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게 끝난 ‘몽고 간장 형제’의 싸움

산업 / 유상석 / 2012-08-24 15:19:44
법원 “형ㆍ동생 사이좋게 상표 같이 쓰라”

107년 전통의 ‘몽고간장’. 이 몽고간장을 만드는 기업은 하나가 아닌 두 곳이다. 형과 동생이 각각 다른 상호로 다른 회사를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형제 사이의 법적 분쟁이 생기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같은 상표를 쓰는 경쟁사 관계, ‘몽고형제’ 간에 벌어졌던 소송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몽고순간장’ 상표 사용권을 놓고 벌어진 분쟁에서 법원은 동생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성낙송)은 ‘몽고식품’ 대표 김만식 씨가 동생 ‘몽고장유’ 대표 김복식 씨를 상대로 상표 독점권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독립된 두 업체라도 ‘몽고간장’의 공동상표권자로 등록돼 있는 만큼 동생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형제는 동생이 따로 회사를 설립한 지난 1973년부터 39년 간 ‘몽고간장’ 상표를 공동 사용해왔다. 또 1986년 상호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동생 김복식 씨가 형 김만식 씨에게서 상표 사용권을 보장받았고, ‘몽고순간장’ 상표 또한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올해 3월 김만식 씨는 돌연 김복식 씨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라며 법원에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상표 모양이 유사해 소비자의 혼동을 불러온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976년부터 상표를 공동으로 사용해왔고, 이후 ‘몽고순간장’이라는 상표 등을 공유로 등록한다는 합의를 한 점 등을 볼 때 상표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몽고간장이나 몽고순간장 자체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상표임이 인정되나, 몽고식품의 몽고순간장 상표가 일반 수요자들에게 차별되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형 김만식 대표가 서울고법에 항소하지 않기로 해 분쟁은 일단락된 듯 보인다.


피를 나눈 형제가 간장 상표 하나로 법정 분쟁까지 가게 된 배경을 살피려면, 먼저 ‘몽고간장’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을사조약이 체결된 1905년 일본인 야마다 노부스케(山田信助)가 마산시(지금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 119번지에 몽고간장회사의 전신에 해당하는 산전장유공장(山田醬油工場)을 세웠다. 이어 1931년 당시 17세였던 김흥구 씨는 야마다의 공장에 간장배달원으로 들어가 일하다 그의 신임을 얻어 간장을 만드는 법과 공장을 경영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불과 4년 후 그는 어린 나이에 2인자 자리인 공장지배인에 올랐다.


세월이 흘러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은 1945년 야마다가 일본으로 도망가면서 2인자이던 김흥구 씨가 공장을 매입하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공장명도 ‘몽고장유공업사’로 바꿨다. 김흥구 사장이 1971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장남 김만식 씨가 가업을 이어 받아 사장이 됐다. 차남 김복식 씨는 같은 해 몽고유통을 설립, 몽고간장의 유통을 맡았다.


하지만 형제의 역할 분담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2년 후인 1973년, 경기도 부천에 새로 설립된 제2공장에 동생 김복식 씨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을 분리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형제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김복식 씨는 부천에 자리를 잡자마자 ‘서울 몽고간장’를 설립, 수도권과 강원ㆍ충청지역에 간장을 제조ㆍ판매하기 시작하면기 시작했다. 이에 김만식 씨는 ‘몽고장유공업사’를 ‘마산 몽고간장’으로 개명한 후 영ㆍ호남과 제주지역에서 간장을 판매했다.


1987년엔 김복식 씨가 ‘서울 몽고간장’에서 본래 상호였던 ‘몽고장유공업사’로 상호를 변경하자 김만식 씨는 ‘마산 몽고간장’을 ‘몽고식품’으로 변경했다. 또 1996년엔 ‘몽고장유공업사’가 ‘몽고장유’로 변경되며 마침내 두 회사 모두 현재 상호명을 쓰게 되었다.


이처럼 상호명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두 ‘몽고간장’들의 상표명은 한술 더 뜬다. 이번에 문제가 된 몽고순간장을 포함해 똑같은 제품명을 가진 경우가 많아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도저히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제품의 종류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 혼란을 더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몽고식품’의 몽고간장과 ‘몽고장유’의 몽고간장을 애써 구분하지 않는 분위기다.


같은 상호와 상표를 쓰는 ‘몽고간장’ 형제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골육상잔이라 부를 만큼의 적대적 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상표를 함께 쓰기 시작한 지 40년이 다되어가지만 큰 탈 없이 지내왔고, 이번 소송건도 1심에서 항소를 단념해 깔끔하게 끝을 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소송건에 대해 “2011년 말 ‘몽고장유’측이 부산ㆍ호남ㆍ경남 지역 등에서 몽고순간장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갈등을 겪다 결국 가처분 신청에 이른 것”이라며 “상표권을 박탈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 지나친 덤핑을 자제해달라는 경고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조논란 등 큰 분란을 피하고 서로를 자극하지 않은 채 각자의 길을 걸어 온 ‘몽고간장 형제’들의 평화로운 공존이 다음 세대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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