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난, 결국 소비자가?

산업1 / 전성운 / 2012-11-09 17:50:59
표준이율 하락 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보험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표준이율 구조를 8년 만에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업계는 “표준이율을 낮추는 쪽으로 개편돼 보험료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들은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 따라 역마진이 우려돼 표준이율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밝히지만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의 실패를 보험료에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일 금융당국은 표준이율 계산식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되도록 연말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혀 업계는 보험회사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내년 4월 이후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8년만의 개편 추진
표준이율이란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주려고 확보한 돈(책임준비금)에 붙는 이율이다. 보험사가 준비금을 운용해 얻을 것으로 금융당국이 예상하는 수익률이다. 금융당국은 표준이율이 현재의 연 3.75%보다는 낮아지도록 계산식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이율 산출에 쓰이는 ‘표준이율 기준금리’와 시장금리(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의 적용 방식을 조정하거나 계산식 자체를 새로 만드는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표준이율은 저금리 기조와 괴리가 크다”며 “이대로 두면 머지않아 보험사가 심각한 역마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표준이율 전면개편이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이대로 가면 보험사가 역마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 때문이다. 향후 표준이율이 금리변동성에 맞춰 좀 더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보험사의 건전성을 강화함으로써 추후 보험료를 지급할 때 무리가 없도록 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저금리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일 뿐이다. 보험사는 자산을 주로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는데, 최근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해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더 낮아지면 수익률 차이에 따른 ‘역마진’이 커지고, 자칫 보험금으로 줄 돈이 모자랄 수 있다.


지난 2일 기준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2.78%, 5년물은 2.84%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앞으로도 3% 미만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회사는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가 20~30년 이상 이어지면 보험회사는 실제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때 과도한 역마진 부담을 떠안게 된다. 중소형 보험사는 도산할 수도 있다. 실제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위험 기준 자기자본(RBC) 비율이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에 걸쳐 있는 보험사가 여럿 있다.


손해보험사 가운데 롯데손보가 148.5%로 기준선에 미달했다. 에르고다음(159.6), 흥국화재(167.1%)는 기준선을 간신히 넘겼다. 생명보험사는 카디프생명(162.5%)이 기준선을 소폭 초과했다. 하나HSBC는 162.3%의 RBC 비율을 250%대로 끌어올리려고 지난 8월 500억원 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단순히 특정 부분만 손대는 게 아니라 계산식 전반을 다시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표준이율 기준금리가 4.0%에서 3.5%로 낮아지고 계산식을 바꾸는 등 개편이 단행됐고, 2010년엔 표준이율에 반영하는 시장금리를 회사채 3년물에서 좀 더 안정적인 국고채 10년물로 변경했다. 따라서 이번 개편은 사실상 8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일단 표준이율 기준금리를 3.5%보다 낮춰 현실화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
그러나 표준이율을 내리면 보험료가 올라가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의 실패를 보험료에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표준이율이 하락하면 보험사는 준비금을 늘려야 하고 보험사는 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는 만큼 보험료 책정에 쓰이는 예정이율도 내릴 개연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표준이율 하락은 예정이율 하락과 보험료 인상으로 연쇄 작용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표준이율 하락으로 무조건 보험료가 오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보험사는 준비금 부족분을 메우려고 보험료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엔 표준이율 1%포인트 하락이 그대로 예정이율에 반영되면 보험료는 10~15% 오른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다. 따라서 현재 예상되는 이차 역마진 0.5%포인트를 보험사가 모두 예정이율 인하로 메우면 보험료는 5~8% 오르는 셈이다.


금감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고스란히 은행 예·대금리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듯 표준이율 조정폭에 따른 보험료 변동폭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표준이율이 내리더라도 보험사가 보험료를 지나치게 올리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표준이율 손질은 저금리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로 장기적으로는 고객에게 유리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가 오르면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될 수 있지만 20~30년 뒤 보험금을 줘야할 보험사가 도산해버리면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 역시 저금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표준이율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정이율 높으면 상품 만들 때 운용 측면에서 그만큼 수익률을 내줘야 하는데 지금의 투자 상황을 보면 주식시장도 안 좋고 국고채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으로 수익률을 낼 가능성은 앞으로도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표준이율을 손질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보험자산은 장기간 운용되기 때문에 보험기간에 상응하는 장기채권을 확보해야 하나 10년 이상 장기채권은 공급이 많지 않고 수익률도 낮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험사들이 구조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의 리더 격인 삼성생명은 10년 만에 경영 전반에 대한 고강도 외부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영업확장이 힘겨운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자산운용까지 어려워 실적악화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소 2개월 이상이 걸릴 이번 컨설팅 결과에 따라 경영기조나 전략의 방향 전환, 구조조정 등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의 이번 조치는 업계에 비상경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경영쇄신을 명분으로 한 명예퇴직 실시 등 내핍경영이 득세하고 각 사마다 비교우위에 따른 차별화 시도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험사들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생보사는 연말께 신입사원 채용 축소, 명예퇴직 등으로 기존 인력의 10%가량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