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고 환율…일시 충격인가 구조적 불안인가

증권·자본시장 / 임종호 기자 / 2026-06-06 21:51:29
환율 1560원 쇼크…강달러 넘어 한국경제 체력 시험대
고유가·자금이탈 겹치면 고환율 국면 장기화 가능성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60원 선을 넘어서며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번 급등은 단순한 달러 강세만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외국인 국내 주식 매도,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부담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시장에서는 당국 개입 가능성이 커졌지만, 원화 약세 압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장중 1560원 선을 넘어섰다. 한국경제는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 이날 오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59.0원에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야간 거래에서만 19.9원 오른 수준이다. 장중에는 1560원 선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7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해외 장외 외환시장 호가를 반영하는 ICE 기준 원·달러 환율은 5일 현지시간 장에서 전장 대비 28.69원 오른 1561.48원까지 상승했다. 이 매체는 이번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미국 고용지표 호조, 미국·이란 전쟁 관련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번 환율 급등의 1차 원인은 강달러다. 미국 고용지표가 견조하게 나오면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는 약해진다.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신흥국 통화는 약세 압력을 받는다. 원화는 대외 개방도가 높고 수출 경기와 글로벌 위험 선호에 민감한 통화다. 글로벌 시장이 위험 회피로 돌아설 때 원화 약세가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다.

여기에 중동 리스크가 겹쳤다. 로이터는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석유류 가격 상승이 물가를 밀어 올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한국은행이 물가가 당분간 3%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약세를 보이는 원화를 지지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정책 기조를 더 긴축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환율과 물가는 서로를 자극한다. 원화가 약해지면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부담이 커진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로 옮겨붙는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보다 금리 인상이나 긴축 유지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고환율이 경기 부담을 키우고, 고물가가 다시 환율 안정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부담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환율은 더 오른다. 환율 상승이 커지면 외국인은 환차손을 우려해 추가 매도에 나설 수 있다.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원화 약세형 위험 회피’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도 시장 불안을 의식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시장 점검 회의 뒤 주식·채권·외환시장 리스크를 면밀히 살피고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기재부는 외환시장의 과도한 군집 행동에 즉각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당시 원화는 장중 달러당 1530.8원까지 약세를 보인 뒤 당국 메시지 이후 낙폭을 일부 줄였다.

다만 당국의 구두개입만으로 추세를 바꾸기는 어렵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 1560원 선까지 치솟은 것은 시장 참가자들이 단기 변동성을 넘어 구조적 부담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 반도체 중심 수출 구조,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가능성이 모두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시장 구조 변화도 변수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오는 7월 6일부터 원·달러 현물환 시장의 24시간 거래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시범 거래는 6월 29일부터 시작된다. 이는 외환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조치지만, 야간 시간대 글로벌 뉴스와 미국 지표에 따라 원화 환율 변동성이 더 즉각적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환율의 방향은 세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는 미국 금리다. 미국 고용과 물가가 강하게 유지되면 달러 강세는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다. 유가가 더 오르면 한국의 무역수지와 물가에 모두 부담이 된다. 셋째는 외국인 자금 흐름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 원화 약세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1550원 안팎의 높은 변동성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국의 구두개입이나 실제 시장 안정 조치가 나오면 급등세는 일시적으로 진정될 수 있다. 그러나 달러 강세와 고유가, 외국인 매도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1560원 재돌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기적으로는 원화 약세가 일시 충격에 그칠지, 구조적 불안으로 번질지가 관건이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나고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면 환율은 되돌림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고유가와 강달러, 외국인 이탈이 이어지면 1500원대 환율이 장기화될 수 있다.

이번 환율 급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1560원은 금융위기 이후 보지 못했던 수준이다. 수입물가, 기업 원가, 외채 부담, 소비자물가, 증시 수급에 모두 영향을 준다. 원화 약세가 일시적 충격인지 구조적 경고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외환시장이 이미 위기 수준의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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