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3, 시장 과열 막을까?

산업 / 전성운 / 2012-11-05 11:11:06
SKT, 약정할인 제도 변경 ‘핫 이슈’

SK텔레콤이 “가입자가 휴대전화 구입 시 맺은 약정을 지키지 못하고 파기할 시 할인금액을 돌려받겠다”고 선언했다. 오래 쓸수록 ‘위약금’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동통신 3사는 모두 비슷한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이번 SK텔레콤의 약정제도 변경은 KT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이통사로도 퍼질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SK텔레콤이 ‘추가’로 할인을 해 줄 가능성은 없다.


지난달 30일 SK텔레콤은 “스페셜·LTE 플러스 할인 제도를 변경해 자사 대리점이 판매하는 단말기의 구입 고객에 대해 제공하던 약정기간 내에 계약 파기 시 위약금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자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가입 유지 기간과 관계없이 통신비를 ‘할인 아닌 할인’ 해왔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은 할인을 받은 뒤 다른 이통사로 옮기더라도 고정된 단말기 위약금만 부담해왔다. 하지만 제도 변경에 따라 가입자들은 약속한 기간 가입 상태를 지속하지 않으면 통신비 할인받은 액수만큼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 사용자들에겐 ‘족쇄’
이번 제도는 인터넷상에서 몇 개월 전 부터 ‘위약금3 신설’로 떠돌던 이야기가 현실화 된 것으로 공식적으로는 ‘스페셜·LTE 약정 할인 제도 변경’이다. 기존 약정 할인 제도는 할인 기간에 따른 약정만 있었을 뿐 위약금은 없었다. 그러나 여기에 위약금을 추가해 할인해준 만큼 돌려받겠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은 앞서 지난 6월 이미 자급제폰이나 중고폰을 구입한 뒤 자사의 이통서비스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약정을 어길 시 할인 요금 일부를 반환토록 하는 ‘약정 할인’ 제도를 운영했는데, 이 제도를 자사 유통 단말기 구매자들로 확대하는 것이다.


일선 대리점에서는 그간 약정에 따른 요금할인을 ‘단말기 값 할인’으로 위장해 고가의 스마트폰을 ‘공짜’인 양 팔아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신비를 할인해 주는 것으로 가령 SK텔레콤은 52계열 LTE요금제(기본요금 5만2000원) 가입자의 경우 12개월 약정을 하면 한 달에 7500원씩을, 24개월 약정을 하면 13500원씩을 통신비에서 할인해 왔다.


하지만 변경된 제도에 따르면 12개월 약정 고객의 경우 가입 후 3개월째 해지 시 2만2500원, 9개월째 해지 시 4만5000원의 할인 반환금을 이통사에 내야하며, 24개월 약정 고객은 6개월째 해지 시 8만1000원을, 12개월째 해지 시 12만9600원을, 20개월째 해지 시 14만4000원을 돌려줘야 한다.


만약 24개월 약정을 한 경우 20개월을 사용한 뒤 해지를 한다면 할인받은 요금의 52%를 반납하는 셈이다. 오래 쓸수록 반납 비율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위약금은 높아져 16개월에서 최고가 된다.


바뀐 할인 제도는 지난 1일 이후 가입자들부터 적용되며 단말기를 분실·파손·변경하는 경우, 3G에서 LTE로 기기를 변경하는 경우, 이민이나 군입대로 이동전화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반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기존에는 요금 할인 제공 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할인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재약정을 할 경우 계속 요금 할인 혜택을 줘 장기 가입 고객들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변경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겐 그나마 유일한 장점이다.


이 같은 약정제도 변경은 SK텔레콤 뿐 아니라 KT도 12월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아직 제도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경쟁사의 흐름을 따를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제도 변경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IT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스마트폰들이 쏟아지며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과거보다 짧아진 만큼 이통사의 제도 변경이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이번 제도 변경에 대해 SK텔레콤은 “편법적인 고객 뺏기 등 이통시장의 과열을 막고, 요금 할인만 챙기고 기기를 판매해 이익을 얻는 식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없애기 위해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약정을 전제로 한 할인 반환금 제도는 정수기, 금융 업계나 해외 이통사 등에서 널리 적용되는 방식”이라며 “약정 기간을 1년과 2년 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오래 이용할수록 할인 반환금 비율을 줄이는 식으로 고객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 “시장과열이 해결 어려워”
이석채 KT 회장이 꾸준히 주장해 온 것처럼 실제 가계통신비에서 단말기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판매점에서는 통신비 할인을 마치 단말기 할인인 양 교묘히 속여 팔아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도 시행 후 가입자들이 약정을 채우지 못할시 ‘통신비 할인’에 대한 위약금을 받겠다고 하면 반발이 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선택권 침해’다.


단말기 가격은 고정돼 있지 않다. 말 그대로 ‘파는 사람 마음’인 셈이다. 가입방식에 따라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기존 통신사를 계속 이용하면서 단말기만 변경하는 ‘기기변경’과 통신사를 옮겨가는 ‘번호이동’, 그리고 새롭게 가입하는 ‘신규가입’의 3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중 ‘기기변경’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단말기 값이 비싸다. 즉, 한 통신사를 오래 쓴다고 해서 특별히 새 단말기 구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약금 덕분에 단말기 구입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이러한 고가의 스마트폰 단말기를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은 ‘인터넷’인데, 그러나 이번 위약금 제도 시행은 이러한 인터넷 판매시장을 극단적으로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업체들은 매점운영비, 인건비등을 낮추고, 대량판매 하는 방법으로 단말기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춰왔다. 때문에 이들은 짧게는 3개월, 길어도 1년 마다 신규 단말기 교체 수요를 창출해내야 현재의 시장규모 유지가 가능한데 단말기 교체주기가 2년이 된다면 이들 업체 대부분은 사업을 접어야 할 판국이다.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바로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다른 시장에서도 ‘순기능’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가장 대표적인 예가 ‘초고속 인터넷’이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SK, KT, LG가 삼등분 하고 있는데, 가입자들은 대부분 2년에서 3년의 약정 계약을 맺고 일정금액의 요금을 할인 받고 있다. 약정 기간을 지키지 못할 시 위약금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현금과 상품권’으로 정리 된다. 이들 업체들은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가입자를 뺏기 위해 수십만원의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이통시장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과열로 국민의 절반이상을 스마트폰 사용자로, 이중 절반 가까이를 LTE가입자로 만든 공동책임을 지고 있는 SK텔레콤이 이제서야 시장과열을 막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좀 우습다”면서 “기본적으로 단말기 가격이 정상화 되지 않는 한 어떠한 시도도 무의미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2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3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4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5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