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 ‘광선검’을 쥐다

산업 / 전성운 / 2012-11-09 17:06:08
디즈니, 루카스필름 ‘인수’…"스타워즈 3편 더 제작"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만든다면? 두 회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는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스타워즈를 제작해온 조지 루카스 감독은 자신의 회사 전체를 매각했고 이를 사들인 디즈니는 스타워즈를 3편 더 제작할 것 이라고 발표했다. 다음 스타워즈에선 주인공들이 광선검을 휘두르며 싸우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다음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기업 월트디즈니는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제작사 루카스필름를 40억5000만 달러(약 4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오는 2015년 7번째 스타워즈를 개봉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는 반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반은 4000만 주의 주식을 주는 것으로 루카스필름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루카스필름을 100% 소유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이자 영화감독으로써 전설적인 작품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각본·연출해온 조지 루카스는 디즈니의 지분 중 2.2%를 소유해 개인 소유 2위의 주주가 될 예정이다.


이날 루카스는 성명을 통해 “오래 전부터 품었던 주류 영화 산업에서 떠나고 싶은 개인적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하며 “이제 내가 새로운 영화 창작자들에게 스타워즈를 넘겨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인수”라고 평가하며 “디즈니는 최소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3편을 추가로 개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카스는 이후 제작될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제작 고문을 계속 맡을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디즈니가 TV 방송, 영화, 테마파크, 인터넷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브랜드를 인수하려는 전략에 맞춰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제작사나 캐릭터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한지 7년 만에 이루어진 3번째 대규모 인수합병이다. 루카스필름의 특수효과 업체 ILM을 비롯해 루카스가 각본을 쓰고 제작한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의 저작권도 포함됐다.


앞서 디즈니는 지난 2006년 ‘토이스토리’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를 74억달러에, 2009년에는 만화 출판사이자 영화 제작사인 마블을 42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방송사 ABC와 ESPN도 디즈니 계열사다.


◇ “디즈니가 만든다고?” 팬들 충격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갖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1977년에 나온 최초의 작품을 시작으로 1983년까지 3편이 나왔으며 이후 긴 휴식을 갖다가 지난 1999~2005년에는 기존 시리즈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 3부작이 제작됐고 마지막 작품이었던 지난 2005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 이후 루카스는 추가 제작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날 스타워즈닷컴에 공개한 화상인터뷰에서 루카스는 “새로운 3편의 줄거리를 대략 구성해 놨으며 더 많은 스타워즈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놨다”고 밝혔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역시 “이미 다음 3부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놨다”면서 새 스타워즈를 기다려온 영화팬들의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스타 워즈 에피소드 7’(가제)에 이어 ‘에피소드 8’과 ‘에피소드 9’를 잇달아 내놓을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2~3년마다 새 스타워즈 영화를 개봉하겠다고 덧붙였다. 새 3부작은 시리즈의 3번째 개봉작 '제다이의 귀환' 이후 루크 스카이워커와 한 솔로, 레아 공주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이들 새 작품에 루카스필름의 이름은 걸 수 있겠지만 이전과 같은 팬들의 컬트적인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래전부터 헐리우드와 거리를 두며 작품을 만들어온 그가 주류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디즈니’에 스타워즈를 팔았다는 사실을 그의 팬들은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가장 피하고 싶었던 존재가 됐다”
지난 1999년 루카스의 전기 ‘스카이워킹’을 저술했던 전기작가 데일 폴록은 “루카스감독이 1980년대부터 디즈니사를 싫어했으며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는 존경하지만 디즈니사는 그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판매소식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루카스는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며 부인했지만 그가 대기업을 싫어하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일이다.


루카스는 자신의 영화사를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설립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로스앤젤레스를 근거지로 한 헐리우드 영화사들과 섞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의 목표는 자신의 ‘스타워즈’시리즈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당초 설정했던 목표에 비해 영화사는 훨씬 비대해졌으며 그의 스카이워커 목장만해도 6100에이커(2470헥터)가 넘는 데다 여러 채의 건물들에는 요즘 한창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그의 음향 및 시각효과 회사인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드 매직(ILM)을 비롯한 ‘계열사’도 들어가 있다.


루카스필름은 점차 출판사, 비디오 게임, 유통업, 특수효과 및 마케팅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어 루카스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한 때의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이제는 재벌 사업가나 제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루카스는 2004년작 다큐멘터리 영화 '꿈의 제국'에서 “이제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고 싶고 다시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지금의 나는 대기업의 총수가 되어있고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바로 그런 존재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공헌으로 제2의 인생 꿈꾼다
루카스는 “이번 매각은 자신을 비판자들이나 광팬들에게 시달리지 않는 자유인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며 앞으로의 수입만으로도 자선활동이나 ‘전혀 새로운’ 다른 모험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월트디즈니로부터 받을 루카스필름 매각 대금의 상당부분은 교육재단에 기부할 계획을 발표했다.


루카스는 “지난 41년간 오로지 회사를 위해 제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사회공헌을 위해 더 많은 것을 바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며 자금 대부분을 교육 관련 재단에 기부하고 세계적 부호들의 기부서약 캠페인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서 했던 약속을 이어갈 계획이다.


‘기빙 플레지’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이 “억만장자들이 나서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며 지난 2010년부터 벌이고 있는 캠페인이다. 당시 그는 교육은 인류 생존의 중요한 열쇠라며 “미래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 발전에 자신의 재산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루카스 감독은 앞서 2006년에도 자신의 모교인 서던캘리포니아 대학(USC)에 1억7500만달러(약 1900억원)를 기부했고 수년간 암 연구 기금마련 프로그램 ‘스탠드 업 투 캔서’와 ‘메이크어위시재단’ 등 여러 단체를 지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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