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마저 불안한 기운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9월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정지와 지난 5월 업계 1위였던 솔로몬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잇따라 터지면서, 업계 3위였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벼락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업계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역시 부실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돼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위험 가중자산에 대한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5% 미만에 해당돼 경영개선 요구를 받았다. 그럼에도 지난 8일 공개된 사업보고서 결과 BIS비율은 3.0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분기보다 오히려 1.5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이에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을 꾀하고 있다.
◇ 계속되는 악화… “경영개선 쉽지 않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사업보고서에는 자신들의 재무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BIS비율 외에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상황이 좋지 못함을 증명하는 자료는 많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분기보다 4.97%포인트 높은 19.36%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固定以下與信)이란 부실채권 중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말하는데, 이 비율이 높을수록 회수될 수 있는 채권이 적어 부실 우려가 높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점차 하락 추세다. 지난 분기 -43.29%를 기록했다가 올해 분기에는 32.19%포인트가 하락한 -75.48%를 나타냈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현대스위스3저축은행은 지난 6월 회계감사에서 감사의견에 '한정'을 받았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대출채권에 대한 이자수익의 이연인식 추정액 및 대손추산액 산정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통제절차를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정’이란 ‘적정’ 다음의 감사의견으로 기업회계준칙에 따르지 않았거나 기업회계원칙을 계속 적용할 경우 문제될 사항은 있으나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부적정의견이나 의견거절과 달리 한정의견일 경우 감독당국에서 따로 취하는 조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빠른 시간 안에 한정사유를 해소하겠다고 공시한 상황이다.
◇ 경영개선 위한 노력… 정상화 이뤄낼까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경영개선요구조치의 주요내용은 △BIS비율 5% 이상(연결재무제표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자본 확충 △영업구역 내 저축은행의 평균금리를 초과하는 고금리 수신의 제한 △신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및 거액여신의 취급금지 △이익배당의 제한 등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측은 내년 5월까지 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오는 12월8일까지 BIS비율을 7%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ㆍ요구ㆍ명령)를 받게 된다.
이를 위해 현재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경영개선 이행계획을 진행 중이다. 가장 큰 화두는 계열사인 현대스위스3ㆍ4저축은행을 매각해 이 자금으로 증자하는 것이다.
현재 투자자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상장금융회사인 SBI파이낸스코리아다. 이 회사는 일본 SBI그룹의 자회사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지분 20.9%를 보유하고 있다.
SBI파이낸스코리아는 최근 김광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과 주식 맞교환을 하는 등, 이미 사전 정지 작업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SBI파이낸스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스위스2저축은행의 지분을 김 회장에게 넘기고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지분 일부를 받는 형태였다. 이에 따라 올해 초 한 자릿수였던 SBI파이낸스코리아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대한 지분율은 현재 20.90%까지 올라갔다. 김 회장의 지분율은 43.71%로 낮아졌다.
SBI그룹은 1999년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의 투자금융부문 자회사로 출범했다. 이후 2006년 8월에 소프트뱅크 그룹과의 지분관계를 청산, 독립하여 독자적인 투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BI코리아홀딩스를 모회사로, SBI인베스트먼트,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 SBI프라이빗에퀴티를 자회사로 보유 중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000억원 내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현재 자본금 수준인 1000억원 내외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해야 BIS비율을 7%선으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SBI파이낸스의 지분율은 9.9%(3월말 기준)에서 79%(액면가 5000원으로 발행할 경우)로 늘어나게 된다. 액면가의 3배 가량인 1만6000원으로 발행해도 58%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향후 SBI파이낸스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100% 자회사인 현대스위스3저축은행도 자동으로 인수하게 된다.
단,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BI파이낸스는 재무적 투자자(FI) 형태로 증자에 참여해 대주주가 되더라도 기존 경영진의 경험을 존중해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매각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외국계 펀드와 지속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며 “매각작업이 현대스위스1~4저축은행 등 계열사 전반에 지분관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증자한다면 상황이 현저히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BI파이낸스코리아가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지분율은 상당히 올라갈 전망”이라며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입장에서는 자회사 매각과 함께 추진한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 금융당국의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 손실 문제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측은 “부동산PF를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다른 영업 창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부동산PF 대신 꺼낸 카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신용대출이다. 현재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알프스론’, ‘스피드론’ 등의 소액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상당히 어렵지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개인소액신용대출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정이하여신에 대해서도 “연체가 늘어나다 보니 실질적으로 건전성이 떨어진다”면서도 “담보할 자산이나 부실채권을 메울 수 있을 만큼의 자산을 확보해서 여신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채권관리와 회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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