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LTE, ‘단돈 3만원’

산업 / 전성운 / 2012-08-24 13:10:42
왜곡된 시장구조 속 죽어나는 제조사들

최신 스마트폰이 단돈 3만원 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다. KT의 자회사였던, 그러나 법인청산을 공식화한 ‘KT테크’가 만든 스마트폰 ‘테이크LTE’ 이야기다. 직접 써보니 결코 떨어지는 성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2일 현재 인터넷에서 할부원금 3만원에 팔리고 있다. 쉽게 말해 ‘재고 땡처리’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스마트폰, 아니 이동통신 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말한다.


가장 유명한 이동전화 온라인 커뮤니티인 ‘뽐뿌’에선 22일 현재 ‘테이크LTE’를 할부원금 3만원에 살 수 있다. 참고로 이 핸드폰의 출고가는 59만4000원이다. 알려진 '공식가격'에서 무려 56만4000원 할인된 가격에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구입으로 생기는 ‘스마트 스폰서’할인이 합쳐지면 오히려 통신요금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이 바닥’ 생리를 아는 사람들끼리나 통하는 이야기다.


이번 경우를 두고 KT테크라는 회사가 없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특수 상황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는 ‘버스폰’이라고 불리는 이쪽 동네에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흔한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2달 전엔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판다는 ‘삼성’ 스마트폰 역시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바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갤럭시R’이다. 갤럭시R 역시 ‘원칩LTE폰’이라는 당시 최신 사양이었음에도 불구, 할부원금 3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시장에 공급됐다.


이런 경우는 또 있었다. 바로 국내에 유일하게 출시된 ‘윈도우폰’(옴니아 같은 ‘윈도우모바일’과는 다르다)인 노키아의 ‘루미아710’이나 HTC의 안드로이드폰 ‘디자이어HD' 역시 0원 아니면 3만원이라는 파격적인 할부원금으로 시장에 공급됐다.


위에 언급한 스마트폰들의 공통점은 모두 ‘KT’의 정책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다른 이통사들이 이러한 정책을 펴지 않는 것도 아니다.


SKT는 최근 ‘갤럭시노트2’ 발표를 앞두고 출고가 99만9000원의 기존 ‘갤럭시노트’를 할부원금 19만원에 팔고 있다. LGU는, LTE시대 이전까지 최신기종 스마트폰을 타 이통사에 비해 거의 10~20만원 가량 싸게 공급해 왔다.


◇ 심각하게 왜곡된 스마트폰 가격구조
이렇듯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스마트폰이 판매되는 것은 이통사들간 과다경쟁 때문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이동전화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 보다는 타사가입자를 뺏어오는 편이 더 쉬운 장사라 판단, 이러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통사들의 이러한 소위 ‘할부원금 후려치기’정책이 결코 이동통신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갈수록 1위인 ‘삼성’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그나마 LG전자와 팬택이 1위와 엄청난 격차를 두고 아웅다웅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토로라, 소니, HTC 등 외산폰들은 이미 무덤으로 들어갔거나 무덤으로 들어갈 채비를 갖춘 상황이고 결국엔 국내 제조사중 가장 저렴한 모델들을 생산해온 ‘KT테크’가 경쟁에서 탈락했다. 이미 3사 독점인 이통사들간에 과다 경쟁이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마저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이동통신재판매(MVNO)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마 단말기 제조사들이 다 죽거나 철수한 뒤에나 내린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이들 재판매사업자용 공급 단말기 역시 삼성·LG·팬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이통사들은 정신 못 차리고 마케팅 비용으로 마치 4대강에 콘크리트를 붇듯이 수천억에서 수 조원을 때려 박고 있다. 그러면서도 돈 벌기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정신나간 구조’를 어디부터 뜯어 고쳐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지만 올해 시작된 단말기 자급제와 MVNO가 활성화 되면 이러한 이통사 독점구조를 어느 정도 깨트려 정상적인 시장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또한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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