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그래서 돈은 누가 버는데?

산업1 / 전성운 / 2012-12-14 15:34:49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포지션을 바꿔라”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IT업계엔 ‘제2의 닷컴버블’론이 떠돌았다. 실제로 그루폰과 페이스북의 주가 폭락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설명도 깃들여 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그루폰의 추락은 그저 그루폰이 못났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페이스북은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닷컴버블과 지금의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장의 성장속도다.


사람들은 애플의 성공이 ‘아이폰’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도 그러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는 일견 맞는 주장이다. 하지만, 애플의 수익은 ‘아이폰’을 만들어서 내는 것이 아니다. 아이폰을 ‘팔아서’ 내는 이익이다. 애플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이는 더욱 명확하다.


애플은 철저하게 ‘개발 및 설계’와 ‘영업 및 판매’부문으로 나눠진 기업이다. 애플에게 없는 것은 ‘생산 및 제조’다. 쉽게 설명하면, 애플은 ‘유통기업’으로 완벽한 포지셔닝 체인지를 한 것이다. 애플스토어와 아이튠즈 스토어, 앱스토어 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과 디지털을 아우르는 유통망을 갖춤으로써 지금의 애플이라는 지위가 확립됐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지만, 수익은 ‘광고’다. 구글은 전 세계 네티즌들의 모니터를 광고판 삼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구글은 이를 발판삼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에 진출했고 삼성을 비롯해 대다수의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 현재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무료’라며 제조사들을 유혹했다. 제조사 입장에선 ‘공짜’였겠지만 사용자들에겐 아니었다. 구글의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자발적으로 구글의 광고판 역할을 자처한 셈이고, 이 덕분에 구글의 광고수익은 더욱 늘어났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이 올리고 있는 수익 대부분은 모바일, 그것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온다.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겨졌던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 강자 ‘노키아’를 꺾은 것으로도 모자라 후발주자들과 격차마저 계속 벌려나가고 있다.


삼성이 오래전부터 휴대전화를 만들어오기는 했으나 이정도로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삼성 역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스마트폰’이라는 트렌드를 포착, 그 기회를 적절히 살려냈다.


◇ 위치 변화가 바로 ‘신성장동력’
이들의 공통점은, 앞서 언급했듯이 ‘포지셔닝 체인지’다. 시장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변화시켜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애플의 경우 자신들의 강점인 디자인과 자신들이 탄생시킨 콘텐츠 생태계에서 나오는 수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과감하게 제조영역을 포기했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강점인 검색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이메일, 동영상, 클라우드 등으로 발을 넓히며 결국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 그 결실을 맺었다. 삼성 역시 고전적인 반도체 전문 제조사의 지위를 활용, 스마트폰 제조 부문에서 엄청나게 성공했다.


이들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핵심기술이다. 애플은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 영역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십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과 탁월한 관리능력을 가진 ‘팀 쿡’ 현 애플 CEO가 만남으로써 전환에 성공했다.


구글 역시 ‘페이지랭크’라는 검색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구글 검색의 핵심으로 현재까지의 구글의 성공은 모두 이 기술이 견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은 여기에 더불어 사용자들의 검색 경향과 각종 개인 정보를 수집해 ‘맞춤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광고주의 수익을 이끌어냈다.


삼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미세공정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던 반도체 시장에 진출해 이들을 모두 꺾고 시장을 차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비메모리, 스마트폰 분야에도 착실히 진출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세계 최대 온라인 마켓인 ‘아마존’역시 마찬가지다. 아마존은 ‘원클릭 결제’라는 기술로 온라인 마켓의 최강자가 됐고 이를 바탕으로 전자책, 태블릿PC까지 만들어낸다.


페이스북은 어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개념에 걸맞게 페이스북의 시스템은 어떻게 사람들을 연결시키는가에 집중돼 있다. 페이스북은 기존 소셜서비스들이 ‘나’를 중심으로 하는 1차원적 연결고리만 제공했던 것을 넘어서 2차원, 3차원 이상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을 갖고 있다.


위에 언급한 기업들이 현재 IT산업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수익구조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하지만 이들은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 않다. 바로 그 점이 포인트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적절히 시장을 나눠먹고 있다.


일견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시장의 점유율이 포화상태라면 이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현재도 급성장하고 있으며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 내에서 일정 지분만 보유하고 있으면 그것은 곧 성장을 의미하는 만큼, 애플과 삼성은 일종의 ‘동반성장’ 관계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어떤가? 검색 광고를 바탕으로 한 구글이 ‘개인화’를 추가하며 페이스북의 ‘소셜광고’를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적 경기 불황 때문에 그렇게 관측될 뿐, 실상 구글의 맞춤광고와 페이스북의 소셜광고는 모두 자신들의 플랫폼 상에서만 가동하기 때문에 유효 경쟁이 성사되지 않는다. 혹자는 구글의 SNS서비스인 ‘구글플러스’를 거론하며 경쟁관계라 말하겠지만, 현재로선 무시해도 좋을만한 점유율이고, 광고효과 또한 미미하다.


◇ 디지털 세상, 전 세계가 시장이다
디지털 세상은 포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나의 시장이 성장둔화에 이르러도 신흥시장의 성장속도가 이보다 더 크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시장을 주목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이것이 바로 과거 ‘닷컴버블’과 지금의 차이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닷컴열풍의 문제는 바로 ‘시장’이 미국으로 한정돼 있었다는 점이었다. 경제학적 논리로 볼 때 사려는 소비자보다 만드는 생산자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은 과거에는 IT기업이 활동하는 영역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디지털 문화권으로 포함됐다. 이처럼 전 세계로 확대된 디지털 인프라는 시장을 급속도로 성장시킨 반면 생산자들의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스타트업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업에서 상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이들이 너도나도 창업에 나서고 있다. 무궁무진한 시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장은 적어도 전 세계 인구가 누구나 스마트폰을 하나씩 들고 다닐 때까지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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