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법에서도 지면 안되는데"

산업1 / 전성운 / 2012-12-14 15:56:14
용인시 여론몰이에 소송중인 건설사 발끈

아파트 기반시설 비용 부담 소송을 놓고 용인시와 치열하게 공방중인 제니스건설이 용인시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 용인시가 항소심 패소 직후 업체의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 공시지가를 낮추는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는 해당 토지가 도시계획시설에 편입돼 지목이 변경되면서 공시지가가 조정된 것일 뿐 소송과 관련해 임의로 조정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편 현재 상황은 용인시가 1, 2심을 패소하고 대법원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레븐건설, 제니스건설 등 5개 건설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성복지구에 8119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제안했고 이후 2년 뒤인 2002년 3월 용인시는 처인구 성복동 92만㎡를 성복취락지구(성복지구)로 지정·승인했다.


당시 용인시는 승인 조건으로 성복지구 내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업체가 부담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서에 합의된 기반시설 비용은 1692억 원이었다. 하지만 2006년 3월 용인시가 기반시설부담계획을 수립고시하며, 당초에 협약과는 달리 주변을 잇는 도로와 하천 등 추가 확장 부담을 시켜 비용이 55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업체 간 기반시설의 분배에서도 형평이 어긋나 제니스건설 측은 부담금 부과를 취소하라고 용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용인시가 일부 업체와 유착 관계에 있어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 제니스건설의 주장이다.


현재 제니스건설은 1, 2심 모두 승소한 상태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제니스건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용인시가 일방적으로 성복지구 기반시설분담계획을 고시한 후 기반시설 설치부담을 업체들에게 강요했다”며 “기반시설부담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 용인시, 재판부에 사정판결 요청했나
하지만 대법판결을 앞두고 용인시가 “패소 시 유사소송이 잇따르며 사회적 파장이 일 것”이라며 언론플레이에 나자 제니스건설은 “용인시가 대법원 판결 직전 재판부에 혼선을 주기위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트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제니스건설 박재홍 이사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법무법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용인시가 대법 판결을 앞두고 여론몰이로 법원에 ‘사정판결’을 읍소하고 있다”며 “이는 업체들은 부도가 나든 상관없이 용인시만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판결'이란 처분이나 재결이 법에 어긋나지만 그 취소가 공익에 심한 장애를 줄 경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다.


제니스건설 측 안홍준 변호사도 “기본적으로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은 국가나 지자체에 설치 의무가 있음에도 용인시는 모든 기반시설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민간업체들에 모두 부담시켰고, 특히 한 업체(제니스건설)에 전부 전가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반시설을 통째로 업체에 부담시키는 사례는 용인시가 유일무이하다”고 지적하며 “용인시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지 재판부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만들어 내면서까지 용인시의 사정판결을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제니스건설 측은 용인시가 패소를 예상해 업체의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 공시지가를 낮추는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 이사는 “항소심 패소 직후인 지난해 5월 용인시는 해당 기반시설의 공시지가를 2010년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대폭 낮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는 “해당업체의 토지가 도시계획시설에 편입돼 전·답이 도로로 지목이 변경되면서 공시지가가 조정된 것”이라며 “용인시가 소송과 관련해 부담할 금액을 낮추기 위해 임의로 조정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2011년 개별공시지가 조사 산정 지침’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에 편입된 전·답을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로 지목 변경해 공시지가를 책정하는 시점은 ‘공사 착공일’로 규정하고 있다.


안 변호사는 “용인시는 불법행정에 대해 반성은 고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재판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공시지가를 내리는 꼼수’를 쓰는 등 부당한 행정을 계속하고 있다”며 “법원의 명확한 판결을 통해 해당 공무원들을 엄히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니스건설 측은 “용인시가 마치 이번 소송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해 자사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시작한 것처럼 여론몰이하고 있다”며 “하지만 자사가 소송을 시작한 시기는 사업지 주변 분양 시장이 호황이었던 2008년보다 2년 앞선 2006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안이 소송으로까지 오게 된 원인은 용인시가 부담해야 할 기반시설을 무리하게 업체들에게 전가시킨 것을 넘어 일부 업체에게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라고 강조했다.


◇ 용인시, 일단 버티고 보자?
만약 대법원에서도 원심과 같이 확정판결이 날 경우 용인시는 제니스건설에게 부당하게 강요한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재정 궁핍’ 상태인 용인시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용인시가 돌려줘야 할 돈이 재니스건설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용인시는 성복지구 사업과 관련해 시행사와 모두 12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개인 등을 포함하면 현재 진행 중인 소송만도 모두 28건에 이른다. 용인시가 건설사들로부터 잇단 기반시설부담금 반환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 총액은 약 5500억원에 달한다.


풍산건설이 2008년 낸 소송에서는 용인시가 1, 2심에서 승소했으나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2심에서 패소, 재항고한 상태다. 늘푸른오스카빌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용인시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성복지구 내 기반시설 설치비용의 60%를 담당한 일레븐건설 등도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결과를 관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체뿐 아니라 성복지구 입주민들도 기반시설 설치비용이 조성원가에 반영됐고, 결국 입주자 부담으로 돌아왔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시와 시행사 등을 상대로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용인시의 주장이 마냥 ‘언론플레이’만은 아닌 것은 이런 이유다. 그리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용인시민들이 입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금융비용 또한 문제다. 현재 경기불황으로 극심한 자금난과 경영난에 빠져있는 건설사들에겐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하루하루도 전부 ‘이자’가 붙는다. 이번 경우처럼 그 금액이 수천억에 달하는 경우 그 기간동안 이자만 수억에서 수십억원이다.


용인시가 이렇게 끈질기게 소송에 매달리는 것도 그 때문일 수 있다. “소송 상대방이 망해 버리면 그 돈을 주지 않아도 될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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