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팔았나, 광고를 팔았나?

산업 / 전성운 / 2012-11-16 14:05:54
온라인 서점들, 출판사 상대 ‘광고 영업’ 들통

지식산업의 상징인 서점, 그중에서도 온라인 서점들이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광고판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추천서적’등의 코너가 사실은 출판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라 규정하고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이 광고영업을 했다고 과태료 처분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식이면 오프라인 서점들, 백화점·대형마트 또한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온라인 서점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를 점검해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예스24 등 4개 대형 온라인 서점에게 시정 명령과 과태료 2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예스24·인터파크·교보문고·알라딘 등 대형 온라인 서점들은 출판사로부터 돈을 받고 '추천 기대작', '화제의 책' 등 서적 추천 코너에 책을 홍보해온 것이다. 공정위는 인터파크에 1000만원, 예스24와 알라딘, 교보문고는 각각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서점이 책 소개 코너로 벌어들인 광고비는 9167억원에 달했다. 예스24의 ‘기대신간’ 코너는 건당 광고비 250만원을 받았으며 ‘주목신간’은 100만원에 책 소개를 싣는 등 이런 방식으로 작년에만 3552억원의 돈을 벌어들였다. 인터파크 역시 건당 120만원에 ‘급상승 베스트’, 70만원에 ‘핫 클릭’에 책 소개를 싣고 작년 2486억원의 돈을 벌었다.


알라딘은 건당 150만원을 받고 ‘화제의 책’, 75만원을 받고 ‘추천 기대작’, ‘주목신간’, 50만원을 받고 ‘화제의 베스트 도서’에 각각 책 소개를 실어 1560억원을 벌어들였다. 교보문고 역시 ‘잇즈 베스트’는 건당 100만원, '리뷰 많은 책'은 70만원에 책 소개를 실었으며, 이로 인해 교보는 1570억원을 벌었다.


공정위는 “단순히 광고비를 낸 출판사의 서적임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30여개 종합도서 쇼핑몰에 대해서도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 업계 “억울하옵니다”…소비자 의식 개선이 더 중요
그러나 이러한 공정위의 지적에 일각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는 모든 형태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반화된 관행으로, 사실상 오프라인 시장의 ‘매대’ 개념과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방식이면 어떤 유통시장도 피해갈 수 없다”며 “인터넷만이 아닌 오프라인 역시 ‘광고비’를 내야 좋은 자리에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은 업계 상식”이라며 “온라인 서점 역시 그저 하나의 유통망 일 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의 지적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사실상 오프라인 서점 역시 대형서점들은 판매대 별로 차등을 두고 있으며 이는 백화점, 대형마트, 하물며 동네 편의점 역시 마찬가지다. 마진이 많이 남거나, 광고비용 혹은 프로모션 비용을 받았거나 하는 이유로 더 좋은 자리에 우선 배치하는 것은 ‘세일즈’의 기본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일반 소비자들은 서적소개 코너에서 소개되는 책은 온라인 서점이 자신의 객관적 기준 또는 판단에 따라 직접 선정해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책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온라인 서점의 ‘공공성’을 지적했다. 서점을 단순한 상품보다는 사회에 필요한 공공재를 공급하는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러한 인식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서점을 포함한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크게 노출되는 상품은 광고’라는 인식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완전히 개인화된 큐레이션 서비스가 아닌 이상 판매자의 모든 추천은 ‘매출 증대’로 이어져 있다”며 “쇼핑몰에 대한 단속이 중요한 것이 아닌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살 때 점원의 추천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라며 “그 상품이 정말 좋아서 추천하는 것이 아닌, 마진이 많이 남거나 재고가 많아서 추천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2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3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4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5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