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대출서류 3000건 조작' 들통

산업 / 유상석 / 2012-08-17 12:53:28
시민단체 "은행권 관행? 개념상실"

KB국민은행의 중도금 집단대출서류 조작건수가 3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출서류조작은 일부 지점에 한한 것이 아니라 여러 지점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큰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경찰은 최근 “국민은행 일부 직원이 중도금 집단대출서류를 조작한 사건이 발생했고, 해당 사건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은행에서는 유사 사례 여부 등에 대해 전사적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과 국민은행은 “서류조작 사실이 드러난 7월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민은행이 850여 곳의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 사업장에 대한 중도금 집단대출 20여만 건에 대해 자체조사를 벌인 결과 3000여 건 이상의 서류조작이 새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감사부서 인력 등 40여 명을 투입해 1차로 1만2000건의 대출을 조사한 끝에 800여 건의 서류조작을 찾아내 금감원에 보고했다. 1차 조사 대상은 입주민 시공사 은행들 사이에 소송이 발생했거나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아파트의 대출이었다.


이후 계속된 조사를 통해 은행 측은 대출서류 2200여 건에서 조작 흔적을 추가로 발견했다. 나머지 중도금 대출서류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칠 경우 조작건수는 5000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박동순 국민은행 감사위원은 “집단중도금대출 서류 임의변경과 관련 88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출서류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고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조작 가능성이 커 보이는 사업장의 중도금 대출부터 살펴봤기 때문에 조사 초기에 조작이 많이 적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조사 결과 중도금대출 계약 만기를 직원이 임의로 바꾼 조작 사례가 가장 많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은행 직원은 “대출서류를 다시 작성하라고 고객에게 몇 번씩 전화해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임의로 서류를 고치는 경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다른 시중은행 직원도 “서류에 미비점이 발견됐을 때마다 고객을 불러 다시 작성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내용에 ‘손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관행처럼 굳어진 일”이라고 귀띔했다.


중도금 집단대출은 통상 입주 때에 주택담보 대출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출 만기 전에만 입주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만기가 됐는데도 입주를 못하면 담보대출로 전환이 안 돼 중도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 밖에 대출금액을 고치거나, 은행 직원이 대출 서류에 고객 대신 서명한 사례 등도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류조작 건수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대규모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출서류 조작이 드러난 곳 중 상당수는 아파트 계약자, 시공사, 은행 간에 이미 분쟁이 벌어진 곳이다.


또 일부 재건축, 재개발 단지에서는 집값이 떨어지자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며 은행을 상대로 ‘채무 부존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서류 조작이 확인되면 소송에 동참하지 않던 주민들까지 대거 소송 대열에 합류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대표 조남희)은 “국민은행의 수천 건의 대출서류 의혹은 은행들이 그 동안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금융소비자에게 군림하면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어 왔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민은행 뿐 아니라 모든 은행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온 관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 조사는 신뢰를 잃은 금융당국이 아닌 특별기구에서 전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수천 건의 서류조작으로 인한 금융소비자피해에 대해 묵묵부답인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강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이어 “전 은행의 서류조작실태 민원을 접수 받아 이와 관련된 법적 조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피해 입은 고객에 깊은 사과말씀을 드린다. 이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로 서류조작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3000건이 넘는다는 말이 있지만, 아직 조사과정이 진행 중이라 확정적인 수치를 말씀드릴 수 없다.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