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美 조선소 겨냥한 AI 용접 개발

산업 / 양지욱 기자 / 2026-07-24 23:30:08
샌디에이고주립대와 함정 패널 자율제조 연구…MRO 넘어 생산기술 진출 모색
▲ HJ중공업과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SDSU) 관계자들이 협력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HJ중공업]

 

HJ중공업이 인공지능(AI) 기반 용접기술을 앞세워 미국 조선시장 진입의 폭을 넓힌다. 완성 선박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용접 장비와 공정 데이터, 제어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조선 생산시스템’까지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HJ중공업은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 파트너십센터(KUSPC)’ 개소식에서 샌디에이고주립대(SDSU)와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HJ중공업이 주관하는 과제는 ‘알루미늄 함정 패널 자율제조를 위한 피지컬 AI 연계 마찰교반용접(FSW) 자동화 시스템 개발’이다. 정부가 선정한 한·미 공동 연구개발 8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전체 사업에는 5년간 총 1200억원이 투입되며, HJ중공업 과제에 배정된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마찰교반용접은 회전하는 공구에서 발생하는 마찰열과 압력을 이용해 금속을 녹이지 않고 접합하는 고상용접 기술이다. 기존 아크용접보다 열 투입이 적어 알루미늄 패널의 뒤틀림과 수축, 잔류응력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영국 용접연구소 TWI의 스테판 칼리가 2000년 영국 왕립조선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조선산업에서의 마찰교반용접 적용’에 따르면 FSW는 TWI가 1991년 개발한 기술이다. 당시 이미 스칸디나비아와 일본 기업들이 대형 알루미늄 선박 패널 생산에 적용했고, 최대 16m 길이의 패널을 가공할 수 있는 상용설비도 운영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업의 핵심은 FSW 자체의 개발이 아니다. 용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과 회전속도, 온도, 진동 등의 데이터를 센서로 수집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결함 가능성을 판단하거나 공정조건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데 있다.

비풀 다스와 재스퍼 라몬이 2023년 영국기계학회 학술지 ‘공정기계공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 ‘머신러닝을 이용한 마찰교반용접 품질 모니터링용 센서융합 모델’은 힘과 공구 회전속도 신호를 결합해 용접 품질을 예측했다. 연구진은 센서 신호를 융합한 머신러닝 모델의 예측 정확도가 실험환경에서 99.16%로 나타나 공정조건만 사용한 모델의 95.34%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HJ중공업 과제의 목표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용접기의 압력과 회전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면 작업이 끝난 뒤 불량을 찾아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용접 도중 결함을 예측하고 공정을 보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로봇 자동화에는 별도의 기술적 난제도 있다. 룬드대학교와 TWI 연구진이 2023년 발표한 논문 ‘로봇 마찰교반용접-용접선 추적제어, 힘 제어 및 공정감시’에 따르면 FSW는 공구에 큰 접촉력이 발생해 로봇의 위치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려면 센서 기반 용접선 추적과 힘 제어, 공정 데이터의 실시간 감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HJ중공업 과제에서 말하는 ‘피지컬 AI’도 이 같은 구조에 가깝다. AI가 문서나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용접기와 로봇의 상태를 읽고 공구 회전속도와 이동속도, 압력 등 물리적 공정에 개입하는 제조 AI다.

HJ중공업은 중소조선연구원, 경북대학교와 AI 기반 공정 최적화 기술을 담당한다. SDSU와 국내 장비업체 상림엠에스피는 시스템 하드웨어와 용접공구를 설계·제작한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강남도 수요기관으로 참여해 실제 조선소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알루미늄 함정 패널의 변형과 불량, 재작업을 줄이고 숙련용접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용접 과정과 품질 데이터를 축적하면 패널별 생산이력을 추적하고 동일한 품질을 반복 구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미국 조선업이 숙련인력 부족과 생산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자동화 용접기술의 사업 가능성도 작지 않다. HJ중공업이 개발 장비와 AI 제어기술을 미국 조선소에서 실증하는 데 성공하면 미국 사업의 범위를 선박 건조와 MRO에서 생산설비·기술 공급까지 넓힐 수 있다.

다만 연구개발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미국 조선소 현장 실증과 선급·군용 품질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용접속도와 결함률, 재작업 감소율, 공구 수명과 생산원가 등 구체적인 성능도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

이번 협약은 한국 조선사가 배를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미국 조선소의 생산방식과 제조기술을 함께 만드는 시도다. AI 용접기술이 현지 실증과 상용화로 이어질 경우 HJ중공업은 한·미 조선협력의 핵심 제조기술 기업으로 입지를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자동차보험료 정합성 검증 기술 특허 취득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자동차보험료 정합성 검증 기술 특허 취득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보험료와 실제 보험료 간 오차를 자동으로 검증하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취득했다.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시 보험료 정합성을 검증하는 기능에 대해 특허를 취득했다고 9일 밝혔다.보험 영업 현장에서는 설계사(FP)들이 여러 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를 한 번에 조회·비교하는 ‘비교견

    2
    LF푸드, 500억 M&A 뒤 ‘한반12’ 키운다…HMR 수익화 시험대

    LF푸드, 500억 M&A 뒤 ‘한반12’ 키운다…HMR 수익화 시험대

    LF푸드가 지난해 제조 역량을 강화한 데 이어 프리미엄 한식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한반12’를 전면 개편했다. 식자재 소싱과 소스·면·육가공 제조 능력을 소비자 제품에 결합하고 판매망까지 넓혀 B2B에서 쌓은 경쟁력을 B2C 매출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LF푸드는 한반12에 신제품 4종을 추가해 총 12종의 제품군을 구축했다.

    3
    삼성은 AI·한화는 6833억 함정…포스코는 창사 첫 파업

    삼성은 AI·한화는 6833억 함정…포스코는 창사 첫 파업

    9일 오전 국내 주요 그룹의 산업 이슈는 AI와 차세대 제조기술, 해외 수주와 현지화로 모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제조에 특화된 자체 AI 개발에 나서는 동시에 차세대 노광공정 협력을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중심이던 자율주행 전략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까지 넓히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각각 태국과 필리핀에서 함정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

    4
    [건설업 소식] GS·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이앤씨·롯데·대우·쌍용·한화 건설부문·대보

    [건설업 소식] GS·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이앤씨·롯데·대우·쌍용·한화 건설부문·대보

    건설업계가 정비사업과 에너지 인프라 수주부터 리모델링, 스마트건설, 주택 공급까지 사업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하루 동안 1조원이 넘는 재건축 사업 계약을 알렸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총사업비 2조원대 발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은 정비·리모델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은 인공지능(AI)을 활용

    5
    현대차 HMGMA 80만대 검토, 다음은 부품…모비스·트랜시스 증설 주목

    현대차 HMGMA 80만대 검토, 다음은 부품…모비스·트랜시스 증설 주목

    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최대 80만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다음 과제는 완성차 조립라인보다 부품 공급망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HMGMA에 붙어 있는 현대모비스의 배터리시스템·주요 모듈 생산능력은 연 30만대, 현대트랜시스 시트는 42만대 규모다. 현대제철의 현지 강판 가공능력도 향후 40만대분까지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