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조카의 난’ 개봉박두

산업1 / 도영택 / 2012-10-26 13:46:28
오너일가, 경영권 둘러싸고 주식매입 경쟁

녹십자 오너일가의 혈연간 경영권 분쟁이 수 해에 걸쳐 이어지면서 제약업계에서는 “전 회장의 자녀들과 숙부 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생긴 것은 허일섭 회장의 녹십자홀딩스 지분 매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그동안 가족들의 명의를 동원해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녹십자그룹 허일섭 회장은 지난달 14일과 21일 본인 명의로 19회, 아내 명의로 2회에 걸쳐 녹십자홀딩스의 주식 3만주(0.06%)를 매입했다.


이를 두고 형인 고(故) 허영섭 전 회장의 자녀들과 숙질 간 경영권 분쟁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번지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앞다투어 주식 매입… 경영권 분쟁?
국내 유명 제약업체인 녹십자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모양새다. 제약업계에서는 허일섭 녹십자그룹 회장의 녹십자홀딩스 주식 매입과 관련, 녹십자그룹 오너일가의 혈연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허 회장은 지난달 14일과 21일 본인 명의로 19회, 아내 명의로 2회에 걸쳐 녹십자홀딩스의 주식 3만주(0.06%)를 매입했다. 이를 두고 형인 고(故) 허영섭 전 회장의 자녀들과 숙질 간 경영권 분쟁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


허 회장의 녹십자홀딩스 지분 매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그동안 가족들의 명의를 동원해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경영권을 두고 더욱더 입지를 굳히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9년 사망한 고(故) 허영섭 녹십자그룹 전 회장의 아들 3형제도 올해 지분매입에 적극 나서면서 마치 허일섭 현 회장과 고(故) 허영섭 전 회장의 유가족들 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고(故) 허영섭 회장의 아들 3형제들 중 올해 녹십자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선 이는 둘째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과 셋째 허용수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허은철 부사장은 7차례에 걸쳐 총 10만5540주를, 허용수 부사장도 5만2050주를 주식시장에서 장내 매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故) 허영섭 전 회장 자녀들의 지분은 성수ㆍ은철ㆍ용준 3형제를 모두 합해 3.46%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두 일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자, 녹십자그룹 측은 허영섭 전 회장의 아들인 은철ㆍ용준 형제를 각각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으로 승진ㆍ발령하며 분쟁설을 일축한 바도 있다.


◇ 삼촌과 조카 싸움… ‘형수’에게 달려
이런 가운데, 허영섭 전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어머니인 정인애 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언장무효소송이 올해 말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허성수 전 부사장이 장남인 자신을 제외한 가족 및 복지재단에게 재산을 나눠준다는 내용의 부친 유언에 반발해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대법원의 선고 결과에 따라 두 일가의 지분 구도에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공개된 유언장에는 허 전 회장 소유의 녹십자홀딩스 주식 56만여주 중 30만여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여주 중 20만여주를 녹십자가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 예정인 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 주식과 그외 계열사 주식을 정 씨와 은철ㆍ용준씨 형제에게 상속하도록 적시돼 있었다.


당시 유산상속 대상에서 제외된 장남 허 전 부사장은 “아버지 사망 1년 전에 작성된 유언장은 당시 뇌종양 수술 이후 자발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단기 기억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적상된 것으로 아버지의 뜻이 아닌 어머니의 의지에 따라 자의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유언장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유언장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올해 말 대법원 선고를 남겨두고 있다. 만약 허성수 전 부사장의 상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녹십자홀딩스의 지분구조는 허일섭 회장 일가가 11.90%, 은철ㆍ용준 형제가 2.60%와 상속지분 6.11%를 합쳐 8.71%를 가지게 된다. 여기에 허 부사장의 지분까지 합친다고 해도 9.57%에 불과하다. 여전히 허일섭 회장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하는 형태다.


여기에 녹십자가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 예정인 재단에 기부된 녹십자홀딩스 지분 6.96%도 사실상 녹십자그룹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허일섭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결국 허일섭 회장의 지분은 11.90%가 아닌 18.86%인 셈이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성수 씨가 뒤집기에 성공할 경우 녹십자의 지분구조도 변하게 된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고인이 재산에 대해 특별한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할 경우 유산은 아들과 딸 구별 없이 자녀들의 숫자만큼 나누되, 미망인은 자녀 1인이 가져가는 금액의 1.5배를 나눠주게 돼 있다. 이를 적용할 경우 허성수 씨, 허은철 부사장, 허용준 부사장은 각각 2.9%의 지분을 상속받게 되고 미망인인 정 여사는 4.35%의 지분을 받게 된다.


결국 허 부사장을 제외하더라도 은철ㆍ용준 형제와 어머니 정 씨의 지분을 모두 합칠 경우 12.76%에 달하게 된다. 숙부 허일섭 회장 지분을 단숨에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허성수 씨가 정 씨와 화해하고 우호세력으로 가담할 경우 지분은 15.66%로 뛰게 돼 허일섭 회장과의 지분 싸움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정 씨의 입장이 묘한 상황이다. 만약 이번 대법원 상고심에서 피고인 정 씨가 원고인 허성수 씨에게 패소할 경우 상황에 따라 허은철 부사장과 허용준 부사장 중 한 명이 녹십자그룹의 오너로 등극할 수도 있다.


결국, 허 회장 일가의 지속적인 지분 매입은 대법원 선고를 남겨두고 현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가 아니겠냐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영권 분쟁은 전혀 없다”며 “회사 차원에서 특별히 언급할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녹십자 어떤 회사?
경영권 분쟁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녹십자그룹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체다. 지난 1967년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로 출발해 1969년 극동제약(주), 1971년에 녹십자(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83년 B형 간염백신을 개발해 히트를 쳤으며 1987년에는 AIDS 진단용 시약 개발에 성공했다. 1988년 유행성출혈열 백신을 생산했고. 이후 1989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1991년 한국혈우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에 앞장선 이 회사는 1994년 수두백신을 생산해 제약회사로서의 입지를 굳건하게 다졌다. 2000년대에는 독일의 라인바이오텍 사와 백신 부문의 전략적 제휴를, 프레지니우스카비 사와 수액제 부문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또 2001년에는 국내 상장사 최초로 지주회사 시스템으로 전환해 상아제약을 인수했다.


이후 2004년 10월 (주)녹십자로 다시 상호를 변경하고 그 다음해 1월 (주)녹십자벤처투자를 흡수 합병했다. 2006년 전남 화순에 백신공장을 기공하여 세계에서 12번째로 독감백신의 자급자족을 실현시켰다. 특히 2010년 인플루엔자 치료제 페라미플루(PeramiFlu)의 품목 허가를 얻었고, 2011년 오창공장 동물실험실이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 International)로부터 완전 인증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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