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치료제 대결국면 접어드나

산업1 / 유상석 / 2012-09-07 09:15:08
“나 하나면 충분”… 떠오르는 ‘비리어드’

처방의약품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엔테카비어)’. 이 ‘바라크루드’가 지난해 처방된 금액은 무려 13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7년 출시된 바라크루드는 2년만에 매출 600억원대를 달성했으며 2010년부터 97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처방의약품 최강 품목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B형간염 치료에 있어 기존치료제인 GSK의 ‘제픽스(라미부딘)’가 내성 문제로 사실상 1차 치료제에서 퇴출됐고 ‘헵세라(아데포비어)’는 2차 치료제로만 쓸 수 있던 상황이 바라크루드의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제픽스는 사실상 처음으로 개발된 경구용 B형간염치료제이며 이 질병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약이다. 특히 헵세라와 제픽스의 병용요법은 아직까지 유용한 치료 법으로 쓰이고 있다. 결국 바라크루드는 그만큼 B형간염 치료에 있어 효능과 안전성, 낮은 내성발현률을 갖춘 독보적 혁신신약이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같은 바라크루드의 독주 행보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미 바라크루드와 동등한 수준의 신약으로 평가 받은 길리어드의 ‘비리어드(테노포비어)’가 국내에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후 비리어드는 순식간에 의료계, 환자, 관련업계 등에서 ‘바라크루드 대항마’라 일컬어지며 바라크루드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 ‘비리어드’가 주목받는 이유?
비리어드가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라크루드가 해결하지 못하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우선적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제픽스 내성 환자에 대한 단독요법 제공이다.


경구용 B형간염치료제는 누클레오사이드계열(제픽스, 바라크루드, 레보비르, 세비보)과 누클레오타이드계열(헵세라, 비리어드)의 두 가지 약으로 구분된다. 의학적으로 특정 약에 내성이 생겼을 때 동일 계열의 다른 약을 단독요법으로 사용하면 내성확률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실제 처방현장에서 제픽스 내성 환자에 대한 바라크루드 단독 처방은 금기시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제픽스 내성 환자들에게는 비교적 내성 발현률이 낮은 ‘제픽스+헵세라’ 혹은 ‘바라크루드+헵세라’ 병용요법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병용요법은 환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는 B형간염환자에 약을 병용할 경우 1개 의약품만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리어드가 급여 출시될 경우 이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비리어드 급여화가 이뤄지면 제픽스 내성 환자에게 다제내성 확률이 적고 급여도 적용되는 단독요법이 사용 가능해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헵세라 내성 환자에 대해서는 같은 계열약인 비리어드가 내성발현률이 높다. 하지만 헵세라는 국내에서 최근까지 1차치료제로 승인 받지 못해 주로 병용요법에 사용돼 왔다. 즉 헵세라 단독요법 내성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되레 비리어드가 헵세라의 신장 독성을 해결해 고용량을 쓸 수 있게 한 일종의 개량 의약품이기 때문에 병용요법에 사용되던 헵세라가 비리어드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비리어드 론칭시 큰 타격을 입을 약으로 헵세라가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지난 2007년 바라크루드가 출시되면서 1차 약제로 제픽스를 처방하는 경우도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에 제픽스 내성 환자 역시 많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실상은 다르다.


B형간염 환자들은 호전, 임신, 약가부담 등 다양한 원인으로 약 복용을 중단한다. 제픽스는 지난 1998년 허가돼 10년가량 1차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즉 제픽스를 복용하다 약을 중단한 잠재 내성 환자가 다수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 교수는 “제픽스는 5년 내성률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제픽스 복용력이 있는 환자가 재발 등의 이유로 다시 약을 복용하게 될 경우 비리어드를 처방할 확률이 높다”며 “반대로 제픽스 복용력이 있으면 바라크루드 처방은 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리어드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해결책은 바로 임산부에 대한 처방이다. 미국 FDA가 분류한 태아에 대한 위험도 분류에서 비리어드가 ‘카테고리B(바라크루드는 ‘카테고리C’)’로 분류돼 임산부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다. 한 대형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사실상 임산부 뿐만 아니라 향후 임신할 계획이 있는 대부분 여성들에 대해서는 비리어드로 처방을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바라크루드’의 아성, 이대로 무너지나
비리어드의 출시가 바라크루드의 처방량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여파의 크기는 미지수다. 바라크루드의 연 1300억원이라는 처방액은 괜한 수치가 아니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평생 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B형간염 환자들의 특성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약 처방을 바꾸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바라크루드는 우리나라에서 5년간 거의 독보적인 1차 치료제로 처방돼 왔다. 바라크루드의 6년 내성률이 0.6%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 복용 환자가 비리어드로 처방을 바꿀 확률은 희박하다.


다른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학계에서는 1차 치료에 있어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가 아직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비리어드가 5년 내성률 0%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제픽스 내성 환자나 임산부에 대한 처방유치는 바라크루드가 원래 차지하고 있던 영역이 아니다. 비리어드의 출시로 바라크루드가 처방을 뺏기게 될 영역은 아니란 얘기다.


다만 제픽스 내성 환자가 비리어드 단독요법으로 옮겨갈 경우 바라크루드+헵세라 병용요법에 쓰이던 바라크루드의 처방량에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역시 비리어드가 얼마나 유치할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바라크루드의 특허가 비리어드 보다 3년가량 빠른 2015년에 만료돼 약가인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이 환자들에게도 인지돼 있기 때문이다.


간암 환자의 한 보호자는 “만성질환인 B형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 치료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의들의 평가처럼 두 약의 1차 치료제로써의 성능에 차이가 없다면 제약사의 마케팅 활동이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비리어드의 제조사인 길리어드가 국내 영업, 마케팅 등 프로모션 활동에 대한 전략으로 택한 것은 유한양행과의 독점 판매 제휴이다. 역사 깊은 토종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영업력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그간 영업활동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BMS는 지난해 연말부터 외국계 영업대행사(CSO)인 인벤티브헬스와 계약을 맺고 영업력을 강화했다.


한 다국적사 마케팅 관계자는 “국내사인 유한양행과 외자사인 인벤티브헬스의 프로모션 활동이 어떤 결과를 보일지 업계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약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앞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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