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출점거리 제한, 효과 볼까?

산업 / 전성운 / 2012-11-29 15:10:11
편의점, 이미 포화상태…근본적 대책 시급

과잉 출점으로 인한 편의점의 경영 부실을 막기 위해 편의점 간 거리가 제한된다. 올해 들어 편의점들의 경영상태가 급속히 악화한 점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이 기준은 동일 브랜드 내에서만 적용될 것으로 보여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편의점들의 경영상태 악화와는 반대로 편의점 본사의 수익은 매년 껑충 뛰고 있어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해 연내에 시행하기로 했다. 모범거래기준의 핵심은 신규 가맹점이 기존 편의점의 800m 안에 개점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인근 상권 내 중복 출점으로 인한 편의점의 경영난을 해결하려는 조치다.


CU(옛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가 대상으로 당초 편의점업계에서는 300m 이내 신규 출점 금지를 예상했으나 규제 강도는 훨씬 강해졌다. 편의점의 경영상태가 올해 들어 급속히 악화한 점을 반영한 결과다. 공정위는 시민단체와 국회에서 제기한 ‘과다 해지 위약금’과 ‘과장 광고’ 등도 개선키로 했다.


편의점까지 마무리됨으로써 올해 공정위가 목표로 했던 5대 프랜차이즈 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이 완성됐다. 업종별 신규 출점 거리제한을 보면 피자는 1500m, 치킨은 800m, 제과점과 커피전문점은 각각 500m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프랜차이즈업종의 공정거래는 수많은 자영업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모범거래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불공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 출점거리 제한, ‘눈 가리고 아웅’
충남 논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작년 11월 문을 연 그의 ‘CU’ 편의점 옆에 올해 ‘GS25’ 편의점이 들어섰다. 그의 가게와 불과 70m 거리다. 그런데 80m가량 떨어진 곳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또 들어선다고 한다. “200m도 못 돼 편의점이 3개나 있으니 장사가 될 턱이 있습니까. 전기료, 아르바이트생 월급, 본사 납입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편의점 시장이 급성장한다는 소식에 점포를 냈지만 한 달 수입은 50만~70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초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야간에 기계설비 관리를 해 겨우 가족들의 생활비를 대고 있다. “이전에 운영하던 도시락 체인점과 비교할 수 없는 수입입니다. 물품을 배달하러 본사에서 오는 트럭 운전수에게 물어보니 다른 편의점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공정위가 편의점 간 출점 제한 거리를 800m로 정했지만 편의점주들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한다. 출점 제한 거리가 동일 브랜드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같은 ‘CU’ 브랜드는 800m 간격을 둬야 하지만 ‘세븐일레븐’, ‘GS25’ 등은 바로 옆에도 세울 수 있다.


다른 편의점주도 “동일 브랜드의 출점 거리만 제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모든 브랜드에 적용되는 출점거리 제한을 두지 않는 한 편의점 경영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헌철 신용보증기금 산업분석팀장은 “일부 편의점주들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편의점 수가 과잉 팽창한 결과 부실률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부실 편의점’ 급격히 증가
2006년 말 9928개였던 편의점 수는 지난해 말 2만1221개로 급증했다. 치킨점(2만7000여개)에 맞먹는 수치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 분석 결과 휴·폐업하거나 대출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부실 편의점’ 비율이 최근 급격히 높아졌다. 2010년 4.6%, 지난해 4.8%였던 편의점 부실률은 올해 1분기 8.7%, 2분기 8.8%, 8월 9.5%로 수직 상승했다. 전체 업종의 부실률(5.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편의점 경영 부실은 이익 늘리기에 급급한 편의점 본사의 과잉 출점 때문이다. 신규 편의점 수는 2009년 1645개에서 2010년 2807개, 작년 4284개로 급증했다. 점포가 우후죽순처럼 생기자 편의점 시장의 급성장에도 개별 점포의 매출은 수년째 감소하고 있다.


2008년 5억2000만~5억6000만원에 달했던 개별 점포 매출은 3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일부 브랜드는 5억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BGF리테일, GS리테일, 코리아세븐, 한국미니스톱 등 4대 편의점 본사의 순이익이 2006년 699억원에서 지난해 2552억원으로 4배 가량 급증한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CU의 본사는 2006년 290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지난해엔 774억원으로 급증했고, GS25 본사도 배 이상, 세븐일레븐 본사는 무려 순익이 50배로 늘었고, 미니스톱도 5배 가량의 순익 증가를 보였다.


공정위의 기준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공정위가 편의점 거리 제한에 나선다고 하지만 이미 들어올 만큼 들어와서 포화상태가 된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동네슈퍼라고 볼 수 있는 4인 이하 종합소매업 점포수는 2003년 11만5000개에서 2009년 9만7500개로 6년 새 15%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업계도 점주들의 권리 찾기 행동에 대해 반발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과도한 위약금과 불투명한 재고 등 분쟁 사태를 조정하는 것이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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