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새우’들이, '고래'는 구경이나

산업 / 전성운 / 2012-12-14 15:25:36
협력업체·입점상 내새워 ‘대리전’ 펼치나

대형마트와 중소상인간 대립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유통법 개정안 통과를 대비해 대형유통업체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일제히 자율휴무에 들어갔지만 중소상인들은 이를 법개정을 막기 위한 꼼수라며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형마트 협력업체, 농어민, 입점상이 대형마트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서며 다툼은 확대될 전망이다.


대형마트에 의무휴무를 지정하는 내용 등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관련, 지난 3일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 자율휴무를 실시한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지난 12일 대형유통업체와 기업형슈퍼마켓(SSM)는 일제히 자율휴무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전국의 147개 점포 가운데 111개점, 홈플러스는 133개 점포 가운데 99개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 총 349개 점포 가운데 291개가 자율휴업을 가졌고 롯데마트는 100개점 중 79개 점포에서 자율휴무를 실시했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은 대형마트와 SSM의 자율휴무 실시와 관련 유통법 개정안을 막아내기 위한 꼼수라고 강하게 날을 세웠다. 골목상권과 상생하려는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매출이 가장 적은 수요일을 휴일로 지정했다는 점과 그간의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에 대한 반성 및 철회의 실질적 행동이 수반되지 않았고 골목상권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율휴무를 발표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중소상인들의 비난의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종로구 관철동에서 작은 점포를 꾸리고 있는 한 상인은 “소비자들은 대부분 평일 아닌 주말에 장을 보는데 평일에 휴무를 한다고 해서 골목상권에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며 “생색내기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원한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에 자율휴업을 해야 옳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간 갈등은 의외의 방향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 바로 이들 마트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나 입점 상인들과의 갈등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오후 대형마트 협력업체가 주축이 된 '유통악법 철폐 농어민, 중소기업, 영세임대상인 생존대책투쟁위원회'는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국회에 계류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대형마트 협력업체, 농어민, 입점상등으로 구성된 경찰 추산 6000여명의 군중들은 “유통법이 개정되면 농어민, 중소기업, 영세 임대상인 등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대형유통사와 거래한다는 이유만으로 심각한 생존권 박탈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 시행시 전통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를 수치적으로 실증할 수 없다”며 “유통악법 통과시 3만명 이상 고용감축이 불가피하고 수많은 2차, 3차 농가와 중소기업을 고려하면 그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존대책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유통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전통시장의 현대화와 소비자가 찾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방안을 고민해 지원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대형마트 “버티면 이긴다”
대형마트가 해야 할 주장을 대신 떠않은 이들에 대해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이들이 대형 유통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이다. 예로부터 거대 권력이나 자본에 기생해 살아온 것은 특별히 나쁜 사람이거나 어딘가 잘못된 사람이 아닌 그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대형마트와 같은 거대 자본은 자신들이 직접 나서지 않고 중소상인과 납품업체를 대립하게 만들어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일방적 구도에서 서민 상호간에 불신을 키워 이를 ‘논쟁’으로 만들기만 해도 대형마트가 얻는 효과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규제나 정책이 그렇듯, 먼저 나가 떨어지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다 된다는 일종의 ‘버티기’ 논리다. 실제로 그렇다. 가까운 사례로 쌍용차 사태가 그렇고, 강정마을이 그러하며, 용산참사가 그러하다. 그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버티기’논리로 일관하고 있으며 수십년간 그 효과를 톡톡히 만끽해 왔다.


실제로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소상인들이 현재와 같은 반발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의 대선 분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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