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먼길 돌고 돌아 '동부' 품으로

산업1 / 유상석 / 2012-08-24 14:36:24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산은 동의·자금 확보 관건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의 여섯 번째 주인 찾기가 마침내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대우일렉 매각설이 나돌 당시부터 유력한 인수대상으로 꼽히던 동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대우일렉 최대지분(57.4%)을 보유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우일렉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5.37%)과 협의해 동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마감된 본입찰에서 동부그룹이 3700억원을 제시, 3500억원을 적어낸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등 경쟁자들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 동부그룹 “대우일렉 탐나”
대우일렉은 지난 1999년 외환위기로 모기업이 무너지면서 대우그룹에서 분리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전자가 2002년 이름을 바꾼 회사다. 1990년대 초반, ‘탱크주의’를 내세우며 큰 인기를 끌었던 대우전자는 당시 삼성전자, LG전자와 더불어 국내 ‘가전 빅3’로 통했다.


그동안 대우일렉 매각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2006년 인도의 비디오콘 컨소시엄, 2008년 모건스탠리 사모펀드(PE), 2009년 리플우드 컨소시엄, 2011년 이란 엔텍합그룹과 일렉트로룩스 등 총 다섯 차례 매각협상을 벌였지만 모두 무산됐다. 막판에 인수가격을 둘러싼 이견이 발목을 잡았다.


5차례의 매각협상이 모두 무산된 탓에 ‘국내 최장수 워크아웃 기업’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같은 기간 회사가치도 하락세를 거듭, 한 때 7000억원에 육박하던 매각대금은 최근 인천공장 부지까지 팔리며 3000억원대까지 내려갔다. 반면 M&A 시장에서는 대우일렉이 지난 4년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해 왔으며, 매각대금 역시 부담이 줄어들어 지금이 매각을 위한 최적기로 바라봤다.


이런 가운데 동부그룹은 대우일렉 인수를 통해 그 동안 꿈꿔왔던 종합전자회사 설립에 한발 더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은 30년 간 종합전자회사 사업을 꿈꿔왔다. 지난 1983년 웨이퍼 회사 코실을 설립하며 전자사업에 뛰어든 김 회장은 현재 동부하이텍(시스템반도체), 동부LED(LED패키징ㆍ응용제품), 동부CNI(전자재료) 등 전자분야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는 동부하이텍을 버리지 못하고 사재를 출연해서까지 이 회사를 지켜내는 것도 김 회장이 전자사업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부그룹이 대우일렉을 최종적으로 인수할 경우, 전자분야에서 소재부터 부품, 완제품에 이르는 진용을 갖추게 된다. 동부그룹은 현재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동부하이텍을 비롯해 동부전자재료, 동부로봇, 동부LED, 동부라이텍 등을 전자 계열사로 두고 있다.


예컨대 동부하이텍에서 만든 시스템반도체를 대우일렉의 냉장고나 세탁기에 넣을 수 있고 가전공장에 동부로봇의 기자재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또 물류와 여객, 금융에 한정된 그룹의 거래영역을 정보기술(IT)과 전자로 넓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이번 동부그룹의 대우일렉 인수 시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주로 부품사업으로 이뤄진 동부의 전자사업에 대우일렉이 더해지면 동부그룹은 부품과 완제품을 아우르는 종합전자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김준기 회장이 오랜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1980년대부터 종합전자회사의 꿈이 있었다”며 “대우일렉 인수는 기존 동부의 전자사업을 포괄하는 종합전자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 산업은행 동의ㆍ자금조달 ‘벽’ 넘어야
하지만 아직 동부그룹의 대우일렉 인수를 확정짓긴 어려운 상황이다. 동부그룹의 강한 인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그룹의 불안한 재무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부그룹은 우선 지난 2009년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상태라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인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동부그룹 상장 8개 계열사 중 동부건설ㆍ동부제철ㆍ동부하이텍ㆍ동부CNI 등 상당수가 적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동부CNI는 지난해 14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순손실액은 49억 원을 기록했다. 동부건설과 함께 동부화재보험의 영업실적도 최근 5년간 둔화됐고, 그룹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동부하이텍은 2007년 이후 적자경영이 심화됐다.


동부그룹의 반도체 회사인 동부하이텍은 지난하 979억 원의 적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6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동부하이텍의 부채비율은 300%에 이르고 금융권 예치금을 제외한 부채 역시 250%에 이른다.


이와 관련 동부그룹 측은 “자금 조달 방법이 마련돼 있어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자금의 외부차입 없이 자체자금만으로도 충분히 여력이 있다”며 “최근 몇몇 계열사들이 적자라 해도 신규발행, 유상증자, 자산매각 등 나름대로 자금 확보 방법이 있어 자금사정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본입찰 서류에 자금 조달방법을 증빙했고, 인수협상대상자로 내정되는 과정에서 그것(조달방법)이 모두 검증됐을 것”이라며 “인수금액은 모두 준비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일렉 인수가 확정되면 바로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하는 등 재정비에 나설 계획”이라며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일렉도 동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여섯 번째 매각 시도인 만큼 이번에는 채권단의 인수합병(M&A)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며 “본실사, 계약을 거쳐 M&A가 완료될 때까지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대우일렉, 동부그룹의 신성장동력 될까
한편 동부그룹이 대우일렉을 인수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는 다른 인수대상들에 비해 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존 전자계열사와 연계,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다섯 번의 협상 중 세 번은 현재 상황처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까지 왔다가 무산된 바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관련 업계는 대우일렉의 새 주인으로 동부그룹이 확정될 경우 양사 모두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동부그룹은 고용 보장이나 사업 확대 측면에서 안정적인 ‘국내 대기업’이다. 대우일렉이 외국 기업에 인수될 경우 기술 유출 우려 등 기업 운영과 관련해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동부가 새 주인이 되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 M&A 전문기업이 대우일렉을 인수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더라도 추후 구조조정 혹은 매각 가능성이 있기에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A 전문기업의 경우 M&A 자체가 일이다 보니 대우일렉이 해당 지배구조 아래에서 안정감 있게 사업을 펼쳐나가기엔 다소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일렉은 과연 동부의 품에 안겨, 찬란했던 과거를 재현할 수 있을까. 이번 인수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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