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대신 다시 ‘펜’의 시대?

산업1 / 전성운 / 2012-11-29 15:24:07
‘갤럭시 노트’로 화려하게 부활…MS도 ‘강화’

‘스타일러스’의 시대가 돌아왔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멸종에 가깝게 사라졌던 스타일러스가 삼성 갤럭시 노트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더니 이제는 아이패드의 태블릿 시장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MS도 윈도우8에서 필기입력을 강조하며 스타일러스의 부활을 꿈꾸는 모양새다. 애플은 공식적으로는 손가락 터치를 강조하며 스타일러스는 필요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의 판도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내가그린기린그림’이라는 카카오톡 게임이 인기다. 사용자들끼리 서로 그림을 그려 보내면 상대방이 그 그림을 보고 단어를 맞추는 게임으로 최근 4인치 이상의 대화면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때문에 덩달아 ‘펜’을 사용할 수 있는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LG 옵티머스 뷰와 같은 스마트폰으로 바꾸려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 ‘펜’이다. 사실 이것은 ‘스타일러스 펜’이라고 불리며 아이폰 등장 이전 대부분의 스마트폰 혹은 PDA에서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입력방식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들은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는 ‘감압식’ 터치 패널을 장착한 제품들이었다.


그러나 손가락 제스쳐를 이용해 작동하는 ‘정전식’ 터치패널을 장착한 아이폰이 대중화에 성공하자 삼성, LG,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 등 모든 제조사들은 이를 모방하여 정전식으로 대동단결을 하기 이르렀다.


아이폰 발표 당시 스티브 잡스는 “누가 스타일러스를 원하느냐. 넣었다 뺐다 잃어버리기도 하고. 아무도 스타일러스를 원하지 않는다”며 “손가락은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포인팅 도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이 작년 이맘때 들고 나온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와 태블릿 슬레이트7을 통해 ‘스타일러스’는 화려하게 부활헀다. 갤럭시 노트는 삼성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됐고 슬레이트7는 향후 윈도우8에서 펜 입력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제품이다.


◇ 삼성·MS 등, 펜 입력방식 강화
이후 삼성은 갤럭시 노트2, 갤럭시 노트10.1과 같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스타일러스 펜 입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LG역시 옵티머스 뷰를 통해 그 가능성을 열었고 최근 옵티머스 뷰2에서는 이를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OS)인 윈도우8은 스타일러스 펜 입력을 더욱더 강조하고 있다. 아예 운영체제 차원에서 필기입력을 지원하는 한편 관련 제품도 활발히 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윈도우8은 핵심인 메트로UI를 비롯해 당초부터 태블릿PC를 겨냥한 제품으로 ‘터치’방식의 입력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윈도우8이 탑재돼 출시되는 울트라북 PC들도 터치입력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소니의 ‘바이오 듀오 11’과 같은 모델이 대표적이다. 윈도우8과 인텔 i5칩, 그리고 11.6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이 제품은 형식상은 키보드를 가진 ‘울트라북’라인이지만 반으로 접으면 태블릿PC로 활용 가능한 것이 큰 특징이다.


기본적으로는 손가락을 이용한 터치를 지원하지만 일본 와콤사의 전자유도식 터치방식도 지원하고 있다는 점 또한 큰 특징이다. 이는 갤럭시 노트에도 탑재된 기술로 사용자가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해 입력할 때 그 압력을 감지해 표현하는 기술이다.


MS역시 스타일러스 펜의 부활에 큰 목표를 두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 윈도우 홈페이지에서는 모델들이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해 윈도우8이 탑재된 태블릿PC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스타일러스 펜의 부활, 그러나…
애플로 인해 ‘스타일러스 펜’ 시장이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펜 입력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꾸준히 있었고 관련 액세서리 또한 계속 발매되어 왔다. 아이폰은 3.5인치라는 화면크기의 특성상 펜 입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아이패드는 달랐다. 아이패드의 큰 화면을 채우기엔 손가락만으론 부족한 무엇인가가 분명 있었다.


이 지점을 파고든 제품이 갤럭시 노트 제품군이었다. 특히 노트 시리즈는 스마트폰의 대형화도 일조해 결국 아이폰도 더 크게 나오도록 만드는 위력을 발휘 했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2가지다. 그것은 ‘와콤’과 ‘생산성’이다.


이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와콤’은 태블릿PC가 아닌 ‘태블릿’ 시장의 절대 강자로 소싯적 어디서 그림 좀 그린다 싶은 사람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독점’에 가까운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나 소니의 바이오 듀오 11과 같은 제품은 모두 이 와콤사 기술을 활용해 펜 입력을 구현하고 있다. 즉 핵심 기술은 삼성이나 소니가 아닌 ‘와콤’의 것이다. 와콤의 기술은 특허로 강력하게 보호되고 있어 모방하기도 쉽지 않아 스타일러스 펜 입력이 더욱 대중화 될수록 와콤의 시장 지배력만 더욱 강해질 뿐이다.


애플이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면서도 통신기술로 인해 지속적인 특허분쟁과 로열티 지급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춰보면 장래 와콤의 기술 역시 이러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점은 바로 ‘생산성’이다. 이는 MS가 강조하고 있는 지점으로 MS는 윈도우8이 탑재된 타블렛PC와 아이패드의 차이를 여기서 찾고 있다. 아이패드로는 콘텐츠를 소모하는 것만 가능하지만 윈도우8 태블릿PC로는 보다 생산적인 일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MS는 생산성에 있어서 ‘오피스’라는 매우 강력한 제품을 가지고 있다. 마치 윈도우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오피스 덕분에 MS는 수 십년간 데스크탑PC 시장을 지배해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MS는 모바일 시장에서도 이러한 지배력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MS가 간과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사람들이 왜 태블릿PC를 구입하는가 하는 지점이다.


현재 태블릿PC는 콘텐츠 소비형 도구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전자책, 동영상, 사진, 게임 등을 소비하고 있으며 사실 생산적인 용도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일마저 태블릿PC로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이는 다시 펜 입력과도 연결된다. 와콤 디지타이저 기술의 핵심은 ‘필압 감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좀 더 세밀하고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보통 사용자들에게 필요할까?


우리에겐 훌륭한 선례가 있다. 바로 닌텐도DS다. 닌텐도DS는 듀얼스크린이라는 특징도 있었지만 펜 입력 또한 큰 흥행 요소였고 이는 선풍적 인기로 연결됐다. 하지만 여기엔 필압 감지 같은 것은 포함되지도 않았고 기본 제공된 펜도 그리 좋은 소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열광했다.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엔 그 정도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스타일러스 펜’은 분명 부활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아이패드 역시 스타일러스 펜 사용이 가능하고 일반적인 용도 내에서라면 이 이상 필요하지도 않다. 단순히 ‘다른 점’만 가지고는 ‘강점’이 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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