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위탁생산, 약장수 돈벌이로 ‘전락’

산업 / 전성운 / 2012-11-09 17:00:13
노인상대 폭리 ‘건강식품’ 무분별하게 생산

일부 제약사들이 공장의 생산시설의 활용도를 높이고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하고 있는 ‘위탁생산’이 악덕 약장수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순진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약을 팔고 있는 약장수들에게 ‘건강식품’의 생산 의뢰를 받아 납품하고 납품받은 약장수들은 원가는 몇 푼 되지 않는 제품을 고가로 팔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에 충남 천안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식품을 의약품으로 속여 판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모(44)씨 등 10명이 불구속 입건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천안 서북구 성환읍에 물품 판매장을 차려 놓고 일주일 동안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이라고 속여 노인 385명으로부터 45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노인들에게 불가사리 가공식품을 관절염 특효약으로 둔갑시켜 2만 원짜리 1박스를 16만 원에 팔고, 300원짜리 일반 비누에 태반이 섞인 것처럼 광고해 아토피로 고생하거나 피부에 관심이 많은 할머니에게 80배 넘는 가격에 넘겼다. 이러한 판매방식은 시골뿐만 아니라 서울 탑골공원 같은 도시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위탁생산은 특히 매출이 적은 중소 제약사의 수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위 제약사들의 이름이 붙은 건강식품도 사실상 이 같은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문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순진하고 외로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벌이는 데 사용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제약사들이 위탁생산해 주는 것은 전체 제약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매출이 좋아도 그런 장사꾼들에 활용되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도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제약계가 불신을 받게 한다”며 “리베이트 근절이나 저가낙찰 등에 신경 쓰는 것도 좋지만 믿을 수 있는 판매자에게만 공급토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개별 회사 경영방침에 따라 결정하게 돼 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