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펀드 '재점화' 돈 몰리네…

산업 / 이준혁 / 2012-03-12 11:22:08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의 통상적인 이자율과 비슷

[토요경제 = 이준혁 기자] 최근 정치 테마주에 이어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후보자가 국민들로부터 돈을 빌려 쓰고 이자를 더해 갚는 ‘정치인 펀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19대 총선 비용 마련을 위해 개설한 펀드가 단시간 만에 목표액을 초과하는 등 ‘대박’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정치 테마주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 테마주도 희비가 갈렸다. 지난 6일 정치 테마주는 일제히 급락했지만 7일 낙폭을 줄이고 소폭 상승한 종목도 나타났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 맞물리면서 정치 테마주가 증권 시장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의 단속을 비웃듯 정치 테마주는 급등락을 멈추지 않았다. 외국인들 조차 정치 테마주에 묶여 20%이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테마주’에 이어 ‘정치인 펀드’ 인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가 기승을 부린 데 이어 ‘정치인 펀드’가 각광받고 있다.


정치인 펀드는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후보자가 일반 국민들로부터 돈을 빌려 쓴 뒤 선거가 끝나고 이자를 더해 갚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정치자금법상에서 개인이나 후원회 등이 제공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정치자금인 후원금과는 다른 개념이다.


앞서 지난 6일에는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19대 국회의원 총선 비용 마련을 위해 개설한 펀드가 대박을 터뜨렸다.


경남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에 출마하는 강기갑 의원이 개설한 ‘강달프 펀드’는 모집 5시간반 만에 1억8411만원을 모금, 목표액인 1억7000만원을 초과 달성했다.


‘강달프 펀드’의 수익률은 연 6%이며, P2P(개인간) 금융 거래를 하는 오픈머니마켓인 팝펀딩을 이용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관리한다.


강기갑 의원실 관계자는 “수익률을 높게 잡으면 이자 부담이 있기 때문에 연 6%로 설정했다. 실제로는 90일 정도 빌리는 것이니 3개월의 이자는 1.5%”라며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 시 법정 선거비용이 보존된다. 15% 이상 득표에 자신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총선 법정 선거비용 중 1억7000만원을 국민 투자금으로 채우고 돈봉투없는 투명한 선거를 만들고자 펀드 개설에 나섰다”며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펀드 참여자 중 일부 시민은 모금액 전부를 자신이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5시간이 지나 모금 목표액에 도달했지만 마지막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목표액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약정을 하고도 입금이 늦어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분들도 많아 안타깝다”며 “법적선거비용 상한액이 있기 때문에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의 법정선거비용은 2억4500만원이다.


강 의원은 “강달프 펀드의 폭발적 참여는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심판이라는 국민적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시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말했다.


서울 마포을에 출사표를 던진 강용석 의원 역시 펀드 접수 시작 4시간25분 만에 목표액 2억원을 달성했다. 강용석 의원이 개설한 펀드는 투자자가 강 의원의 계좌에 자금을 송금하고 신상 명세를 보내면 차용증서를 발급받아 오는 6월 연 이자 6%를 더한 급액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


강용석 의원은 지난 5일 본인의 계좌번호를 블로그에 게재하면서 “오는 6월10일에 보내주신 금액에 연 6%(3개월간 이자로 계산하면 1.5%)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적어주신 계좌로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후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9대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 엄태영 예비 후보(충북 제천·단양), 통합진보당 홍성규 예비 후보(경기 화성갑) 등이 정치인 펀드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정치인 펀드를 모집했다.


정치인 펀드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010년 당시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 출마 무렵 이같은 선거 펀드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한편 강기갑 의원과 강용석 의원의 펀드 수익률은 연 6%로 은행 예금 금리보다 약간 높고, 일반 펀드와 비교했을 때 채권형 펀드보다 1% 정도 높은 수준이다.


제로인 이은경 펀드분석 연구원은 “지난 6일 기준으로 주식형 펀드의 연 수익률은 -2.8%, 주식·채권 혼합형 펀드에서 주식의 비중이 높은 펀드는 -0.5%, 채권의 비중이 높은 펀드는 2.3%”라며 “강 의원이 설정한 연 6%는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5%) 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치인 펀드가 선거 비용 마련의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후보자가 지급 불능 상태에 처했을 때를 대비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정치인 펀드의 경우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의 통상적인 이자율과 비슷하게 하면 무방하지만 이보다 낮거나 높은 이자율을 설정하면 정치자금법에 위반된다”며 “정치인이 투자자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규정한 법규는 없다”고 밝혔다.


◇외국인 정치테마주에 물려
외국인투자자들이 안철수연구소 등 정치테마주에 발을 담갔다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인 외국인들조차 손실을 볼 정도로 테마주는 그 누구도 꼭지와 바닥을 알 수 없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금강원의 정치테마주 주가조작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테마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이후 테마주를 쓸어 담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실 폭이 커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치테마주에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던 외국인들이 지난달 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안철수연구소를 217억2700만원어치(20만주)나 순매수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이기간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금액 기준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주식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지난달 9일 종가 11만9500원에서 이달 6일 8만3100원까지 추락했다. 이기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들의 평균 매수가는 10만5542원으로 평균가대비 약 21.5%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연구소 뿐만 아니라 문재인 테마주인 바른손, 박근혜 테마주인 보령메디앙스, 아가방컴퍼니와 EG 등 관련주들의 수익률도 대부분 20% 넘게 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정치 테마주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종목의 희비는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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