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땅에 나무를 심어놓았어요!

산업 / 유상석 / 2012-08-24 14:05:12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7)

Q. 귀농을 준비 중인 청년입니다. 답답하고 여유 없는 도시를 떠나, 몸은 힘들어도 자연을 벗 삼아 살 수 있는 전원생활을 항상 꿈꿔왔습니다.


살 집도 구했고, 농사지을 밭도 준비됐습니다. 당연히 제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돼 있는 제 밭입니다.본격적인 귀농에 앞서, 집수리 등 잡일을 미리 마쳐놓기 위해 시골집을 찾은 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소유 밭에 복숭아나무가 심어져 있고, 어떤 사내가 그 나무에서 복숭아를 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땅은 내 소유고, 곧 귀농해서 이 땅에 농사를 지어야 하니, 나무를 제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사내는 요지부동입니다. 오히려 “당신이 뭔데 남의 나무를 뽑아라 말라 명령이냐”고 되받아칩니다. 심지어는 “깃발 꽂은 자가 땅 임자요, 나무 심은 자가 땅 주인”이라는 궤변으로, 그 땅이 자기 소유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막무가내 사내를 어떻게 혼내줄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대로 나무를 뽑자니 손해배상 운운하며 날뛸 것이 뻔하고… 귀농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어려움에 맞닥뜨리니, 골치가 아픕니다. (최병철(30)ㆍ직장인)


A. 당황스럽고 황당하셨겠습니다. 타인의 땅을 마음대로 이용하고는, 되레 큰소리를 치다니요. 최병철 님께서 겪으신 당황함 또는 황당함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돌려주실 수 있는 회심의 한 마디가 있습니다. “아니, 그 나무가 왜 당신 나무요? 이 땅은 내 땅이니, 이건 내 나무요!”라고 일갈하시면 됩니다.


상대방이 그 말을 들으면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겠지요? 그 때 “대한민국 민법 256조에 있소!”라고 받아치시면, 상대방은 더 이상 억지 주장을 늘어놓지 않을 것입니다.


민법 제256조는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내용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복숭아나무는 분명 그 밭에 심어져있고, 그 밭의 소유자는 최병철 님이지요. 그렇다고 그 사내가 지상권이나 임차권 등의 정당한 권원을 가진 채 그 밭에 심은 것도 아니고요. 그럼 그 나무는 최병철 님 소유입니다.


더욱 통쾌한 사실을 알려드리죠. 오시영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학장(변호사)은 “수목 식재자가 그 수목을 훼손하거나 과실을 수취하였다면 토지소유자는 소유권을 침해받은 것이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사내가 복숭아를 딴 것은, ‘최병철 님 소유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간 것이므로, 그에 대한 배상이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의하실 점은, 이 조항은 농작물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농작물 무단 경작의 경우 파종에서 수확까지 소요기간이 짧아 토지소유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학자들의 다수 견해이며, 대법원 판례(1968.6.4, 68다613)도 같은 입장이라고 합니다. 그 사내는 자기 꾀에 스스로 당하고, 최병철 님은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받으신 셈이군요. 최병철 님의 귀농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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