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 어민들 “누굴 탓할 수도 없고” 한숨

산업 / 전성운 / 2012-09-07 09:31:22
태풍만 지나가면 쑥대밭이 되는 양식장들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불어 닥칠 때면 어김없이 해상 가두리 양식장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양식 방식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수중 양식과 먼 바다 가두리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시설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현재로선 재해보험이 유일한 안전장치가 되고 있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몰고 온 강풍과 폭우로 인한 전남 수산시설물 피해는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1000억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은 바다 위에 설치된 해상 가두리다.


직격탄을 맞은 완도의 경우 전복 가두리 양식시설 피해만 5만5000여 칸(137억원), 전복생물 8800만 마리(677억원) 등 모두 814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해상 가두리 양식이 밀집된 강진, 고흥, 신안, 해남, 목포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복이나 넙치 등 생물의 경우 보상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피해 집계는 하지 않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은 맞다”는 게 자치단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14억 마리 사육…64% 해상 가두리
전남에서 사육 중인 어류와 전복은 6447ha에 14억6782만 마리. 중량으로 따지면 5400t에 이른다. 품종별로는 전복 11억5441만 마리를 비롯해 우럭 8577만 마리, 넙치 3631만 마리, 돌돔 1301만 마리, 강성돔 721만 마리 등이다.


지역별로는 '전복의 고장' 완도에서 787개 양식장 4490ha에서 전복 8억3995만 마리를 비롯해 우럭, 돌돔, 강성돔까지 9억 마리 가까이 사육 중이고 여수에서는 122개 양식장 265ha에 8174만 마리, 고흥은 73개 양식장 169ha에서 2178만 마리, 장흥은 13개소 6.1ha에서 276만 마리를 각각 양식 중이다.


양식방법별로는 해상 가두리가 9억4390만 마리로 전체 사육량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육상수조식 3억3289만 마리(22.7%), 축제식 1억5570만 마리(10.6%), 복합양식 2117만 마리(1.4%), 연승수하식(채롱) 1414만 마리(0.9%) 순이다.


완도 노화읍 충도리 김완선 어촌계장은 “전복은 국산 품질이 워낙 좋고 수출길도 열려 있어 10년은 번성할 것으로 보지만 양식 방식이 고민”이라며 “시설비용과 인건비 때문에 한 번 피해를 보고도 다시 해상가두리를 설치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전체 양식의 97%는 해상가두리와 육상수조, 축제식 등 3가지 방식이다. 그밖에 줄에 매달아 사육하는 연승수하식과 2가지 이상 양식시설이 합쳐진 복합양식 등은 특성상 굴이나 미역 등에 유리하지만 전통방식들이어서 선호하는 이들이 많진 않다.


육상수조의 경우 재해로부터 안전하고 빗물과 같은 민물로부터 품질을 보호하기 쉬운 반면 만만찮은 전기요금에 먹이도 차로 옮겨야 하는 등 운반비 부담이 크고 전복가격 하락으로 마진이 줄면서 수지타산에 어려움이 많다. 축제식도 저수지처럼 막아 양식하다 보니 새우나 전어 등에 유리하지만 전복 등 주요 수산물에는 차선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선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수중 가두리. 심해 중층식 양식으로 수심 20∼30m의 바닷 속에 양식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태풍이나 적조를 최소화할 수는 있는 시설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제주 해역에서 시험양식 중이다. 돌돔 등 내만 양식이 까다로운 어류를 양식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시설비가 걸림돌로 현행 가두리에 비해 설치비가 10배 가량 비싸 소득 가치가 낮고, 자동급이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한 잠수부가 직접 먹이를 주거나 수산물을 끌어 올려 먹이를 줄 수밖에 없어 인건비도 부담이다. 또 바다 해적도 걱정거리고 관리에만 여러 척의 배가 필요해 영세한 어가에서는 엄두조차 내기 쉽지 않다.


해양수산과학원 노한성 주무관은 “태풍이 잦아지면서 해상가두리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외해로 나가거나 새로운 양식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뾰족한 대안은 없다”며 “태풍에 자재가 뒤엉키지 않도록 신제품 개발과 시설 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해상양식은 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태풍을 계기로 재해보험 가입 어민이 늘고, 태풍이나 강풍에 잘 견딜 수 있는 내풍 기자재 도입도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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