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영업관행③] 규제 딜레마...‘체증형 종신보험’에 까지 “빨간불”

산업 / 문혜원 / 2021-08-27 06:00:00
보장성강화 방식으로 상품판매 출시 잇따라..업계, ‘틈새시장 전략’
기존 종신보험 해지하고 갈아타기 유도 급증..금감원, 소비자주의보
일각서, “단순 행정조치 말고 강한 사전 영업방식 규제 방안 나와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민원왕’오명을 받고 있는 종신보험이 ‘저축성 둔갑’으로 판매된 사례가 속출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채찍질을 받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이 초기 수수료를 위해 사망보장이 핵심인 종신보험을 저축 또는 연금 등으로 설명해 상품설명을 부실하게 하고 있기 때문.


최근에는 이전에 팔던 단기납 종신에 이어 체증형 종신보험이 재등장하면서 규제 불똥이 튀기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상품구조가 아닌 판매방식에서 오는 문제가 많은데, 이를 소비자주의발령만 내리는 행정조치는 반쪽짜리 규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과거부터 팔던 체증형 종신보험이 갑자기 금감원의 소비자주의보 발령으로 도마에 올랐다.


옛날에는 상속 재산 증가 시 보험을 추가로 가입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망보험금이 상승하는 체증형 형태 종신보험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체증형 종신보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장금액이 높아지는 상품으로 물가상승을 반영해 보장금액을 높일 수 있는 상품이다. 2020년부터 일부 생명보험사에서 새로 선보이기 시작해 올해 초부터 보장성 강화하는 방식의 신형 체증형 종신보험 상품출시가 잇따랐다.


이는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가 되자,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삼성생명의 ‘실속든든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 대비 보험료가 최대 13% 저렴하다. 사망보장에 보다 충실하도록 설계한 상품으로,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 납입기간 중 환급금을 줄여 보험료를 낮춘 대신에 납입 완료 후에는 환급금을 올라가도록 했다.


흥국생명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망보험금이 증가하도록 설계한 ‘(무)베리굿(Vari-Good)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을 출시한 바 있다. 물가상승 시 실질적인 사망보험금을 보전하기 위해 체증형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1종부터 4종까지 상품도 다양하다. 4종(집중체증형)은 체증시점부터 20년 동안 매년 5%씩 총 100% 사망보험금이 체증된다. 또 사망보장을 위한 기본보험료와 여유자금 활용을 위한 추가납입보험료를 별도의 펀드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고혈압 및 당뇨를 가진 유병자에 대한 연금사망률을 개발해 유병자에게 불리했던 기존의 연금보험 체계를 개선한 ‘(무)실적배당형연금전환특약’도 부가했다.


교보생명의 ‘실속 있는 체증형 종신보험’과 오렌지라이프의 ‘v2.0’ 등은 계약자가 선택한 특정 시점부터 사망보험금이 매년 3~5%씩 증가, 20년 후에는 최대 160~200%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또 유병력자들의 심사기준을 완화, 가입 문턱을 낮춘 간편 상품들도 내놨다. 악사(AXA) 손해보험은 5년내 암, 급성심근경색, 뇌출혈 등 진단, 1년내 입원·수술만 없으면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어도 간편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한화생명의 ‘간편가입 노후안심 치매보험’은 1년내 치매나 경도 이상 인지장애 검사 사실여부 등 간편고지 질문에만 해당하면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기존 간편보험의 ‘3·2·5’(3개월내 병원 진료, 2년내 입원·수술, 5년내 암 진단 등) 요건에서 기준을 다양화하면서 가입 문턱을 낮춘 것이다.


하지만 체증형 종신보험은 주로 무·저해지 환급형과 결합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중도에 해지할 경우 해약환급금이 없어 원금손실 위험 문제가 있다. 문제는 설계사들이 판매할 때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갈아타기를 유도하고 있어 불완전판매에 대한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판매를 권유하는 설계사들이 자신들의 수수료 수익 이익에만 급급하다보니 무조건 팔아보는 식의 영업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때 상품안내 부실에서 오는 오인으로 인한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최근 파악한 생명보험 및 종신보험 시장 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해 1분기 전체 종신보험 신계약건수의 약 22.2%를 차지하고, 전년(16.9%) 대비 5.3%p 증가했다.


체증형 종신보험의 소비자 위험요인으로는 보험 안내자료 등을 통한 체증형 종신보험의 가입 권유시 ‘매년 사망보험금이 올라간다’는 측면만 강조되고, 보험금 증가에 따른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 등에 대한 안내는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보험모집조직에 의한 보험 리모델링 확산에 따라 체증형 종신보험에 대한 승환계약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는데 기존계약 해지로 인한 손실 가능성, 해지 및 신규계약에 대한 비교 등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또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의안내를 내렸다.


일각에서는 체증형 종신보험의 장점으로 가입자 입장에서 봤을 때, 자산가치가 일정 수준 보존된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일반형 상품과 비교하면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도 해지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세헌 전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 ‘보장성강화’ 등을 앞세운 종신보험의 영업방식이 불완전판매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보장성보험으로서의 기능은 뒤로 한 채 환급률 등을 내세울 경우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일각의 전문가는 금감원이 당초 보험사들의 판매 방식과 관련해 자율에만 맡겨놓고 뒤늦게 소비자보호 발령 안내만 내는 부분은 행정지시만 있고 감독기능은 없는 반쪽짜리에 불과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이 그간 ‘민원꼴치’라는 오명이 있는데도 보험사 대상으로 영업판매 방식 관련해 사전규제하지 않고, 뒷북행정만 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자체가 모순이 있다”면서 “판매하기 전 영업규제 관련 명확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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