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생산, ‘효자산업’으로 각광

산업1 / 전현진 / 2012-11-02 16:52:31
국산 경주마 평균 '3400만원'…시장 가능성 커

지난 달 15일 사단법인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운영하는 한국마사회 제주목장 내의 경매장에서 ‘부마 메니피’와 ‘모마 하버링’ 사이에서 태어난 1세짜리 암말이 2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경매사가 낙찰을 확정하자 제주목장의 경매장이 일순간 술렁였다. 지난 3월 경매에서 1억6000만원의 최고가 경주마가 탄생한지 7개월 만에 또다시 최고가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경주마 생산 산업’은 새로운 ‘효자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또 한국경마 역대 최고가의 경주마를 만든 ‘농기계 수리공’ 출신 30대 이광림 씨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1991년부터 농림부와 한국마사회의 지원으로 시작된 경주마 생산사업은 말산업의 하나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경주마 시장의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현재 600㎏ 한우 숫소의 가축시장 평균거래 가격은 800만원 이지만 국산 경주마의 평균가격은 3400만원이다.


뛰어난 혈통과 체형을 갖춘 1세마는 1억 원 이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소나 돼지 생산 농가는 점차 감소추세지만 경주마 생산 농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0년 98개에 불과했던 농가가 작년 말에는 216곳으로 늘어났다. 경주마 생산역시 658두에서 1363두로 늘어나 연평균 생산 증가율 4.3%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완전경쟁 체제로 운영되는 해외 선진국에서 씨수말의 정액 한 방울이 다이아몬드 1캐럿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 생산사업의 부가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우수한 혈통의 경주마는 경주능력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00만 달러 넘게 팔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KRA 주도로 무료 교배 등을 통해 씨수말 산업이 육성됐지만, 이제는 민간목장에서 자체적으로 씨수말을 해외에서 도입해 교배료만으로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작년에 국내 최초로 국산 경주마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한데 이어 올해에는 싱가포르까지 수출국을 확대했다. 현지 조사는 물론 해외 바이어 초청 등 꾸준한 물밑 작업을 진행해 온 덕분이었다. 동남아 시장을 먼저 공략한 것은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동남아 시장에서 국산 경주마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제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FTA로 농촌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말산업은 농가의 주름살을 펴게 하는 ‘효자 산업’이 될 전망이다.


◇ 이광림씨 경주마, ‘한국경마 역대 최고가 달성’
최근 한우 값 폭락으로 전국 축산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30대 귀농인 이광림(36)씨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작한 경주마 생산으로 억대 소득을 올리고 있어 화제다.


해발 610미터 한라산 중턱에서 챌린저팜(826,446㎡)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최고의 경주마들을 생산 하고 있는 이 씨는 매년 억대 경주마를 생산하며 경주마 생산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30대 초반 2008년 경매에서 9000만 원짜리 고가의 ‘슈퍼질주’를 배출해 주목받았으며 2010년 1세 경매에서 8400만원의 ‘노벨폭풍’에 이어 2011년 경매에서도 ‘메니피’의 자마 ‘슈가립스’로 1억1000만 원의 억대 경주마를 배출하며 스타 생산자로 급부상했다.


지난 달 15일 제주에서 열린 국내산 경주마 경매에서 그가 생산한 1살짜리 암말은 2억6000만 원에 낙찰돼 국내산마 경매 최고가 갈아치웠다.


제주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기계 수리공이었던 이광림씨가 경주마 생산을 시작한 것은 2000년이다. 15세부터 말 생산에 50여 년을 바친 1세대 경주마 생산자인 아버지 이용대 씨의 영향이 컸다. 16만5289㎡(5만평) 규모의 소규모 목장에서 시작한 그는 거친 토지개간을 통해 현재 5배가 넘는 82만6446㎡(25만평)의 대규모 경주마 목장으로 성장시켰다.


이광림 씨가 지금까지 생산한 경주마는 114여 두다. 이들 경주마는 서울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통산 1792전 205승을 거두며 무려 90억 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더욱이 경주마 한 두당 평균 수득상금은 7500여만원으로 평균 수득상금(3300만원)보다 4200만원이 많았다.


이광림씨는 2004년 미국에서 들여온 씨암말은 ‘하버링’으로, 경주마 생산에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버링은 첫해 자마(포입마) ‘미래천사’를 낳았으며 이듬해에는 ‘절호찬스’를 생산, 최고 인기 씨암말로 급부상했다.


‘미래천사’는 데뷔전부터 8연승, 통산 29전 11승을 거두면서 정상급 포입마로 활약한 바 있고 ‘절호찬스’ 역시 15전 6승을 거두는 동안 코리안오크스 우승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올해 코리안더비 준우승 ‘노벨폭풍’과 차세대 암말 강자 ‘천은’ 역시 이 씨가 길러낸 경주마다.


이 씨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초지 확보와 충분한 방목이다. 그는 “양질의 초지가 있어야 자연스러운 영양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지를 계속 늘려가다 보니 어느덧 목장 총 면적이 25만평에 달했다. 대다수 목장이 10만평 미만임을 고려할 때 규모 면에서 가히 국내 최고라 할 만하다.


이씨는 “골격과 근육은 혼자 발달하지 않는다. 비 맞으며 감기에도 걸려봐야 하고 높은 언덕을 오르내리며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마방에 갇혀 주는 사료만 받아먹는 망아지들은 경마장 입사 후 운동기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최대한 야생의 상태에 가깝게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마음껏 달리고 걷고 먹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전기육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5년 간 그가 생산한 경주마들이 잇달아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될성부른 떡잎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많은 마주와 조교사들의 개별거래 제의가 심심찮게 들어오지만, 이 씨의 판매경로는 오로지 경매다.


이씨는 “경주마 거래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개별거래보다 경매를 통해 경주마를 판매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많은 소비자에게 선보임으로써 충분히 평가 받고 수요자들 간 경쟁을 거쳐 제값을 받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 경주마 생산 노하우ㆍ지식 갖춰야 실패 안해
경주마 생산으로 수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도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말생산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마사회 말산업기획팀 이수길 처장은 “경주마를 생산하는 것을 소나 돼지처럼 가축생산의 개념에서 시작하면 무조건 실패한다”며 “무턱대고 경주마 생산에 뛰어든 이들 중 상당수가 몇 년 뒤 빈털터리가 돼 폐업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더욱이 젊거나 경력이 짧은 생산자들이 배출한 경주마들은 능력이 떨어진다고 마주들이 생각해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신만의 경주마 생산 노하우와 경마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확실히 갖고 시작해야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초 자본금이 많이 든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씨의 경우 대부분의 수익을 초지 임대와 씨암말 구매에 투입하고 있다. 그나마 1세대 생산자인 부모님의 땅과 생산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 이 때문에 기반이 없는 젊은 세대에겐 경주마 생산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200여개의 경주마 생산농가 중 부모의 대를 이어 경주마 생산에 종사하는 형태가 제일 많다.


이 씨는 “외국에서는 ‘말 생산은 3대를 거쳐야 안정화 단계에 돌입한다’고 본다”며 “우수한 경주마 생산을 위해서는 할아버지 대에서 목장을 개간하고, 아버지 대에서 말을 육성시키며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 아들 대에 이르러서야 훌륭한 초지와 경주마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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