최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웅진홀딩스의 부도와 법정관리 개시 이후 급락세를 연출했던 웅진케미칼 주가는 오랜만에 급등세를 타며 계열사 가치 상승은 물론 매각 성사 시 그룹 자금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웅진케미칼 주가는 급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8년 웅진이 인수한 웅진케미칼은 화학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3분기(7∼9월)에 매출 2694억 원, 영업이익 42억 원을 내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온 만큼 국내외에서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과 조선사업에 주력해오던 STX그룹도 사업구조 개편 및 안정적 재무구조 확충을 위해 STX팬오션등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범양상선 인수를 모태로 출발한 STX팬오션은 그룹내에서 영업능력과 현금창출 능력이 가장 탁월하다는 평을 받아왔던 만큼 인수시기와 금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TX팬오션은 STX조선해양과 더불어 STX그룹 최대 계열사로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조선과 해운 업종 모두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며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두 업종 모두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올해 3분기 말 현재 STX팬오션의 부채총계는 5조3768억원에 이르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749억원에 달했다.


조선ㆍ해운 사업을 양대 주력으로 하고 있는 STX로서는 STX팬오션 매각은 사실상 앞으로 조선의 단일 사업 체제로 나간다는 의미다. STX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 STX다롄 조선소 지분 매각까지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TX다롄의 지분 30~40% 정도를 매각하면 3000~4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아울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와 STX팬오션 임원의 20%에 대해 해임을 통보하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조직 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14일 STX그룹에 따르면 지주사인 STX와 STX팬오션의 부상무급 이상 임원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고 그 중 STX 임원 3명, STX팬오션 임원 25명 중 6명 등 9명에 대해 이미 개별적으로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도 최근 동양매직과 레미콘, 한일합섬, 동양네트웍스 등 4개사를 매각 또는 자산처분해 2조원을 마련하는 등 ‘고강도 경영개선과 사업재편에 관한 로드맵’을 확정하고 에너지 중심으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동양그룹은 이로써 내년 하반기까지 시멘트와 에너지사업 중심의 ‘선순환 수익구조’로 재편한다는 계획으로, 이렇게 되면 제조업에선 시멘트와 화력발전, 금융업에서는 현재대로 동양증권과 동양생명이 남는다. 그 첫번째로 지난 20일 동양그룹은 동양시멘트가 보유한 선박 9척을 일괄 매각해 35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그룹 수익 창출에 부담을 준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변화해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불황의 여파.. 상장사 현금성 자산 늘어
자금 마련에 나선 기업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SK그룹은 지난 7월 SK네트웍스 명동 본사 건물 매각을 추진했으며, SK텔레콤의 남산 SK그린빌딩을 비롯해 구로동과 일산 장항동에 있는 고객센터를 매물로 내놓았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인천 공장 분할과 지분 매각 등에 대해 검토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 50%를 매각할 계획이다. 동부그룹도 동부건설 소유의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50%를 1140억원에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포스코도 최근 벌이고 있는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계열사 포스코건설이 소유하고 있는 국내외 백화점과 쇼핑몰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너도나도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투자 자제에 나서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현금성 자산이 1년만에 5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말 1조8886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현재 3조6958억원으로 두배 가까이로 늘었다. 현대차도 작년 1조163억원에서 올해 2조2054억원으로 역시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 규모 상위 20개사 중에서는 삼성중공업이 260%, 롯데쇼핑이 199% 늘어나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투명한 시장 전망 속에서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시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당연한 선택”이라면서 “대기업들이 핵심계열사, 핵심사업부문까지 정리하고 나선 건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훨씬 깊고 길어지면서, 수익성 위주의 사업구조재편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몸집까지 줄이는 건 느끼는 위기감은 상상 이상이라는 뜻”이라며 “기업들이 설비나 인력 투자는 극도로 자제하면서 최대한 자금을 늘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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