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이팔성, 정권말 레임덕에 '휘청'

산업 / 양혁진 / 2012-12-14 16:28:07
대선 막판 눈치보기 극심…어수선한 금융가

금융계가 대선과 정기 인사로 어수선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계의 고질적인 정치권 눈치보기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와 정치적 연고를 같이하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초부터 레임덕에 시달리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정기 임원인사도 겹치면서 조직 전체가 납작 엎드려 몸보신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반란’으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 정치적 책임 부담스럽나?
국민은행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의 대표이사 어윤대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몇몇 사외이사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성사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지난 5일 이사회에서 표결에 부치지 못하고 18일로 연기됐는데, 만일 이번에 부결된다면 2조원대의 빅딜을 이사회가 가로막는 것으로 보수적인 금융계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 될 전망이다.


어 회장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는지는 이른바 ‘어윤대 술자리’ 소동 사건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중국에서 사외이사들과 함께 한 회식 자리에서 어 회장이 울분을 토하며 술잔을 벽에 던졌고, 같이 참석했던 사람들이 파편에 맞아 다쳤다고 알려진 것.


이와 관련해 KB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외이사들에게 협조를 구하면서 고성이 있었고 이사들에게 협조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탁자를 두드린 것은 맞지만, 술잔을 던지거나 다친 사람이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면서 “평소 술을 잘 못하는 어회장이 얼마나 갑갑한 마음이었는지 짐작이 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어 회장은 지난 10일 명동 은행회관에서도 열린 심포지움에서도 ING생명 인수에 대한 질문에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자신에게 묻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어윤대 회장은 인수가격을 당초 알려진 2조4500억원에서 2조2500억원으로 2000억원 낮춰 설득에 나섰지만, 이사들은 저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 보험업의 전망이 밝지 않아 인수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은행 노조도 이같은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 측은 어 회장이 자신의 리더십 강화 및 연임을 위해 이번 인수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고 있어, 어윤대 회장 측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노조는 은행·보험업 겸영 상승효과의 불확실성과 보험업의 낮은 성장성, 인수가격 산정의 불투명성, 국부유출 논란, 인수자금을 위한 은행 배당의 부당성 등을 들어 인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기된 이사회 날짜도 18일 대선 하루전이어서 이사회가 대선 결과를 보면서 신중하게 움직이기 위한 복선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처럼 표면적인 이유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둘러싼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의견 차이이지만, 실제로는 정권 교체기를 맞아 흔들리는 KB금융 지배구조의 단면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많다.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어 회장의 리더십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이른바 사외이사들의 발빼기가 본격화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어 회장의 임기 만료일은 공식적으로 내년 7월이지만, 어 회장의 거취 문제는 누가 정권을 잡든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8명의 사외이사도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 때문에 임기 말에 후일 책임소재를 따질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는 결정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시장이 납득하는 인사 이뤄져야
정권과 연결고리를 가진 회장들은 정권 초기에는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정권말기가 되면 그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경영에 강한 드라이브를 넣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팔성 회장도 우리금융 민영화가 번번이 좌초되면서 민영화를 대비한 체질개선으로 전략을 수정했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현재 동남아시아 은행 인수와 함께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고, 카드사 분사도 내년 1월을 목표로 추진 중이지만 우리은행 노조 등 내부 반발이 거세다.


앞서 이 회장이 직접 챙겼던 하우스푸어 대책인 트러스트앤드리스백(신탁 후 임대)은 시장에서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10월 말 신탁 후 임대 제도를 내놓았지만 실적이 없다시피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선을 맞아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사고에서 출발한 정책들이 쏟아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면서 “현 정부와 관련 있는 회장들의 경우도 정권 말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항상 되풀이 됐다” 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의 정실인사가 문제의 출발이다”며 “내년에는 금융기관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치적 입김을 최대한 줄이고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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