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의 습격’…식자재 유통업계 ‘비상’

산업1 / 유상석 / 2012-09-07 10:17:07
美 ‘시스코’ 한국 공습 초읽기…중소업계 ‘울상’

미국 최대 식자재 유통업체 시스코(Sysco)의 국내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소식이 들리자 중소상인들은 물론 대기업 계열 식자재 업체들도 크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년여 전부터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해 제휴업체를 지속적으로 물색하던 시스코가 한ㆍ미 FTA 발효를 기회로 삼아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 시스템에서 절대 우위의 경쟁력을 지닌 미국 업체가 국내시장에 뛰어들면 업계 판도가 완전히 뒤집힐 것으로 전망된다.


◇ 캐나다ㆍ아일랜드 넘어서 한국으로
미국 최대의 식자재 유통 업체인 시스코는, 텍사스 주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냉동식품ㆍ건제품ㆍ통조림ㆍ냉동육류ㆍ신선육ㆍ과일ㆍ해산물ㆍ가금류 등을 공급하고 있다.


시스템즈 앤드 서비스 컴퍼니(Systems and Service Company)의 약자인 시스코는, 1969년 존 바우와 허버트 어빙이 설립했다. 2009년 기준 매출액 369억 달러, 영업이익 18억7000만 달러, 순이익 10억6000만 달러, 총자산 102억 달러, 종업원수 5만1000명 규모이다.


시스코는 지난 2002년 캐나다의 세르카 푸드서비스(SERCA Foodservices)를 인수해 이미 캐나다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또 2003년에는 북미에서 가장 큰 동양 식자재 유통업체인 아시안 푸드(ASIAN FOOD), 2009년에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식자재 유통업체인 팔라스 푸즈(Pallas Foods)를 사들이면서 규모를 키워왔다.


시스코는 식품뿐 아니라 냅킨 등 식당에서 사용되는 소모품과 장비 등 시스코에서 만든 자체 브랜드까지 무려 27만5000종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미국 전역 도처에 180개 이상의 식자재 물류센터를 두고, 8380대의 차량을 동원해, 레스토랑ㆍ병원ㆍ요양원ㆍ학교ㆍ호텔ㆍ 모텔 등을 40만여 개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유통 공룡’이다.


시스코의 성공 요인으로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지역의 중소형 대리점 및 유통업체를 인수ㆍ합병해 이뤄낸 외형 성장이다. 둘째,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종류의 품목을 취급함으로써 일괄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다. 셋째, 물류센터 간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룬 신속한 배송시스템을 확보한 것이고, 넷째로 거래처들에게 지속적으로 영업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온 것을 그 비결로 들 수 있다.


첨단 선진 영업기법과 유통망, 가공할 자본력과 수십 년의 업무 노하우 등으로 무장한 시스코가 국내에 진입하면 지역 영세 식자재 공급업체는 물론, 대기업 계열 식자재 공급업체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한ㆍ미 FTA가 본격 가동되면 그 독소조항의 위세를 업은 채 국내시장 장악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업체들이 긴장하는 것은 그동안 국내 식자재 시장은 전근대성과 영세성에 안주해와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 국내 식재료 유통업계 ‘위기일발’
국내 식재료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식품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식재료의 주요 소비산업인 외식 및 식품가공 산업의 규모 확대에 힘입은 것이다. 최근 25년간 소비 가구당 식품 소비지출 추이를 보면 신선식품에 대한 소비지출 비중이 약 49% 감소한 반면,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배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식재료 산업이나 시장 규모의 경우 아직 관련 공식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다만 관련 업계의 내부 자료를 통해 시장 규모를 추정해 볼 때, 2005년 약 17~18조원이었던 것이 2008년에는 약 19~20조원으로 확대됐고, 2010년에는 22~24조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세부시장별 규모로는 2008년 기준으로 외식용 식재료 시장이 약 71%, 급식용 식재료 시장이 약 24%, 기타 시장이 약 5%로 추정되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2005년 이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식자재 공급업체나 수요업체 대부분은 소규모 업체인 탓에 산업 효율성이 떨어진다. 대형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유통단계가 복잡하고 물류나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문제다. 다단계인 유통구조 탓에 최종 구매자의 구매 비용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유통 소요시간이 길어 선도가 떨어지고 식품 위해요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식재료 유통 업체들이 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orol point) 등 식품안전 관련 인증을 받은 비율은 저조하다.


반면 시스코에는 식품 안전성, 위생 등의 기준에 의해 슈프림(Supreme), 임페리얼(Imperial), 클래식(Classic), 릴라이언스(Reliance), 내추럴(Natural) 등 5개의 품질 등급이 있다. 특히 품질관리 전문가가 식품의 산지에서부터 고객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감독하는 품질관리 시스템은 다른 회사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ㆍ미 FTA는 시스코뿐 아니라 미국 식자재 유통업체의 국내진출을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법ㆍ상생법 등 중소상인 보호법도 미국에 대해서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어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소상공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현재 식자재 공급 유통 사업에 종사하는 중소자영업자는 60만명으로 추산된다. 식자재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은 풀무원 계열의 푸드머스, CJ 프레시웨이의 프레시원, 이마트의 아워홈, 삼성에버랜드, 신세계푸드, 한화리조트, 동원홈푸드 등이다. 최근에는 대상, 롯데삼강, 사조그룹도 뛰어들면서 지역 식자재상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들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중소 식자재 업체들은 시스코같은 거대기업이 국내에 들어설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 식자재 업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 업계에 뛰어든 것 만으로도 우리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데, 그 보다 더 큰 ‘유통 공룡’ 외국 자본이 뛰어든다니, 이건 우리더러 죽으라는 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중소 유통업자들은 먼저 공공기관, 공기업, 산업체 등에 1일 1000식 이하 단체급식 사업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다.


한 중소 식자재업체 대표는 “소규모 단체급식업은 중소업체가 맡고, 대기업은 유통업체나 식당에게 공급하는 대규모 식자재 유통시장에 주력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외국 다국적 기업이 들어오기 전에 국내 중소 식자재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동 브랜드 사업 지원은 물론 유통센터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골목상권침해 논란을 종식시키고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나아가 외국계 유통업체들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 및 중소업체들의 자구책이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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